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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W] SK의 토크콘서트, 서로의 '희망 메신저'가 되다

SSG 랜더스 2017. 6. 28. 11:42

24일 토요일 야구 경기가 시작하기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있는 오후 1시, 유니폼을 입은 100여 명의 팬들이 인천SK행복드림구장 SQ월드로 속속 도착했다. SK의 첫 '토크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SK 와이번스는 몇 주전 구단 페이스북을 통해 하나의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서는 어떠한 설명도 없이 흐릿한 사진과 중계 음성만 나왔을 뿐이었지만, 팬들은 영상의 주인공이 SK 레전드 출신 김재현 SPOTV 위원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 팬들 사이에서 여러가지 추측이 나온 가운데, SK는 24일 김재현 위원의 토크콘서트 개최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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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에게 희망이다

 

24일, 조금은 색다른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김우중, 윤태진 아나운서의 진행 하에 김재현 해설위원은 '투혼'과 '리더의 무게'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자신의 지난 이야기들을 풀어나갔다. 김 해설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주제로 본인이 겪었던 좌절과 역경, 그 속에서의 극복과 희망을 담담하게 전달했다.

 

강연이라 하면 으레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정해져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SK의 토크콘서트에서는 화자와 청자의 역할이 나뉘어있지 않았다. 고등학생부터 취업준비생, 교사 등의 다양한 계층이 자신의 고민을 거리낌 없이 털어놨고, 김재현 해설위원은 팬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심 어린 답변을 내놨다. 비단 김재현 위원 뿐만 아니라 다른 팬의 사연을 들은 또다른 팬이 자신의 경험에 비춰 조언을 건네며 고민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또 '오자토크'로 김재현 위원과의 소통이 시작된 토크콘서트에서는 김재현 위원의 이야기 후 깜짝 준비된 팬들의 영상 편지로 김재현 위원을 놀래키기도 했다. 김재현 위원은 영상 편지를 보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고, '김재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멋진 노래를 선사해 보답하기도 했다. 이어 김재현 위원의 글러브, 유니폼 등 선물을 나누는 시간도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희망이다'라는 슬로건이 더없이 어울리는 두 시간 여였다.


◆토크콘서트 이상의 토크콘서트

 

이날 토크콘서트 참석은 100명 선착순으로 이뤄졌는데, 1만원의 참가비가 있었다. 이 참가비는 한데 모아져 홀트아동복지회에 후원금으로 전달, 올해 '희망더하기' 캠페인 대상자인 입양 대기 아동들의 분유 및 기저귀 값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토크콘서트 한 번에 강연은 물론 팬미팅과 자선행사까지 한 번에 이뤄진 셈이다.

 

토크콘서트를 앞두고 떨리는 마음으로 "나에게도 도전이다.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던 김재현 해설위원은 콘서트를 마친 후 "3만 명이 가득 찬 야구장에서도 긴장이 안됐는데, 100여 명의 팬들 앞에서는 오히려 긴장이 많이 됐다. 많은 분들의 고민도 들어보고 이분들을 통해서 오히려 내가 얻는 게 많았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내 야구 인생을 주제로 서로 희망을 나눴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토크콘서트에 참가한 취업준비생 김상규 씨는 "서로 공감되는 이야기를 나눠서 좋았다. 제대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오늘 토크 콘서트가 도움이 많이 됐다"고 돌아봤고, 김지혜 씨 역시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힘을 얻은 거 같다. 김재현 위원의 도전하는 최선의 삶 속에 내 삶의 방향을 찾은 것 같다"라며 뜻깊은 시간이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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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새롭게, 더 널리' 희망을 전합니다

 

사실 야구단에서 토크콘서트를 연다는 것 자체가 생소한 일이다. SK의 토크콘서트는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인 '따뜻한 울림'을, 더 나아가 희망을 전한다는 구단의 모토를 실행하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됐다. SK 김성용 매니저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강연이라는 프로그램을 생각했다. 흔히 말하는 야구와 같은 인생, 인생과 같은 야구로 숨은 스토리를 이끌어내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준비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강연자 선정부터 스케줄 조율, 장소 섭외까지 몇 달간의 고난을 거듭했고, 모든 조율을 마치고도 일정상의 문제로 날짜를 미뤄야하는 일도 발생했다. 또 토크콘서트의 기획과 성공 여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까지,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다. 그래서 준비는 더 철저하게 이뤄졌다. 첫 강연자가 된 김재현 해설위원과도 세 차례 미팅을 가지며 프로그램의 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토크콘서트 시작 전까지 세심한 준비 절차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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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의 촬영 및 기획작업에 참여한 신원근 PD는 "무엇보다 뻔한 포맷이 되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일반적인 강연회보다는 팬들과 '주고받아야 한다'는 느낌을 주고싶었다"고 돌아봤다. 이소현 매니저 역시 "강연자나 강연을 듣는 사람이 서로 부담이 없는 강연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들의 치열한 고민은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났고, 팬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1회 토크콘서트를 성료한 SK는 올 시즌 최대 5회의 토크콘서트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이소현 매니저는 "한 사람이 5회를 다 와도 지루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일단 7월말을 목표로 하고 있는 2회 콘서트는 규모를 보다 키워 문학시어터에서 열 예정이다. 여전히 준비 과정은 녹록치 않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희망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SK는 '희망 메신저'들의 메신저를 자처하며 경기장 밖에서도 부지런히 뛰고 있다.


조은혜 엑스포츠뉴스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