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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W]‘화려한 재기’ SK 재활 군단, 뜨거웠던 남자들의 겨울 이야기

SSG 랜더스 2018. 4. 21. 10:38

 

추운 겨울이었다. 찬바람은 각자의 상처 부위를 파고드는 듯 했다. 몸도 아팠지만, 마음이 더 아팠다. 남들이 휴식을 취하며 착실하게 2018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이들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바빴다.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남들이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메뚜기처럼 옮겨 다녀야 했다. SK의 재활 군단 이야기다.

 

SK의 지난겨울 화두 중 하나는 바로 부상 선수들의 완벽한 재활이었다.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던 까닭이다. 에이스 김광현은 2017년 1월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고, 차세대 마운드 자원인 김택형도 3월 같은 과정을 밟았다. 이뿐만 아니다. 팀 거포군단의 중심인 한동민은 발목, 김동엽은 팔꿈치에 칼을 댔다. 불펜의 마당쇠인 전유수도 팔꿈치 뼈에 문제가 있었다. 모두 공포의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이들의 재기는 자연히 팀 전력과 직결될 수밖에 없었고, 구단도 큰 공을 들였다. 이 선수들은 지난해 12월에는 괌, 올해 1월에는 미 플로리다주를 찾아 재활캠프를 소화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말 그대로 인고의 시간이었다.

 

마음의 상처, 불안감이 선수들을 짓누르다

 

운동선수는 몸이 생명이자 재산이다. 건강하지 못한 몸은 자연히 선수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선수들은 “재활 기간 동안 몸도 힘들었지만, 마음이 더 아팠다”고 입을 모은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부상 부위가 다시 아프지는 않을까”라는 불안감에 떨었다. 재활은 이런 공포를 이겨내는 기본적인 단계부터 시작해야 했다.

 

김광현은 “나중을 위해 수술을 받는 장면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다 찍어 둔다. 나중에 확인했는데 정말 말로 어떻게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떠올렸다. 한동민은 “발목 부상 후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다른 선수들은 저렇게 다 뛰고 있는데,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강불괴의 몸을 자랑하는 전유수 또한 “수시로 찾아오는 자잘한 통증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김동엽은 완벽히 펴지지 않는 팔꿈치에 당황했다고 말했고, 아직 어린 나이인 김택형은 수술 자체에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 보면 모두 건장한 이 선수들은, 마음속의 공포에 지쳤다 회복되기를 반복했다.

 

재활 과정도 쉽지 않았다. 다들 투구와 타격에 있어 민감한 부위였다. 욕심처럼 쉬이 회복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더딘 페이스에 조바심을 내다, 또 좌절했다,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1월 플로리다 캠프의 훈련량도 예상보다 강했다. 이들을 인솔한 박창민 컨디셔닝코치는 “재활도 재활이지만 시즌을 준비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의 선수들로서는 어쩌면 훈련량이 많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시기였다.

 

의기투합한 남자들, 시련을 이겨내다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이어진 재활의 터널은 길고도 길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을 어루만진 것은 의학뿐만이 아니었다. 동고동락한 코치들은 헌신적으로 이들을 돌봤다. 때로는 강하게 훈련을 시키다가도, 때로는 자상한 조언과 따뜻한 말로 선수들의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이제는 재활과정을 담담하게 돌아보는 선수들은 “코치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강화에서 이들을 돌본 이승호 루키팀 재활코치, 고윤형 컨디셔닝 코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선수들의 도우미를 자처했다. 현역 시절 역시 긴 재활을 경험한 적이 있는 이 코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의 힘든 부분을 착착 짚어냈다. 고 코치는 전문적인 지식은 물론, 선수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타이밍에 따뜻한 말로 흔들리는 마음을 잡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두 코치의 역할 분담이 정말 잘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동엽은 “몸도 힘들지만, 마음이 더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코치님들이 한 말씀씩 해주시는 게 정말 큰 힘이 됐다. 브레이크가 걸렸을 때도 ‘괜찮다. 원래 다 그런 과정을 거쳐 가는 것’이라는 말 한 마디에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광현은 “재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심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옆에서 1년 동안 담당해주신 이승호 코치, 고윤형 코치님이 정말 잘 잡아주셨기에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한 번 더 이야기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 기나긴 터널 끝에는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광현 전유수 한동민 김동엽은 19일 현재 모두 1군에서 뛰고 있다. 김광현은 첫 4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귀환을 알렸고, 한동민 김동엽은 홈런을 펑펑 쳐내고 있다. 전유수도 불펜에서 일익을 담당 중이다. 김택형도 정상적인 페이스로 재활을 소화한 끝에 5월 1군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수들도 이제는 캠프 당시의 일을 떠올리면서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은 마음의 상처까지 모두 깨끗하게 아물었음을 의미한다.

 

모든 공을 “성실히 재활을 한 선수들의 덕”으로 돌리는 이 코치와 고 코치도 노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4월 7일 구단으로부터 ‘SKMS 실천상’을 받았다. 구단은 “주축 선수들의 재활 복귀에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여 선수단 전력 강화에 기여했다”고 시상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는 재활캠프에서 보지 말자”고 웃는 남자들의 해맑은 모습에서, 한기를 물리친 봄 바람을 확인할 수 있다.

 

 OSEN 김태우 기자/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