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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우승의 감격을 팬과 함께 느끼고 싶다.", SK 장내 아나운서 김우중

SSG 랜더스 2015. 5. 1. 09:51

SK 와이번스 김우중 인천SK 행복드림구장 아나운서는 한눈에 봐도 호감형이다. 외모가 수려하고, 목소리도 좋은데다 매너까지 갖췄다. 그 스스로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직업을 천직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김 아나운서는 어렸을 때부터 소위 말하는 '끼'가 많았다. 남들 앞에 나설 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부모님은 체육선생님이 되기를 바라셨고, 실제 4년제 체육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성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제 대학교에 새로 생긴 홈쇼핑학과로 진로를 결정했다. 어린 나이에도 자기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눈을 뜬 셈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여러 방송사에서 리포터로 일을 했다. 행사진행도 낮과 밤, 무대를 가리지 않고 다녔다. 부모님은 내심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우중 씨는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던 중, 2012년 SK와이번스로부터 운명적인 연락 한 통이 왔다.


당시 SK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상태였다. 연고지역인 인천 송도에서 거리 응원을 이끌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중 씨는 야구에는 문외한이었다. 여느 행사처럼 사람들을 흥겹게 만들고 행사에 몰입시키고 싶을 뿐이었다.  의자 배열부터 행사 마무리까지 동참하고, 다시 와이번스와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절친한 친구에게서 뜻밖의 제의를 들었다. “SK에서 야구장 아나운서를 뽑는다더라. 나랑 같이 응시해보지 않을래?” 


한국시리즈 행사를 좋게 봤던 모양인지 SK에서 “면접보러 오라”는 답신을 얻었다. 하필이면 우중 씨는 면접날 지각을 했다. “제가 인천에 살지 않아서 지리를 잘 몰랐어요. 차가 없어서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아무리 가도 인천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제야 제가 수원행 열차를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허겁지겁 되돌아가니 이미 면접시간에 20분은 늦었더라고요.” 



면접장 분위기가 좋을 턱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면접관들이 기다려준 것이 천운이었다. 싸늘한 질문이 오가다 ‘그럼 김우중 씨는 여기 합격하면 다른 행사는 포기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들어왔다. 여기서 우중 씨는 “네. 당연히 다른 행사는 포기 못 합니다”라고 의외의 답을 했다. 이어 “SK 팬 분들 결혼식도 가야 되고, 개업식도 가야 되는데 팬들과의 결속을 다질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왜 놓칩니까?” 그제야 면접관의 얼굴이 풀어진 것 같았다. 우중 씨는 지금도 이 답변 덕분에 면접에 합격했다고 믿고 있다. 재미있는 비화는 당시 함께 응시했던 친구는 정작 떨어졌는데 지금은 넥센 히어로즈의 야구장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다.


막상 해보니 야구장 아나운서는 일반 행사와 차원이 달랐다. 사방이 뚫린 공간에서 팬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발성부터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처음 1년은 발성 학원을 다녔어요. 거기서 머리로 소리를 내는 두성까지 새로 배웠지요.”


처음에는 야구를 잘 모르다 보니 실수도 많았다. 선수 이름을 틀리는 것은 예사였고, 관중들과 함께하기 위해 배모양의 구조물을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는 것도 공포였다. 그러나 이 일을 시작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한 적은 없었다. 야구장 아나운서는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흡인력이 있었다. “부모님을 야구장에 초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아들이 방송일은 하는데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말씀을 못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 일하는 저를 보시고는 이제 ‘내 아들이 이런 일을 한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셨하고 해요.” 비로소 부모님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다시 한번 우중 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천SK 행복드림구장 덕분에 증명할 수 있었다.



어느덧 SK 와이번스와 일을 한 지도 3년째가 되었다. 함께 일하는 SK 프런트 내부에서도 우중 씨의 평판은 좋다. 사실 이번 인터뷰는 자칫 어려울 뻔했다. 우중 씨가 성대결절에 걸린 탓이었다. “사회에 나와 이 일을 하며 단 한번도 목에 이상이 없었는데 성대에 피로도가 쌓인 것 같아요. 말을 아예 못할 지경이었는데 그래도 좀 나아졌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성대결절은 SK가 원정경기를 떠났을 때 생겼다. 입을 벌려 성대에 주사를 맞는 응급치료까지 받았다. 홈경기 때 정상적인 목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뷰도 ‘힘들면 나중에 해도 된다’고 했지만 우중 씨는 “꼭 하겠다. 정 안되면 노트북을 펼쳐놓고 필담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열정을 알 수 있는 대답이었다.


우중 씨는 수 만 명 팬들을 순간적으로 즐겁게 만들 줄 아는 감각을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 같았다. 호감이 있어야 썰렁한 유머라도 통할 수 있는 법이다. 또 야구장 아나운서는 경기 흐름을 꿰차고 있어야 한다. 흐름이 없는 진행은 오히려 민폐다. 그러면서 와이번스 구단이 준비한 마케팅 행사에 대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는다. SK와이번스는 어느 구단보다 팬을 위한 이벤트가 풍성한 팀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진행은 최고의 경기력과 함께라면 더 빛을 발할 것이다. 야구 문외한에서 이제는 ‘SK 와이번스 야구 전도사’가 된 우중 씨도 올 시즌 가을야구를 향한 갈증을 숨기지 않는다. 포스트시즌에서 인천SK 행복드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내고 싶다. 또한, 우승의 감격이 어떤 것인지 팬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멀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영준 스포츠동아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