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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변화의 조짐’ SK, 전지훈련서 뜬 ‘쌍무지개’

SSG 랜더스 2017. 3. 14. 17:56

 

SK와이번스는 과거의 영광과는 잠시 작별을 고했다. 안주하기보다는, 미래를 선택했다. 그 과정에서 감독이 바뀌었고, 단장이 바뀌었다. 코칭스태프도 상당 부분 다른 얼굴이 됐다. 위에서부터의 변화였다. 그 변화의 흐름이 이제는 아래로부터도 바뀌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의식 개혁과 변화는 어느덧 인천 하늘의 ‘쌍무지개’로 뜰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월부터 시작됐던 SK의 전지훈련이 11일로 종료됐다. 1군은 2월 1일부터 시작된 미국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를 거치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같은 시기 퓨처스팀(2군)도 치열한 전쟁을 거쳤다. 2월 14일부터 3월 11일까지 대만 자이현 도류구장에서 담금질에 매진했다. 성과는 뚜렷했다. 단순히 연습경기 결과가 좋아서 그랬다기보다는, 선수들 사이에 긴장감과 뚜렷한 목표 의식이 생긴 것은 장기적 롱런을 바라보는 구단으로서는 희망적인 요소였다.

 

 

분위기 바뀐 훈련, ‘생각하는 캠프 1.0’

단순히 코칭스태프의 면면과 구단의 강조 사항만 바뀐 것은 아니었다. 이번 1·2군 캠프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역시 ‘생각하는 캠프’였다. 이제 시켜서 하는 야구의 시대는 지났다. 비활동기간이 늘어난 것도 시대의 흐름이다. 선수들이 어떠한 목표를 갖고 스스로 그 목표를 향한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대세다. SK도 이번 캠프에서 그런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군은 훈련 시간이 대폭 줄었다. 보통 오키나와 캠프의 경우 경기가 없는 날에는 오전·오후로 나뉘어 훈련 일정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휴식일 전날을 제외하고는 야간 훈련도 거의 매일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일정표가 상당히 가벼워졌다. 선수들은 오전 훈련을 한 뒤 점심을 먹고 곧바로 숙소로 향했다. 야간 훈련은 없었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오롯이 선수의 자율에 따라 움직였다.

 

대개 1군에 비해 훈련량이 많은 2군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한 코칭스태프의 탄력적인 일정 조절 하에 지난해보다는 훈련량이 조금 줄었다. 오후 3시까지는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졌지만 오후 3시 이후로는 선수들마다 일정이 달랐다. 각 파트별로 2명씩 코칭스태프의 지정 훈련이 이어지곤 했지만 나머지는 역시 자율이었다. 2군 코칭스태프는 “이른바 자아발전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선수들도 어색했다. 1군 선수들은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2군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3시 이후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여기에는 구단의 정책이 담겨져 있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선수들 스스로가 자신의 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어떤 방향으로 훈련을 해야 할지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잘 쉬면서 내일을 준비하는 것도 엄연한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어색함은 이내 사라졌다. 1군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뜻을 금세 알아챘다. 오전 훈련에서는 좀 더 집중력 있게 훈련을 했다. 주장 박정권을 중심으로 ‘할 때는 하고, 쉴 때는 쉬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숙소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필요한 정보를 보충하는 선수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연습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SK는 이번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5승2패의 호성적을 냈다.

 

2군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2군 캠프는 최상의 훈련 여건을 자랑했다. 숙소부터 도류 구장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30초였다. 길 하나만 건너면 됐다. 자율적인 훈련이 가능했다. 코칭스태프에 지정되지 않은 선수들도 때로는 1시간 더 남아 개인훈련을 하기도 했고, 남는 시간 중 웨이트트레이닝을 끝내고 숙소로 향하는 이들도 있었다. 야간훈련은 말 그대로 자율이지만 많은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와 땀을 흘리고 잠을 청했다. 훈련여건과 선수들의 자율의식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2군 또한 연습경기에서 5승2패1무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치열해진 경쟁의식, 학습효과의 기대감

경쟁도 치열해졌다. 1군은 감독과 단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가 상당 부분 바뀌었다. 외국인 감독의 부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과거의 실적, 현재의 연봉이 1군 엔트리로 이어지지 않음을 실감했다. 1군 캠프의 올해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초긴장’이었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암묵적으로 흐르는 경쟁의 기류가 몸소 느껴졌다. 기존 선수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신진급 선수들은 자리를 빼앗기 위한 기세가 정면 충돌했다.

