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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이석재, 미래의 비룡 에이스를 꿈꾼다

SSG 랜더스 2014. 3. 18. 11:41



지난 2000년 창단한 SK 와이번스의 토종 에이스 계보는 김원형 이승호 채병용 김광현으로 이어져 왔다. 김원형(현 투수코치)은 지난 2005 SK에서 14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0년 신인왕 출신인 이승호( NC) 2001 14, 2004 15승을 따내며 SK 마운드의 초창기 에이스로 사랑을 받았다. 요즘에는 김광현이 SK 마운드를 떠받치고 있다. 김광현은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이름을 떨쳤다. SK의 보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뒤를 이어 SK의 차세대 에이스를 꿈꾸는 유망주가 등장했다.


우완 정통파 이석재(24). 이석재는 원주고, 경남대를 거쳐 2013년 한국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 2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아 SK의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 12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입단 첫 해 그에게는 1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잔부상에 시달리며 날개를 펴지 못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13경기에 나가 22, 평균자책점 5.36을 올리는데 그쳤다. 자질을 갖추고 있지만 경험 부족에 부상까지 뒤따랐다.


그런 이석재가 올 시즌 기대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1~2월 중국 광저우에서 진행된 2군 전지훈련에서 MVP로 선정됐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SK "신인티를 벗고 마운드에서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다. 여유가 생기다 보니 구속과 제구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미래의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다. 경험만 쌓는다면 토종 에이스의 계보를 이을 후보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석재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작년보다 구위나 제구력이 많이 좋아져서 MVP를 주셨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다."
광저우 캠프에서 김상진 투수코치로부터 혹독한 조련을 받았다. 지난해 시즌 후반 몸이 좋지 않아 한 달 반 동안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훈련을 재개한 것은 12월 중순, 재활군에 합류하면서부터다. 광저우 캠프로 이동해서는 다른 투수들과 똑같이 훈련을 소화했다. 투구 밸런스를 안정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현재 연습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익히고 있다.


주무기는 직구와 슬라이더다. 직구는 광저우 캠프에서 최고 143㎞를 찍었고, 시즌 들어서는 145~146㎞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관건은 변화구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이외에 느린 변화구가 필요하다는 조언에 따라 커브를 연마중이다. 하지만 아직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석재는 "작년 9월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다녀온 뒤로 몸이 좋지 않아 훈련을 중단했다. 12월부터 훈련을 다시 했는데, 전지훈련에 가서 커브를 배웠다. 김상진 코치님이 커브를 권유하셨는데, 아직은 실전에서 쓸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겸손해했다.


느린 변화구 이외에도 이석재에게 필요한 것은 타자와의 적극적인 수싸움. 이석재는 "(2)박경완 감독님은 너무 힘으로만 던지려 하지 말라고 하셨다.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타자와 적극적으로 승부할 줄 알아야 한다고도 말씀해 주셨다. 항상 마음 속에 담아두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라며 밝게 웃었다.


이석재는 야구를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시작했다. 원주중 2학년 때 운동을 하고 싶어 학교 야구부에 입단했다. 고교 2학년때까지 사이드암스로로 던지다 3학년때 당시 안병 감독의 권유로 오버스로로 바꿨다. 처음 오버스로폼에 적응할 때는 스리쿼터 형태로 팔이 오르내렸는데, 대학 1학년때 지금의 폼이 완성됐다.


경남대를 다니는 동안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석재는 직구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대학 다닐 때는 147㎞까지 던졌는데, 주위에 그렇게 던지는 투수가 거의 없었다. 누가 자신있는게 뭐냐고 물으면 스피드라고 했는데, 프로에 와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구속을 더 늘릴 생각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구력이다."



자나깨나 신경 쓴 덕분에 들쭉날쭉했던 제구력도 이제는 제법 모양새를 갖췄다. 이석재는 "예전에는 (제구가)좋은 날은 좋은데, 안 좋은 날은 아예 안 좋았다. 캠프 때 그 차이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볼넷 수도 줄고 많이 안정됐다."라며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석재는 그 흔한 '롤모델'을 두고 연습을 하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길과 스타일을 믿기 때문이다. 지금 그의 목표는 딱 하나 뿐이다. 하루빨리 1군서 자리잡는 것. 이석재는 "지금은 인천에서 혼자 원룸 생활을 하고 있다. 구단에서 강화도에 야구장과 숙소를 짓고 있는데, 내 목표는 그곳이 아닌 문학야구장으로 가는 것이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노재형 스포츠조선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