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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시나브로 다가가는 주전의 꿈, SK 조우형

SSG 랜더스 2014. 7. 7. 09:56

SK 포수 조우형(23)은 2013년 8월26일을 평생 잊을 수 없다. 그날은 2014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가 열린 날이었다. 설마 했는데 끝까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구단은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까지 해왔던 야구인생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부모님을 뵐 낯이 없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흐른 2014년 7월. 조우형은 SK 퓨처스팀의 주전급 포수로 뛰고 있다. 그간 많은 사연이 있었다. 확실한 것은 SK로 와서 조우형이 진짜 포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SK에서 야구공부의 재미를 알다  

조우형은 신고선수로 SK에 입단했다. 신고선수는 등록선수 신분이 아니기에 계약금도 없다. 그러나 장종훈(현 한화 타격코치), 조웅천(현 SK 투수코치), 김현수(두산), 서건창(넥센)처럼 연습생 신화를 써내려간 선수들도 적지 않다. 신인 지명회의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이틀이 흐른 뒤 SK에서 연락이 왔다. ‘신고선수로 뛰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기회를 준 SK의 손을 뿌리칠 이유가 없었다. 지난해 11월 SK에 합류했고, 1월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처음에 SK에 들어올 때만 해도 ‘포수왕국 SK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SK여서 잘 됐다'는 생각이다. 박경완 2군감독과 박철영 배터리코치 등 포수 레전드들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휴일인 월요일만 빼고 매일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훈련의 연속이지만 힘든 것보다 배우는 것들이 많다. 조우형은 “내 야구인생이 정체를 벗어나 발전으로 가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처음에 3군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퓨처스팀의 훈련보조요원이 부족하자 퓨처스팀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여기서 돕다보니 경기출장 기회도 생겨났다. 2군 주전포수 허웅이 다치자 출장기회가 더욱 늘어났다. 박경완 감독은 조우형에게 “선수는 목표를 가져야 된다”고 조언했다. 목표가 있으면 지금이 아무리 힘들어도 기꺼이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조우형이 고되기로 소문난 SK 퓨처스팀의 훈련을 버틸 수 있는 것도 언젠가 1군 선수가 되어서 신고선수에서 정식 등록선수로 신분이 바뀌는 그날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날이 오면 2013년 8월26일의 아픔도 웃으며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



●1군에 서야 하는 절실한 이유, 가족

조우형은 야구를 좋아한 아버지 덕분에 프로야구선수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아버지는 야구부가 있는 강남초등학교로 아들을 전학시키고 야구를 배우게 했다. 자양중-경기고-고려대를 거치는 동안 아버지는 언제나 조우형의 첫 번째 팬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다. SK 퓨처스팀에 있는 지금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화를 해 아들을 격려한다.


2살 어린 동생 조재형도 야구선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조우형의 직속후배다. 경기고 시절엔 형제가 같은 경기에 나간 적도 있었다. 동생은 형의 영향을 받아서 야구에 입문했다. 야구집안이지만 처음에 어머니는 아들들이 운동하는 것을 반대했었다. 어머니는 지금까지 야구장에 딱 한번 왔다. 3학년 때 열린 고려대-연세대의 정기전 때였는데 그 경기를 보고 난 뒤 “야구시키기를 잘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시 조우형은 고연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고,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4학년 때 신인 지명회의를 3달 앞두고 부상을 당했다. 이 탓에 신인 지명을 못 받은 것 같아 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런 미안함을 갚기 위해서라도 기회를 준 SK에서 야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조우형은 굳이 분류하면 수비형 포수에 가깝다. 투수리드나 블로킹, 주자견제 능력에서 비교우위를 갖는다. 스스로도 “포수수비를 볼 때 힘들기보다 재미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해왔던 포수 자리이지만 SK에 와서 새로 배우는 기분이다. “경기를 나갈 때마다 배움이 생긴다”고 말한다.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조우형의 궁극적 꿈은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날을 위해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김영준 스포츠동아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