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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W]2018 주장 이재원, "야구 잘하겠습니다"

SSG 랜더스 2018. 3. 25. 10:14

 

 

 

SK 와이번스의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캠프를 취재했다. 3월 8일이었다. 한화와의 연습경기가 예정됐던 날이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렸다. 일찌감치 평가전은 취소됐다.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 다른 KBO 팀들에 비해 SK의 형편이 나은 점이 있다. 구시카와 구장 바로 옆에 돔 연습장이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이곳으로 옮겨 실내훈련을 할 수 있다. 이날도 그랬다.

 

 기자는 관찰하는 직업이다. 선수들의 실내 훈련을 지켜보던 중, 인상적 장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SK 박경완 배터리코치가 포수 두 명을 앉혀놓고, 긴 얘기를 해주고 있었다. 그 포수는 이재원(30)과 허도환(34)이었다. 순간 든 생각, ‘아, 이제 SK에도 포수가 몇 없구나.’

 

 박경완은 은퇴 해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정상호는 프리에이전트(FA)가 돼 LG로 이적했다. 조인성도 트레이드된 뒤, 이제 두산에서 코치를 한다. 김민식은 KIA로 트레이드 됐다. 이홍구는 군대로 갔다.

 

 그렇기에 SK는 2차 드래프트에서 허도환을 영입했다. 가용할 수 있는 포수의 숫자 자체가 워낙 줄었기 때문이었다.

 

 SK는 2018시즌 우승에 도전할만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위험 요소들을 인지하고 있다. 센터라인 수비력의 약세가 그 중 하나다. 포수, 2루수, 유격수 등의 수비력만 놓고 보면, 우승을 장담하기에 부족한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특히 포수는 투수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포지션이다. SK 프런트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2018시즌은 포수 이재원을 믿고 가기로’ 결론을 내린 셈이다.

 

 이재원도 안다. 팀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그리고 지금 이 시간의 실적이 훗날의 야구인생을 좌우할 것임을.

 

 3월 7일 점심시간 때, 이재원과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재원은 만나는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안겨 준다. 호감을 끌어내는 능력도 프로야구 선수에게는 미덕에 속한다.

 

 SK는 이재원의 현역 생활 이후 커리어까지도 염두에 넣고 있다. 심성은 미래의 지도자감으로 손색없다고 생각한다. 관건은 콘텐츠다. 그 내공을 채울 시험 시간이 이제부터 이재원의 앞에 펼쳐져있다.

 

 이재원은 원래 잘 웃는다. 특히 그때는 더 잘 웃었다. 일부러 더 그런다고 했다. 그가 달가워하지 않는 소리 중 하나가 ‘타격이 안 될 때, 투수리드까지 지장을 받는다’는 말이다. 이재원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색 대신 웃으며 “그런 지적이 들리는 것도 내 탓. 표정부터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포수가 덕아웃에서 얼굴이 굳어 있으면 팀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미국 플로리다 캠프에서 이재원을 주장으로 선임했다. 무려 3차례에 걸쳐 미팅을 했다. 힐만 감독은 이재원에게 무엇을 보려 했던 것일까. 어쨌든 진심을 다해 전했고, 통한 모양이었다. 힐만 감독이 “축하한다. 네가 주장이다”라고 했을 때, 이재원은 “야구 잘 하겠다”고 답했다. 팀을 위해 주장으로서 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말은 없었으리라. 이제 ‘어떻게 잘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찾을 때다. 이재원이 생각한 정답은 ‘팀 플레이어가 되는 것’인 듯했다.

 

 2018시즌은 포수 이재원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가리는 시간일 터다. 켈리~김광현~산체스~박종훈~문승원으로 짜여진 최강 선발진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취약점인 불펜을 포수로서 살려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과연 포수의 투수리드가 투수를 얼마나 돕는지’는 야구계에서 오랜 논쟁거리다. 그러나 이재원은 SK에서 투수의 공을 잘 받아주는 몫 이상을 해줘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재원이 2018시즌에 팀 리더로서, 포수로서 무언가를 보여준다면, SK는 이재원을 전력의 중심에 놓고 미래 전략을 짤 수가 있다. 이재원도 “인천에서만 지금까지 야구했는데 내가 어디를 가겠나?”라며 웃는다. 이재원도, SK 구단도,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도 원하는 그림이다.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야구계 격언이 있다. 그러나 이것도 옛말임이 야구계 곳곳에서 입증되고 있다. 이재원이 잘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그런 선의의 기대 속에서 이재원이 2018시즌을 맞는다. 이재원은 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선수임을 거의 모든 이들이 알고 있다. 이제 증명만 남았다.    

 

스포츠동아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