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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움츠린 날개 펼 ‘비룡 파이어볼러’ 전병두

SSG 랜더스 2013. 2. 15. 14:50


공감(共感) W는 SK와이번스의 선수, 팀, 경기, 마케팅, 사회공헌활동 등 구단의 다양하고 소소한 스토리를 팬들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된 소통 채널입니다. 


 화려한 과거는 잊고 다시 출발 선상에 섰다. 매일 반복되는 재활의 시간이 지겨울 법도 하지만 묵묵히 참고 견딘다. 다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뿌리는 그 날을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 1군이든 2군이든 무대는 중요하지 않다. 공을 던질 수 있는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다. SK 좌완 파이어볼러 전병두(29)는 그렇게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보직을 가리지 않고 2008~10년 동안 어깨 통증을 안고서도 자신의 능력을 불태웠던 전병두는 지난 201111월 어깨 회전근 재건 수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 지난해부터 재활에 매진한 전병두는 지금도 인천 문학구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지난 13일 전병두를 만나 현재 몸 상태와 근황 등을 들어봤다.

 





▲바른 생활 사나이

 전병두는 6일 훈련, 1일 휴식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훈련 스케줄이 빡빡해 다른데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오직 훈련에만 초점을 맞춰 하루 일과를 보낸다. “매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사우나를 가요. 그 다음 9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훈련을 합니다. 7시쯤 집에 도착해 밥 먹고 빨래하면 시간이 또 금세 가고 9시쯤 잠자리에 들어요.” 보통 9시면 대개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여가 활동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다. 그러나 고된 훈련 탓에 일찌감치 잠을 청한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단 하루뿐인 휴식일은 어떻게 보낼까. “특별히 하는 일은 없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서요. 그냥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떨며 이야기 꽃을 피워요. 주제는 야구, 일상 생활, 남자들끼리 모일 때 자주 하는 얘깃거리 등이 있죠. 참고로 전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십니다.”

 

▲부상 부위 상태는 나쁘지 않아

 전병두는 벌써 1년 넘게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어깨 상태는 호전 중이다.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많이 아플 때도 있어요. 재활 초창기에는 지루함도 많이 느꼈는데 지금은 적응이 됐습니다. 재활 과정이 순조로워 지난해 10월 캐치볼에 들어갔는데 통증이 재발해 중단했어요. 그 때 정말 힘들었는데 밥심으로 버텼습니다.(웃음) 그리고 12월말부터 다시 캐치볼에 들어갔어요. 이제 안 아프고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병두의 재활 훈련을 돕고 있는 김경태 재활 코치는 선수 몸 상태에 따라 순리대로 풀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정상적인 어깨 상태는 아니에요. 1주일에 두 번 45m 던지기를 하고 있는데 공을 던지기 전과 후 그리고 다음날 상태를 수시로 체크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지를 정해요.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상태가 좋아져 천천히 몸을 만들면 올해 안에 1군 무대에 오르는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내 생애 최고 순간은 2009 523일 두산전 9타자 연속 삼진

 전병두는 2009년 최고의 구위를 자랑했다. 자신의 볼에 대한 자신감이 붙다 보니 상대 타자를 쉽게 요리할 수 있었다. 전병두는 야구 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그 해 523일 두산전에서 달성한 9타자 연속 삼진으로 꼽았다. 이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초반에는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는데 던지다 보니 밸런스가 잡혔어요. 직구가 잘 들어가고 체인지업, 슬라이더도 잘 먹혔죠. 10타자 연속 삼진 기록도 내심 생각했는데 ()현수가 1루 땅볼을 쳐서 끝났어요. 아쉽기도 하지만 당시 운이 잘 따른 것 같아요. 오후 5시 경기였는데 그 시간대가 타자들이 공이 잘 안보일 때라고 하더라고요. 두산 선발로 나온 정재훈 선배도 5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삼진을 잡았어요.”

 당시 전병두는 6이닝 동안 13개의 삼진을 솎아내면서 2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그러나 이날 경기장을 찾은 16,386명의 관중은 전병두를 향해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2006 1 WBC 출전 얼떨떨, 박찬호 선배가 잘 챙겨줘

 전병두는 2006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왼손 계투 요원으로 낙점 받아 대표팀의 막내로 4강 신화에 힘을 보탰다. “당시에도 왼손 투수가 별로 없었죠. 그런데 투수 코치를 맡은 선동열 감독님이 절 불러주셨어요. 아무래도 전 시즌 삼성전에 잘 던진 게 통했나 봐요. 얼떨떨한 상태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나갔는데 독도 문제, 이치로 30년 발언 등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고조됐죠. 그래서 예상 밖의 병역 특례도 받고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전병두는 WBC에서 박찬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전병두는 대선배이자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가 커 보였지만 박찬호는 막내가 어려워하지 않도록 따로 방으로 불러 조언을 해주고 대화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박찬호 선배가 멘탈 부분을 많이 강조했어요. 공을 던지기 전 어느 곳으로 던질지 머리 속으로 생각만 하지 말고 말로 주문을 외우고 하면 원하는 곳으로 간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예를 들면 바깥쪽, 바깥쪽말을 하고 던지면 생각대로 정말 바깥쪽으로 꽂힌다는 거죠. WBC를 계기로 마운드에 올랐을 때 주문 외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전병두는 WBC에서 많이 긴장했다. 아무래도 큰 무대 경험도 없고, 만만한 상대 역시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이번 3회 대회에는 팀 동료 박희수와 윤희상이 첫 출전한다. 전병두는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까. “저보다 다 잘하는 선수들이라 조언해줄 게 없습니다. 전 미국전에 1, 일본전에 2번 등판했는데 너무 긴장해서 별로 한 게 없어요. 희수 형이나 희상이는 원래 실력이 있으니 평소처럼만 하면 다 잘할 것 같습니다. 특히 희수 형의 투심은 메이저리그 타자라도 잘 못 칠 거에요. 공인구는 생각보다 나쁜 편이 아니라 몇 번 만지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고 봐요.”

