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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W] 뜨거웠던 맞수 대결, 항구시리즈 돌아보기

SSG 랜더스 2017. 8. 16. 00:04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는가. 꽃처럼 어여쁜 그 이름도 고왔던 순이 순이야.

 파도 치는 부둣가에 지나간 일들이 가슴에 남았는데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7회말이 끝난 뒤 스포츠 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보고 흥얼거렸을 법한 롯데 응원가부산 갈매기가 울려 퍼졌다. 부산 사직구장이 아니라서 특별했다. 지난달 30 SK-롯데전이 열린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그려진 풍경이었다. 이 뿐만 아니다. 이날 행복드림구장에서는 롯데 응원 명물인 봉지 응원도 펼쳐졌다. 다만 홈 SK 팬들은 흰색 봉지를, 롯데는 특유의 주황색 비닐봉지에 바람을 불어넣어 머리에 얹은 게 달랐다. 8회초 종료 뒤에는 반대로 인천의 원년 야구팀 삼미 시절부터 불려진 SK의 대표 응원가연안부두 2 2천여 관중이 한 목소리로 열창하며 행복드림구장이 달아올랐다. 곧바로 이어진 SK의 대표 응원인 플래시 응원도 장관이었다. ‘가을야구에서도 보기 힘든 한마음 응원전이었다. 7월 마지막 3연전에서 만난 두 팀은 그렇게 하나가 됐다.

 

 시즌 두 번째항구시리즈가 지난 주말(728~30)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SK라이벌전을 팬들의 시각으로 접근해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고 있다. 승부는 선수의 몫인 만큼 승부를 떠나 응원으로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라이벌전을 기획했다. SK는 이미 2015년 수원에 창단한 kt 위즈와 통신·지역 라이벌로 ‘W매치를 만들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에는 부산을 연고로 한 롯데와진정한 구도(球都·야구도시)의 주인을 가리자는 컨셉으로항구시리즈 선보였다. 인천과 부산은 인구 300만 명 이상의 항구 광역도시라는 서로 비슷한 공통점 때문에 여러모로 경쟁도시로 많이 부각돼왔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서로 경쟁하며 성장의 동반자 역할을 해왔는데 야구가 그 정점에 있다. 인천은 한국야구의 발상지로구도인천,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야구 열기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으로구도부산을 내세우면서 은근한 라이벌을 형성하고 있다. ‘항구시리즈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두 번째항구시리즈는 마침 흥행의 불씨도 안았다. 6위까지 추락하면서 배수의 진을 친 SK와 최근 상승세로 중위권 도약을 노리는 7위 롯데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두 팀은 1경기 차. SK가 첫 경기를 지거나, 위닝시리즈(21)를 내주면 승률에서 밀려 롯데에 추월을 허용하는 상황이었다. 3위 두산까지도 5경기 이내라 이번 시리즈 승부에 따라 더 높은 순위도 노려볼 수 있는 승부처에서의 맞대결이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항구시리즈’ 3연전에는 많은 관중들이 입장해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경기에는 평일임에도 186명이 입장했고, 휴가 성수기가 맞물린 주말에는 거의 만원에 가까운 22975명과 19413명이 SK행복드림구장을 찾아 가득 채웠다. 선수들은 명승부로 답했다. 1차전에서는 SK 9회말 7-7에서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으로 8-7로 승리했다. 스캇 다이아몬드와 조쉬 린드블럼이 맞붙은 2차전에서는 다이아몬드의 역투를 앞세워 SK 4-1로 승리했다.

 

 3연전 마지막 경기에는 SK 메릴 켈리, 롯데 브룩스 레일리가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1-1로 팽팽하던 8회말 SK가 제이미 로맥의 적시타로 2-1로 앞섰으나 롯데가 이은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전준우의 2타점 역전 적시타로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응원전이 펼쳐진 관중석도 열기가 대단했다. 홈팀 SK 뿐만 아니라 롯데도 홈과 서울 경기에서만 실시하던 원정 응원단을 대거 파견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SK와 롯데 응원 단상에 무더위 속 응원에 나선 팬들의 더위를 식혀주기 위해서 물대포가 마련돼 득점이 날 때마다 물폭탄이 터지며 내야 관중석을 적셨다.