 

2군 캠프도 학습효과가 있었다. 지난해 SK는 대만 2군 캠프에 합류한 선수들 중 상당수가 1군 무대를 밟았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간 선수도 있었고, 시즌 중간 1군에 올라가 끝까지 버틴 선수들도 있었다. 대만 캠프에서는 “여기서 잘하면 우리도 1군에 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눈빛이 많이 보였다. 집중력과 훈련의 성과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알찬 캠프”라는 관계자들의 자평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그 과정 속에 좋은 성과까지 내고 귀국한 선수들은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군에서는 부동의 중심타자로 평가받는 최정 정의윤이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활약을 선보였다. 최정(타율 0.353)은 6경기 17타수에서 홈런 4방에 7타점을 기록하며 홈런·타점에서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부동의 4번 타자로 평가받는 정의윤도 연습경기 타율 4할2푼1리의 맹타를 휘둘렀다.

 

힐만 감독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외야수 정진기는 타율 4할에 장타율 0.600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김동엽도 홈런 3개를 치는 등 타율 3할7푼5리로 활약했다. 베테랑들도 만만치 않았다. 새 주장이 된 박정권은 타율 3할5푼7리, 부상으로 캠프 출발이 늦었던 김강민도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하는 등 좋은 타격감을 뽐내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3년차를 맞이하는 박종훈이 2경기 4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의 호투를 이어가며 기대감을 모았다. 그 외 올해 신인인 김성민이 2경기에서 1.9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받았고 김주한은 팀 내 국내 선수로는 가장 많은 5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18의 좋은 성적을 내 5선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서진용은 3경기 3이닝 동안 6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위력투로 역시 실점하지 않으며 ‘차세대 마무리’임을 입증했다.

 

2군도 스타가 있었다. 장타력을 바탕으로 캠프 시작 전부터 주목을 받은 김도현-류효용 콤비가 그들이었다. 두 선수는 나란히 홈런 2방씩을 때리며 합계 13타점을 합작했다. 외야수 최민재도 타율 4할1푼7리에 10안타를 기록하며 팀 내 최고 타율·최다 안타의 주인공이 됐고 그 외 조용호(.304), 최항(.368), 하성진(0.346), 조우형(.333), 안상현(.333)도 좋은 활약으로 내일을 기약했다. 마운드에서는 임치영이 5경기 5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 피칭으로 “1군에 가장 근접한 투수”라는 주위의 평가를 증명했다. 이정담도 3경기 9이닝에서 평균자책점 2.00, 최진호는 2경기 6이닝에서 평균자책점 3.00, 정동윤은 2경기 4이닝에서 평균자책점 0, 플로리다 캠프에서 가장 공이 좋았다던 오수호는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25, 남윤성은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는 등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선수들의 구슬땀을 본 1·2군 감독들의 총평에서도 만족감이 묻어 나왔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자랑스럽다.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가 만족스럽고, 코칭스태프 또한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장과 덕아웃 분위기도 밝고 활기가 넘쳤다”고 활짝 웃었다. 김무관 퓨처스팀 감독 또한 “이번 캠프에서는 기본기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특히 기본기 반복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안 좋은 습관을 개선하고, 이상적인 자세를 만드는 것에 캠프의 초점을 맞췄다. 선수들 모두가 힘든 스케줄을 잘 따라와 준 덕분에 기본기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다. 또한 연습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져 캠프의 결실을 확인한 것 같다. 귀국 후 캠프에서 익힌 것들을 숙달시켜 나간다면 올 시즌 많은 유망주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4월 1일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2017년을 넘어 2018년 대권 도전이라는 뚜렷한 희망을 품고 있는 SK로서는 모든 선수들이 다 귀하고 또 가치가 있다. 인천에 무지개 하나가 아닌, 반드시 무지개 두 개가 떠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캠프 성과를 확인하는 일이 남았다. 1군은 14일부터 시범경기 일정에 돌입했으며, 2군 또한 14일부터 연습경기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살피고 퓨처스리그 개막을 준비한다.

 

OSEN 김태우 기자(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