 

 


 

▲컨디셔닝 코치가 뽑은 몸 관리 잘하는 선수 1

 전병두는 컨디셔닝 코치들이 뽑은 가장 몸 관리를 잘 하는 선수, 몸을 바꾸고 싶은 선수 1위에 뽑혔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전병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 운동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상하네요. 일부러 코치님들 눈에 잘 보이는 데서 훈련을 많이 해서 그렇게 보인 것 같은데요.(웃음)”

 전병두는 또 여자친구에게 가장 자상하게 운동을 가르쳐 줄 것 같은 선수에도 선정됐다. 현재 여자친구가 없는 전병두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예전 여자친구를 만날 때 운동을 가르쳐준 적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가르칠 수 있는 운동은 하체나 복근 위주라 여자 친구가 따라 하기 힘들어했어요. 그냥 운동은 헬스장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웃음)”

 

▲내 목표는 올해 안에 마운드 오르는 것

 전병두는 하루 빨리 다시 공을 던지고 싶은 생각뿐이다. 2012년을 통째로 재활만 하다 보니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더욱 생겼다. 마음이 앞설까 봐 동료들의 경기를 잘 안 봤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음은 늘 마운드에 올라가고 싶어요. 안 아픈 것이 답인데 어깨 상태가 하루빨리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올해 안에 복귀하면 정말 좋겠지만 주위에서 무리하지 말라고 얘기를 많이 해줘요. 그래서 욕심을 안 부리려고 해요. 선수 생활 오래하고 싶거든요. 수술대에 오를 때도 두려움 같은 건 없었어요.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구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올해는 1군에 못 올라가더라도 2군에서 공을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병두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뤘다. 태극 마크를 단 경험도 있고 우승 경험도 있다. 전병두가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아직 못해본 것 많아요. 10승을 못해봤고, 자유계약선수(FA)도 못해봤잖아요. 저도 언젠가 대박 치는 날 그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하하하.”

 

▲전병두가 직접 선정한 SNS 질문에 대한 답변

30분간 진행된 전병두 선수의 SNS 질문에 약 300여개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줬다.

 

-2009년에 9타자 연속 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뒤의 느낌은? (영원한SK열혈팬)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아쉬움 밖에 없죠. 당시 직구가 아닌 변화구를 던졌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요. 만약 한번 더 기회가 온다면 타임을 불러 상대 타자에게 좀 봐달라고도 얘기하지 않을까 싶네요."

 

-다가 올 시즌에 상상해 본 가장 행복한 시나리오는 무엇일까요?(Hwang Silroam)

"돌아오면 팀이 필요로 하는 좋은 투구를 하고 싶어요. 복귀전에서 아웃카운트 1개든 2개든 잡고 이닝을 마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을 때 관중의 함성 소리를 들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팬들에게 전병두란 '어떤 선수다' 라고 기억되고 싶은가요? (김가나)

"공 하나하나에 혼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 되고 싶어요. 저는 던질 때마다 소리 내면서 던지는데 댓글에 전병두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다라는 글을 봤을 때 기분이 좋았거든요."

 

-만약 야구 선수 외에 하고 싶었던 직업이 있다면?(Ystyle)

"앉아서 하는 건 적성에 안 맞아요. 즉 공부는 아니라는 거죠. 순발력과 유연성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다른 운동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딱히 다른 운동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냥 저는 천상 야구선수가 딱 맞는 것 같습니다.(웃음)"

 

-가장 상대하고 싶은 타자는 누구인가요?  그리고 현 투수 중에서 롤모델이 있다면? (tnrud)

"이승엽 선배님과 한번도 상대를 못해봐 맞붙어 보고 싶어요. 제가 데뷔할 때는 선배님이 일본에 진출해서 만날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복귀하면 한번 대결해 보고 싶습니다. 지금 롤모델은 엄정욱 선배입니다. 긴 재활을 이겨내고 다시 자기 공을 뿌리는 모습이 참 대단해요. 3살 차인데 후배들 잘 챙겨주고 2군 선수들까지 잘 대해주십니다. 어느 날은 후배들이 아침 잘 못 먹고 나오는 걸 알고 빵을 엄청 사와서 후배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기도 하더라구요."

 

전병두는 재활의 지루함 보다 복귀에 대한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힘든 재활훈련을 잘 마치고 올 시즌 다시 마운드 위에서 파이어볼을 던지는 전병두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지섭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