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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캠프 비하인드 스토리, 서귀포 캠프의 숨은 조력자

SSG 랜더스 2021. 3. 24. 19:03

 SSG 랜더스의 시즌 준비가 한창이던 서귀포 스프링캠프의 어느 날오전 훈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코치들을 포함한 투수조 전원이 그라운드에 둘러 모여 한 사람을 기다렸다주인공은 '그라운드 키퍼김경덕 씨였다.

  김원형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은 제주도 서귀포시의 강창학 야구장에서 치러진 이번 스프링캠프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처음으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에 우려도 많았지만결과적으로 선수단은 안온한 날씨와 환경 속에서 훈련하며 성공적으로 새 시즌을 준비했다하지만 강창학 야구장이 처음부터 완벽한 환경이었던 것은 아니었다캠프 직전까지만 해도 그라운드에는 겨우내 눈과 비가 거쳐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그대로 훈련에 임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미리 캠프지를 찾은 운영팀과 정비팀은 그라운드와 마운드를 훈련에 적합한 상태로 만들어야 했다그 중심에 그라운드 키퍼 김경덕 씨가 있었다문학구장에서 아르바이트로 그라운드 키퍼 일을 시작한 경덕 씨는 퓨처스파크가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때부터 현재까지 강화의 그라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전문가다본격적으로 시즌을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프링캠프경덕 씨는 더 나은 훈련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운영팀과 함께 제주도로 내려와 팔을 걷어붙였다.

 뚝딱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여전히 제주의 기후는 예민했고재료나 장비들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김경덕 씨는 "캠프가 2 1일부터였으니까 시간이 사나흘뿐이었다당장 그라운드를 최대한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했는데가지고 있는 게 삽밖에 없었다"고 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경덕 씨의 설명에 따르면 그라운드는 일교차가 큰 탓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면서 수분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했고흙은 깊숙한 곳까지 젖은 상태였다김경덕 씨는 "원칙적으로 장비를 동원해 흙을 다시 파내고 적절한 흙을 섞어서 다시 다져야 하는데내가 왔을 땐 흙도 장비도 없어 공사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강화에서 김경덕 씨를 오래 본 제춘모 코치의 표현으로김경덕 씨는 누가 봐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척척 해결하는 '보물 같은 존재'였다경덕 씨는 악조건 속에서도 정비를 했던 지금까지의 경험과 노하우를 총동원해 그라운드 살리기에 돌입했다김경덕 씨는 "운영팀 직원들과 함께 삽으로 그라운드를 깊숙이 찔러 스펀지 현상을 깨뜨리고바람과 햇빛에 건조를 시키고 갈고리질을 전체적으로 끝내고 사흘이 지나니 그라운드를 쓸 수 있을 정도가 되더라"고 얘기했다그렇게 랜더스는 새로운 시즌을 위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잠깐의 휴가 때는 정비만을 위해 빠르고 편할 수 있는 항공편 대신 배편을 택하기도 했다강화의 흙을 싣고 오기 위해서였다경덕 씨는 "마운드가 프로 선수들이 쓰기에는 부적절한 흙이라 명절 때 집으로 갔다 이왕 다시 제주도로 오는 김에 자차를 이용해 강화에 있는 단단한 흙을 직접 가지고 왔다그 흙을 여기서 다시 배합해 쓸 수 있게 다져놨다"면서 "투수들이 투구할 때 딛는 발이 밀리게 되면 부상 위험도 있고제대로 된 투구가 안 되니까 굉장히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수조가 김경덕 씨를 기다린 배경에는 경덕 씨의 이런 책임감이 있었다. 투수들은 항상 좋은 마운드와 그라운드를 위해 힘쓴 경덕 씨를 위해 감사의 의미를 담은 선물로 신발 두 켤레를 전달했다. 코치들과 외국인 선수까지 모두 돈을 모아, 휴식일에 시간을 내 직접 정하고 고른 선물이었다.

 제춘모 코치는 김경덕 씨에 대해 "7년 동안 봤는데 한결같이 장인정신이 있는 친구다. 마운드가 이상하면 자존심 상해할 정도"라며 "투수에게는 자기 몸보다 더 예민할 수 있는 게 마운드다. 마운드에 따라서 투구 컨디션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선수들에게 물어보고 또 고민하면서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제 코치는 "여기 처음 왔을 때도 마운드 상태가 좋지 않아서 어떻게 피칭하나 걱정했는데, 다 만들어졌다. 실내 마운드나 그라운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제 코치는 "우리 팀의 보물 같은 존재다. 그래서 선물을 준비했다. 그라운드 키퍼를 위한 선물은 처음 준비한 것 같다. 그냥 투수코치들이 해줄 수도 있었겠지만, 선수들도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십시일반 했다"라고 선물의 의미를 전했다.

 김경덕 씨는 스프링캠프가 치러지는 내내 선수단보다 일찍 출근해 선수단보다 늦게 퇴근하며 그라운드를 만졌다. 훈련 중에도 계속해 그라운드와 마운드를 체크했고, 휴식일에는 대학팀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라운드를 정리해야 했다. 투수조의 선물은 그런 경덕 씨를 향한 보답이자 격려였다. 투수조의 박수 속에서 선물을 받아 든 김경덕 씨는 "눈물이 날 것 같다"라고 감동했다. 그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 잘 만들고 싶었고, 더 완벽하게 하지 못해 아쉬운데 굉장히 고맙다. 선수들이 좋아하니까 보람을 느낀다" "선물도 정말 마음에 든다"라고 웃어 보였다.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