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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SK의 새로운 승부사를 꿈꾸는 신인. 이석재를 만나다.

SSG 랜더스 2013. 6. 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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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2군) 팀은 말 그래도 그 팀의 미래다. SK는 2월 구단의 조직개편을 실시해 선수단 육성 역량을 강화했다. 현재 SK 퓨처스팀에서는 구단의 비전 속에서 유망주들이 성장해 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선수 중 한 명은 우완투수 이석재(23)다.


원주고와 경남대를 졸업한 이석재는 2013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서 2라운드라는 높은 순번으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과 연봉은 각각 1억2000만원, 2400만원. 체격(178cm•74kg)은 크지 않지만 경기 운영능력이 뛰어나고 제구력이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시 이석재의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최고구속이 147km까지 나오고, 변화구 구사 능력이 양호하다. 마운드 위에서 영리한 피칭을 하고 승부근성이 있다’고 적혀있다. SK는 이석재를 즉시전력감으로 평가해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그를 포함시켰다.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직 1군의 부름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석재는 퓨처스팀에서 자신의 역량을 서서히 뽐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함평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KIA와의 경기에서는 완봉승(6-0)을 거두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날 경기에서 이석재는 9이닝 동안 피안타 4개, 4사구 5개를 내주며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고대하던 퓨처스리그 첫 승이 완봉이었다. 8일까지 올 시즌 2군 성적은 6경기 1승 2패 방어율 3.34. 5월 마지막 주에는 구단 선정 퓨처스 우수투수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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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에서 더 강해지는 승부사
완봉승을 거둔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석재는 여전히 당시의 희열을 간직하고 있었다. 6-0으로 앞선 9회말. 그는 볼넷 2개 등을 내주며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김상진 퓨처스팀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다. “이번이 마지막 타자다. 막을 수 있지?” 이석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투구수는 130개를 넘긴 상황이었다. 솔직히 힘이 떨어진 감도 있었다. 하지만 여섯 점 차의 리드를 떠올렸다. “어차피 만루홈런을 맞아도 6-4니까 볼을 던지는 것보다 정면승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볼카운트 0B-1S에서 몸쪽 낮은 직구를 찔렀다. KIA 마지막 타자 고영우의 방망이는 부러졌고 힘없이 뜬공은 유격수 쪽으로 향했다.


“나의 장점 중 하나는 위기관리 능력이다. 승부사라는 이미지를 갖고 싶다”던 입단 인터뷰 당시 자신의 말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투구수는 134개. 이석재는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주로 불펜에서 던져 시즌 초반에는 한계투구수가 80개 정도였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한계투구수가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포수 정상호 선배의 리드가 너무 좋아서 완봉승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슬라이더의 업그레이드와 커브의 장착
신인으로서 스프링캠프에 참여한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1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석재는 “(김)광현이 형과의 만남이 좋은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리그를 대표하는 구종이다. 이석재 역시 김광현의 조언을 들으며, 자신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다듬었다. 그는 “광현이 형에게 슬라이더 그립을 배우면서 슬라이더의 스피드와 각도가 더 좋아졌다”고 했다.


또 한 가지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커브의 장착이다. 김상진 퓨처스팀 투수코치에게 비기를 전수받고 있다. 이석재의 구종은 포심패스트볼, 투심패스트볼, 슬라이더, 서클체인지업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변화구의 구속은 대부분 120km대 후반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석재는 “선발투수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110km대로 구속이 떨어지는 구종이 필요하다”고 자평한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느린 커브로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제구력과 자신감을 무기로 1군 무대를 노린다!
이석재는 150km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0km대 중반. 그래서 다양한 구종과 정교한 제구력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아마야구 수준에서는 A급의 제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약간만 몰리거나 높아도 장타를 맞기 일쑤다. 이석재는 정글과 같은 프로 무대에서 이제 서서히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을 쌓고 있다. 특히 선배들의 조언은 큰 힘이 됐다.


어린 투수들은 베테랑 포수와 호흡을 맞출 때 폭투성의 공이 나오면 미안함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이 던진 공을 블로킹하기 위해 하늘같은 선배가 몸을 날려야 하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이석재의 공을 처음으로 받은 포수는 조인성이었다. 무려 15년 차이의 대선배. 하지만 조인성은 “나는 너의 선배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포수다. 네 공을 받고, 막아낼 의무가 있다. 내가 블로킹 하는 것에 대해 전혀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덕분에 이석재는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퓨처스팀에서 박경완과 호흡을 맞출 때도 비슷한 조언을 또 한번 들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과 책임감은 더 커졌다. 이석재는 “과감하게 승부하는 투수, 타자를 압도하는 승부사가 되고 싶다”고 자신의 목표를 밝혔다. 퓨처스리그 무대에서의 완봉승으로 이제 그는 ‘싸움닭’의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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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SNS를 통해 보내준 이석재 선수에 관한 질문
-1군에 올라오면 꼭 상대하고 싶은 타자는 누군가요? (트위터 @cherryhee2)
NC의 권희동 선수와 꼭 맞대결을 펼치고 싶습니다. 권희동 선수와는 경남대 동기인데 지난 번 NC가 원정을 왔을 때 권희동 선수가 1군 언제 올라오냐며 약을 올려서 마운드에서 꼭 되갚아주고 싶습니다.


-9회말 2사 만루 풀카운트에 던질 구종은? (페이스북 한성현)
몸쪽에 빠른 직구를 던져 삼진을 잡고 싶어요 제 직구를 믿고 던질 수 있다면 어떤 타자가 나와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에서 ‘친한 선후배가 많은 팀에 지명돼 더 좋았다’ 라고 했는데 친한 선후배는 누구인가요? (미투데이 tnrud)
원주고 2년 선배인 조성우, 김재현 선수와 경남대 1년 선배인 이윤재 선수가 가장 많이 챙겨주시는 편입니다. 저도 많이 따르고 있고요.


-힘든 퓨처스리그 생활을 이겨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페이스북 Doori Lee)
가장 힘이 되어주시는건 역시 가족입니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프로선수가 되지 못했을거에요. 프로 입단 후에는 1군 마운드에서 활약할 제 미래를 꿈꾸며 힘을 내고 있습니다.


-백넘버 100번이 다소 생소한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트위터 @Dinamicyi)
제가 백넘버를 정할 때 95, 96, 100번만 남아있다는 말에 세자리 숫자라 특이하고 눈에 더 잘 띄는 100번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번호를 바꾸고 싶어요. 번호가 크니까 너무 무거워서요. 하하


스포츠동아 전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