 

 3연전 내내 공동 개문행사에 SK와 롯데 응원단이 함께 나서 팬들을 맞이했다. ‘불금데이행사에서는 SK와 롯데 응원단이 같은 무대에서 함께 공연했고, 토요일 불꽃축제 행사에는 롯데의승리의 함성’, SK투혼의 와이번스등 대표 응원가를 주제로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프로스포츠의 역사는라이벌(Rival)’을 통해 쓰여진다. 라이벌전은 프로스포츠를 즐기는 주된 볼거리이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35년 역사를 자랑하는 KBO리그에도 해태( KIA)-삼성, 해태-롯데간 영·호남 라이벌을 시작으로 두산-LG잠실라이벌’, 넥센-LG엘넥라시코’, 롯데-NC의 부(() 더비 등 지역과 상징성을 따른 라이벌들간 뜨거운 명승부를 펼쳐 팬들을 끌어모았다.

 

 2000년에 창단한 SK는 팀 역사가 길지 않아라이벌의 역사도 짧다. 원년 삼미를 거쳐 청보-태평양을 거친 인천야구의적자를 두고 넥센(전신 현대)과의 라이벌 구도는 이미 희미해진지 오래다. 2007·2008·2010시즌 우승 당시 치열했던 승부로 라이벌을 형성한 두산전 열기도 예전같지 않다.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항구시리즈는 짜릿한 승부와 다양한 볼거리로 흥행과 이슈면에서도 향후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한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 라이벌 뉴욕 양키스-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LA 다저스도 항구 라이벌 관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감은 크다.

 

 SK 구단 관계자는 “‘항구시리즈는 스포테인먼트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행사다. 홈팬 뿐만 아니라 원정팬들도 모두 즐길 수 있는 이벤트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두 번의항구시리즈는 아직 라이벌전이라기 보다 팬들과 함께 어우러지려는 SK와 롯데의 노력이 담긴 화합과 축제의 장에 가까웠다. 제대로 된 라이벌전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역사도 쌓여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항구시리즈가 아닌한국시리즈에서의 제대로 된 라이벌 대결을 기대해본다.

 

스포츠경향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롯데 조지훈 응원단장=이번 항구시리즈를 맞이해서 승패를 떠나 환영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해서 너무 즐거웠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항구를 대표하는 부산과 인천 항구더비 매치가 더욱 발전해서 양 팀 팬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길 응원하겠다.

 

#박기량 - 항구시리즈를 맞아 치어리더이 함께 개문인사도 하고, 단상을 바꿔 공연도 하고, 함께 그라운드에서 공연하면서 상대팀이지만 SK팬분들과 함께 한 순간 만큼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SK팬드이 정말 환대해주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SK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팬들과 그리고 응원단이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는 응원이 너무 좋았다. I LOVE IT!!

 

#SK 정영석 응원단장-오늘로 항구시리즈가 끝났다. SK, 롯데팬 모두들 수고 많았다. 더운 날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관중 여러분이 찾아주셨기에 이번 3연전이 더욱 재미있었다. 특히불금데이에 롯데 응원단과 같은 무대에서 공연을 했을 때 모든 야구팬들이 하나가 된 것처럼 노는 모습이 좋았다. 공동 개문인사도 마찬가지로 보기 드문 모습이지만 항구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여러분께 색다른 즐거움을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신나게 즐겨주신 팬여러분께 가장 감사하다. 재밌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미래 - 항구도시를 대표하는 부산과 인천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신 양 팀 구단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승패를 떠나 각자의 응원가를 함께 부르며 서로 응원해주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앞으로 이런 특별한 행사가 많이 진행돼 팬들과 즐거운 시간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인천까지 와주신 롯데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또 부산에서 비가 오는데도 함께 응원해주신 SK팬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