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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SK 박정환 코치, "열심히 한다 보다 잘한다는 소리 들어야죠"

SSG 랜더스 2014. 8. 13. 10:16

SK 퓨처스팀은 올 시즌 새롭게 출발했다. 지휘봉을 잡은 박경완(42) 퓨처스 감독을 필두로 강혁(40) 타격코치·윤재국(39) 주루코치 등이 합류했다. 그리고 SK 전력분석원으로 2년간 근무한 퓨처스팀 '막내' 박정환(37) 코치가 수비 지도를 맡게 됐다. 박정환 코치는 "코치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예상한 것보다 힘든 점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후배 선수들을 가르치며 계속 그라운드에서 일할 수 있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2년의 전력분석원 경험은 큰 자산"

박정환 코치는 12년간의 프로생활을 마감하고 2011년 SK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곧바로 구단 전력분석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선수 시절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아닌 그는 "내세울 것도 없는데 구단에서 잘 봐준 것 같다"며 구단에 고마워했다. 그는 "은퇴하는 선수의 대부분은 야구단에서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나는 큰 행운을 얻었다"고 행복해했다.


그러나 얼떨결에 제의를 받은 뒤 시작한 전력분석원 업무는 만만치 않았다. 그는 "이전에 전력분석원으로 근무하신 분들이 팀의 뛰어난 성적에 밑거름이 된 만큼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됐다"면서 "초짜를 데리고 하려니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고 말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전력분석원으로 보낸 2년의 시간은 큰 자산이다. 홈 플레이트 뒤에서 야구를 보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박 코치는 "최근 전력분석원 업무를 시작한 조성환 선배님의 기사를 읽었는데 딱 맞는 것 같더라"며 "더그아웃에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있었다. 조성환 선배의 기사를 보며 무슨 마음인지 다 이해가 되더라"고 얘기했다. 이에 현역 시절 자신의 모습도 돌아보게 됐다. 그는 "내가 선수시절 때 '(전력분석원이)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봤을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 웃었다. 그래서 선수들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공부했다.

 

◇성실한 '막내' 코치

박정환 코치는 현역 시절 수비 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에서 뛰던 2002년에는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에 일조했다. 그러나 타격 재질이 부족해 주로 백업 선수로 1군에 머물렀다. 2008년 SK로 트레이드된 그는 현역생활을 마감한 뒤 전력분석원을 거쳐 올 시즌 퓨처스 수비코치를 맡게 됐다. 그는 "내가 박진만(SK) 선배나 김재걸 삼성 코치처럼 특출나게 잘난 것도 없는데 코치를 맡게 된 것 역시 큰 행운이다"고 말했다.


'막내' 코치는 부지런하다. 주로 낮경기로 열리는 퓨처스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오전 7시에 그라운드로 출근한다. 박 코치가 1군 전력분석원으로 일할 당시 1년간 룸메이트로 지낸 SK 이석모 불펜포수는 "내일 할 일을 절대 미루지 않고 끝까지 하고 자는 스타일"이라며 "아침에도 일찍 일어난다. 성실의 대명사이다"고 박 코치를 소개했다. 박 코치는 "막내이기도 하지만 모든 일들을 일찍 준비하는 스타일이다"며 "선수 때도 남들보다 1시간 전에 일찍 나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다. 멍하니 있더라도 일찍 나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열심히 한다 보다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야죠"라며 밝게 웃었다.  

 


◇'기본'과 '집중력'을 잃지 마라 

포수 출신의 박경완 퓨처스 감독은 수비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한다. 박 코치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 밖에 없다. 박 코치는 "감독님이 수비가 약하면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면서 "퓨처스 팀이지만 수비 연습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이 우스갯소리로 '방망이는 안 쳐도 되니까 수비 연습은 꼭 하자'고 하실 정도"라고 귀띔했다.


박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함에 있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기본'과 '집중력'이다. 박 코치는 "수비는 타석에서와는 달리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힘들고 재미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때 집중력이 상당히 저하된다"고 얘기했다.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선수들을 따끔하게 질책한다. 그는 "가령 수비 백업 및 콜 플레이는 조금만 신경쓰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다"면서 "이를 놓치면 크게 야단친다. '빠르고 멋있게 하려 하지 말고 늘 정확하게 하라'고 강조한다"고 밝혔다. 

 

◇칭찬에 너무 인색한 '나'

이제 막 코치 생활을 시작한 그가 스스로 느끼고 있는 단점은 무엇일까? 박 코치는 "내 욕일 수도 있는데 칭찬에 좀 인색하다"고 밝혔다. SK 한동민은 "엄청 열의를 갖고 선수들을 지도한다"면서 "선수들의 모습에 만족을 못 하신다. 좋은 플레이를 해도 별 칭찬을 잘 안 해 주신다"고 얘기했다. 박 코치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 조금 약하다. 그렇다 보니 강혁 코치와 윤재국 코치가 '못 하는 것만 야단치지 말고 잘 하는 점도 칭찬 좀 하라'고 조언할 정도다"고 쑥스러워했다. 박 코치는 "앞으로 내가 계속 배워야 할 점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럴 때 그의 곁에 있는 선배이자 형인 강혁 코치와 윤재국 코치는 든든한 힘이 된다. 그는 "강혁 코치는 선수 시절 정말 뛰어난 시절을 보냈고, 윤재국 코치는 아마에서 오랜 기간 지도자 생활을 했다"면서 "평소에도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얘들아 만족하지 않고 열심히 하자" 

초보 코치이지만 선수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박 코치는 "짧은 기간이지만 실력이 많이 향상된 선수들이 있다. 선수들이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퓨처스 경기에 출장한다고 이에 만족하면 성장이 멈춰버린다. 야구 선수라면 1군에 올라가서 뛰는 게 목표가 아닌가"라며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기 보다 1군 백업 선수를 따라잡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운동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선수들 모두 땡볕에서 힘들게 훈련한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이런 목표로 훈련하면 조금 덜 힘들면서도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했다.  

 

이형석 일간스포츠 기자 ops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