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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변화의 바람’ SK, 가고시마에서 찾은 희망의 흔적

SSG 랜더스 2014. 12. 1. 09:22

SK가 2015년 재도약의 발판이 될 가고시마 마무리훈련을 마쳤다.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30일까지 한 달 이상 이어진 이번 마무리훈련에서 SK는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베테랑 선수들의 주도 하에 모든 선수들이 한 곳으로 똘똘 뭉쳐 팀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새로운 시도가 이끌어낸 변화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무조건적인 훈련보다는 생각이 중심이 되는 능동적인 훈련, 그리고 선수들의 마음까지 보듬으려는 코칭스태프의 배려가 뭉쳐 ‘힐링’의 마무리훈련이 만들어졌다.


날씨도 좋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훈련하기 딱 좋은 날씨. 그 환경 속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본 김용희 SK 신임감독은 “날씨가 많이 도와주는 것 같다”라고 흐뭇하게 웃었다. 물론 그 웃음이 날씨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달라진 분위기, 달라진 선수들이 모여 만드는 ‘달라진 SK’의 가능성을 확인한 베테랑 감독의 만족감도 함께 묻어나왔다. 가고시마로부터 SK가 만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김용희 리더십, 분위기와 체질을 바꾸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번 마무리훈련을 앞두고 SK의 새 선장으로 추대된 김용희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몰아붙이는 훈련보다는 능동적인 훈련을 강조함으로써 SK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선수들의 훈련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캠프도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마무리훈련에 참가 중인 선수들은 하나같이 “분위기가 너무 좋다”라며 입을 모았다. 


이른바 시스템 야구, 그리고 마이너스의 리더십을 지향하는 김용희 감독은 “무조건 하라고 해서 하는 훈련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선수들이 이 훈련을 왜 하는지 알고 훈련을 할 때 효율성이 생긴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마무리훈련은 선수들의 심신을 달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지론을 가지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 훈련 비중을 높인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144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체력적인 회복에 중점을 둔 것은 타 팀 마무리훈련과의 최대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마무리훈련 일정만 봐도 이런 김 감독의 의중을 알 수 있다. 올해 마무리훈련의 첫 일정은 웨이트트레이닝이었다. 두 조로 나뉘어 각자 경기장에 도착한 선수들은 가볍게 몸을 푼 뒤 일정에 맞춰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몰려들었다. 그간 마무리훈련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은 보통 하루 일정의 중·후반에 배정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힘든 기술훈련 이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자연스레 지친 상황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좀 더 체력적으로 신선한 상태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라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의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훈련을 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훈련 강도는 셌다. SK의 하루 일과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점심 식사시간은 30~40분 남짓. 식사를 마친 선수들은 곧바로 장비를 챙겨 다음 일정에 대비해야 했다. 코칭스태프들의 독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베테랑 선수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니 다른 선수들도 요령을 피울 시간이 없었다. 베테랑 선수들의 몫을 강조한 김용희 감독이 이번 캠프 들어 가장 칭찬한 부분이다.


느슨한 행위에 대해서는 곧바로 가감 없는 질책이 이어지기도 했다. 수비 훈련 중에서 그랬다.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플레이를 하지 못하자 김 감독이 모든 선수들을 마운드 위에 불러 모아 좀 더 기본에 충실한 훈련을 해줄 것을 당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조금 느슨해질 만하면 이어지는 코칭스태프의 지적에 선수들도 하루 내내 집중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대신 선수들이 너무 빡빡하게 훈련하지는 않도록 배려했다. 이를 테면 연습경기를 한 날은 조금 일찍 숙소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캠프 분위기가 처지지 않고 끝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왜 하는지를 알아라” 의식 변화 프로젝트

SK의 올해 마무리훈련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띈 것은 바로 야간 특강이었다. 이번 마무리훈련에 앞서 “기량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도 노력하겠다. 프로선수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정신적인 부분도 많이 강조할 것”이라고 공언한 김 감독의 기조가 야간 특강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코칭스태프들은 돌아가며 특강을 하며 서로간의 의식차를 줄이는 것은 물론 선수들이 어떤 방향으로 훈련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훈련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조했다. 생생한 현장의 체험이 묻어나오는 이 특강에 선수들도 귀를 기울였다.


야간 훈련을 과감하게 없애고 실시한 특강이었다. SK는 캠프 초반에는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야간 훈련을 했다. 그러나 동선이 불편했다. 선수들이 오후 4시쯤 숙소에 들어와 씻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경기장에 나가 훈련을 해야 하는데 왕복 30분가량의 이동거리가 있어 시간적으로 손해였다. 여기에 캠프 중반 이후에는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도 있었다. 이에 김 감독은 캠프 중반 이후 야간훈련을 하지 않는 대신 ‘정신 교육’을 실시했다.


오후 6시까지 훈련을 한 선수들은 숙소에 들어와 씻고 저녁 식사를 한 뒤 강의장에 몰려들었다. 코칭스태프들이 돌아가면서 메뉴를 준비한 덕에 주제는 다양했다. 그 중 구단 관계자들이 가장 호평한 프로그램이 바로 트레이닝 파트의 릴레이 특강이었다. 이번 마무리훈련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강조한 김 감독은 “웨이트트레이닝은 지루하다. 하지만 꼭 필요하다. 선수들이 왜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의의를 뒀다.


태릉선수촌에서 첨단 트레이닝 기법을 경험했던 김용진 트레이닝코치는 선수들에게 웨이트트레이닝의 효과를 강조했다. 그리고 그 효과가 나오려면 12주는 꾸준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단순한 말이 아닌 과학적 분석 자료와 실제 사례로 보기 쉽게 설명해 선수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 관계자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중도에 포기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12주는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는 자료와 함께 모든 선수들이 알게 됐다.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선수들의 눈빛이 가장 반짝인 특강 중 하나였다.


다음 바턴을 넘겨받은 허재혁 컨디셔닝코치도 관련된 강의를 이어갔다. 그 12주를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어떠한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며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하는지 보충 설명을 했다. 다시 바턴을 이어받은 이형삼 컨디셔닝코치는 그런 과정에서 부상을 어떻게 방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특강을 했다. 주제가 연속성을 가지며 선수들의 이해를 도왔다. 한 선수는 “정말 알기 쉽게 설명을 하시더라.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한 관계자는 “특강 이후 선수들이 웨이트 비중도 높이고 평소 잘 먹지 않았던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들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서 한국에서 더 공수했을 정도”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기술적인 훈련도 중요하지만 이런 정신적인 부분의 성장도 이번 마무리훈련의 최대 성과였다. 의식이 바뀌어야 선수들의 근본적인 태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도 프로선수들이 갖춰야 할 의식, 기본적인 매너, 팬들에 대한 자세 등을 수시로 강조하며 변화의 물줄기를 이끌어나갔다. 김 감독은 캠프가 종료된 뒤 “코칭스태프와 고참 선수들이 생각 이상으로 잘 따라줘서 한달 내내 좋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그라운드 밖에서도 다양한 강의를 접하며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숙해졌다. 선수단 모두에게 유익한 캠프였다”라고 총평했다. 그리고 가고시마 땅에서 얻은 모든 것은 기술과 정신 향상은 물론, 내년 도약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밑거름을 잘 뿌린 SK는 이제 내년 1월 중순 시작될 스프링캠프를 통해 본격적인 도약대를 만들어 갈 것이다.


김태우 OSEN 기자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