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더스 스토리/랜더스人

[공감(共感) W] SK 덕아웃의 한석봉과 야구기록

SSG 랜더스 2014. 3. 11. 19:03



‘기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달 27일부터 3일간 서울 건국대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주최로 열린 기록강습회는 모집 공고를 낸지 1시간20여분 만에 모집인원(320)을 모두 채웠다. 10대 학생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연이 하루 다섯 시간씩 빡빡하게 진행됐지만 프로야구 기록에 대해 하나라도 알아가려는 학구열로 현장은 뜨거웠다.

 

실제기록은 프로야구에서 대단히 중요한 항목이다.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숫자와 기호 등으로 기록지에 체크된다. 경기가 끝나면 감독은 물론이고 기자들에게도 경기 기록지가 제공된다. 때문에 기록을 다루는 KBO 공식 기록원은 물론이고 구단 기록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날의 경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길잡이가 되는 셈이다.

 

SK 선수들의 기록을 책임지고 있는 남기남(38) 매니저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춘천고)까지 야구선수를 했던 그는 대한야구협회(KBA) 공식 기록원을 거쳐 현재 SK 와이번스 기록원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기록을 한 경기가 비공식 경기까지 포함하면 3000경기가 넘을 것이다. 나만큼 기록을 많이 한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고 자신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다.

 

구단 기록원은 감독이나 코치처럼 경기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남기남 매니저는구단 기록원의 역할은 KBO 공식 기록원과 다르다. 공식 기록원은 경기 상황에 따라 판정을 내리지만 구단 기록원은 판정의 권리가 없다. 하지만 그 기록을 토대로 연봉고과를 더하고 빼는 역할을 한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어팀의 모든 경기에 따라 다닌다경기가 끝나야 본격적인 일과가 시작된다. 고과 매긴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코칭스태프나 선수가 원하는 자료도 찾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구단의 기록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총괄해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움도 있다. 막중한 임무에 비해 외롭다. 선수들의 고과를 기록하는 만큼 모든 면에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선수들과 친하게 지낼 경우 자칫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 남기남 매니저도 전임 담당자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으면서외로운 직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남기남 매니저는구단 기록원은 10개 구단에 10명 밖에 없는 직업이라며선수들과 밖에 나가서 밥을 먹고 그러는 게 정말 드물다. 경기가 끝나고 이것저것 일을 하다보면 따로 만나는 게 쉽지 않다. 나와 친하게 지내면 선수들도 불편할 거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남기남 매니저와의 Q&A

-야구 기록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야구는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릴 만큼 기록지만 보면 그날 경기의 모든 것을 복기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록지에 관심이 있고, 기록을 잘 볼 줄 아는 팬들이 많이 생겨 기록 관련 전문가가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기록지를 보면 어렵다는 말이 많다.

“겉보기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야구에 대한 관심과 기본지식이 있으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기록지를 잘 이해하기 위한 팁을 주자면 포지션 번호를 달달 외우는 것을 추천한다. 포지션 번호는 모든 상황에 빠지지 않으며, 기록지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다. 그것만 알아도 절반 이상을 아는 셈이다.”

 

-기록원이 된 계기가 있나.

“고등학교 때 운동을 하면서 '자질이 있다 없다'는 스스로가 가늠할 수 있다. 난 야구를 좋아해서 (실력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 구성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후 운동을 그만두고무슨 일을 해야할까라는 고민을 했고, 기록원이라는 걸 알게 됐다. 군제대 후 24살 때부터 대한야구협회에 들어가서 기록원을 했다. 하루에 7경기까지 기록을 한 경험이 있다.(웃음)”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자면.

“박병호가 고등학교(2004) 때 기록한 4연타석 홈런 경기도 내가 기록했다. (지금은 한 팀에 있는) 김광현과 최정의 초중고교 기록도 직접했다.(웃음)”

 

-명승부도 많이 봤겠다.

(KBA에서 일 할 당시) 원래 서울에서 하는 전국대회만 나갔는데, 지방대회 파견을 나갈 때가 종종 있다.

 

그중 2004년 대구에서 열린 인천 동산고와 마산 용마고의 결승전이 생각난다. 당시 동산고 선발이 금민철(넥센), 용마고 선발이 조정훈(롯데)이었다. 두 선수 모두 연장 12회까지 180개와 160개 정도씩을 던졌는데 승부가 나지 않아 다음날 경기를 또 치렀다. 그 경기에서도 금민철, 조정훈 투수가 100개 가량을 투구했지만 5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공동우승으로 경기가 끝났다.”

 

-SK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결혼 등이 맞물리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어쩔 수 없이 대한야구협회 공식 기록원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3년 동안 개인사업을 하던 중에 SK에서 함께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고민을 많이 했다. 기록원은 열의가 없으면 하지 못하는 일이다. 부인에게 ‘(하지 못하면) 평생 미련을 가지고 살지 모른다고 말하고, 양해를 구했다.”

 

-선수 고과와 연결된 민감한 일을 하는데.

“누구든지 10원이라도 더 받고 싶어 하지 않겠나. (부끄럽지 않도록) 떳떳하게 매기는 게 최선이다. 항목 중에수비에서 열과 성을 다했는가’ ‘타자가 타격 후 주루 플레이를 열심히 했는가를 비롯해서 주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평가도 있다. 선수 출신이라서 그 부분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좋다.”

 

배중현 일간스포츠 기자 bjh102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