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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하위 지명, 또 다른 반란을 꿈꾼다. SK 박광명

SSG 랜더스 2016. 6. 4. 12:59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은 높은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지만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KBO리그에서는 최근 오히려 기대가 컸던 드래프트 상위 지명 선수보다 하위 지명 선수 또는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성공도 두드러진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손시헌(NC), 서건창(넥센) 등 신고(육성)선수로 입단한 선수들의 성공이 각 구단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컸다.


SK는 2015년 8월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마지막 선택권을 박광명(23)에게 던졌다. 그리고 박광명이 빠른 성장세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박광명은 동국대를 졸업한 우투좌타 외야수다.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스위치 타자로 뛰다 대학 때 좌타자로 스타일을 고정했는데 빼어난 컨택 능력을 보여줬고, 고교 1학년 때 받은 팔꿈치 수술로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음에도 강한 어깨와 빠른 발을 활용한 안정적인 수비력도 높이 평가받았다.


박광명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대구가 고향인 아버지는 열성적인 삼성팬이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집 안 분위기 때문에 박광명은 자연스럽게 야구에 빠져들었고, 자신이 부모님을 졸라 시작한 야구에서 두각을 보였다. 비록 하위 지명이지만 박광명이 프로 선수가 된 것은 집 안의 큰 경사다. 물론 아버지는 든든한 지원자다.


박광명은 “(드래프트 날에는) 지명되지 못할까봐 가족들과 함께 보지 못했다”며 “아버지가 경상도 분이시라 표현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지명된 뒤 안아주시면서 ‘이제 시작이니까 더 열심히 해서 더욱 큰 선수 되라’고 말씀하셨다. 무뚝뚝하신데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까 더 마음에 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위 지명을) 실망하기보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더 열심히 야구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출발이 좋다. 박광명은 입단하자마자 SK의 대만 퓨처스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그 흐름을 이어 시즌을 치르고 있다. 5월까지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7푼(46타수 17안타)을 기록했다. 17안타 가운데 2루타와 3루타 각각 2개를 기록했고,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홈런도 쳤다.


박광명은 “대만 캠프에서 김무관 타격코치님과 타격에 신경을 많이 썼다. 프로 투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스윙의 궤적에 변화를 줬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어 7타석 연속으로 삼진을 당하기도 했는데 적응을 하면서 좋아지고 있다”며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지금의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코칭스태프도 좋은 점수를 줬다. 김경기 퓨처스팀 감독은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컨택 능력과 타석에서 적극성이 좋다. 그라운드에서도 활발하다. 평소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훈련을 하는 스타일인데 이런 성실성 덕분인지 파워 히터가 아니지만 장타가 종종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광명은 외야수로서 미래에 SK에 필요한 장점을 두루 갖춘 선수다. 준수한 기동력과 강한 어깨가 매력이다. 수비와 주루 플레이에서는 재능에 비해 아직 보완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성장세만 이어진다면 1군에서도 주목할 만한 자원이다.


박광명도 SK에서 기회를 얻은 것에 만족스러워 했다. “인천은 사실 아무런 연고가 없지만 SK의 짜임새 있는 야구를 좋아했다. 또 신인 선수가 성장하기에는 좋은 환경을 다 가진 팀 아닌가. 내게도 좋은 기회가 열려있고, 열심히 준비하면 한 번이라도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프로에서 뛰는 또래 선수들은 좋은 자극제가 된다. 박광명은 같은 동국대 출신의 서예일(두산)을 비롯해 조수행(두산), 하주석, 김주현(한화) 등과 절친이다.


“다 서울 출신 선수들이라 아마추어 시절에 많이 어울렸다. 서예일과는 대학 동기로 지금도 자주 통화하면서 야구 얘기도 많이 하고 서로 도움을 많이 준다. 하주석은 초등학교 때 대표팀에서 함께 야구를 하기도 했다.”


생일이 빨라 한 살 위인 박민우(NC)와도 각별하다. 박광명은 “민우 형은 어릴 적 리틀야구에서 서로 다른 팀에서 뛰었지만 마음이 통하는 데가 많았다. 민우 형도 많이 챙겨줬고 나도 많이 따르는 형이었다”며 “또래 선수들이 잘 된 것을 보면 부럽다. 언젠가는 같이 프로에서 뛰는 모습 상상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박광명은 이어 “프로는 아마와는 다르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많다. 또 시합에서 뛰는 선배들을 이겨내야 기회가 주어진다. 야구에 임하는 자세가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박광명은 짧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야구관이나 생각을 비교적 잘 정리해 차분하게 말했다. 뚜렷한 목표 의식 속에 큰 꿈을 그리는 모습도 성숙했다.


박광명은 “언젠가 누군가 SK에 입단했을 때 외야수로 박광명을 롤모델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누구나 인정하는 프랜차이즈 선수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면서 “신인이라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많이 응원해주신다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서 보답하도록 하겠다. 늘 신인의 자세로 한결같은 꾸준한 모습의 선수가 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스포츠경향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