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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군제대 유망주 윤중환, "이제 물러날 수 없다"

SSG 랜더스 2013. 12. 10. 17:27

 

 



남자에게 '군대'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SK 외야수 윤중환(23)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 928일 제대한 윤중환은 이에 앞선 10일 경찰야구단을 3년 연속 퓨처스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군생활의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입대 당시에는 장성우와 장원준(이상 롯데), 윤지웅(LG), 오정복(NC) 등에 가려 주목 받지 못했지만 2년 동안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하면서 180도 다른 선수로 탈바꿈에 성공했다. 그는 "(입대 전) 경찰청이나 상무에 꼭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확실한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자평했다.

 

올 시즌 경찰청에서 주로 1번 타자로 배치된 윤중환은 타율 0.311, 1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을 펑펑 때려낼 수 있는 펀치력보다 2루타 20개와 3루타 3개가 말해주듯 중장거리 파워를 갖춘 이른바 갭 히터(Gap Hitter). 도루를 11개나 성공시킬 정도로 다리가 빨라서 우중간으로 빠지는 타구에 여지없이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공격적인 러닝이 가능하다. 볼넷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퓨처스리그 전체 1(52/2위 두산 김동한 43)에 오를 정도로 선구안이 빼어나 출루율도 0.416으로 수준급이다. 그는 "원래 잘 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홈런 타자가 아니어서 '볼을 하나라도 더 보고 치라'고 감독님이 말씀하시곤 했다. 1번 타자를 주로 맡아 공을 많이 보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놀라운 사실은 윤중환의 프로 입문기다. 윤중환의 올 시즌 2군 기록이 빛나는 이유는 2009년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그의 이력 때문이다. 양천중-성남고를 졸업한 윤중환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하고 어렵게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야구를 두드러지게 잘한 건 아니지만 드래프트를 앞두고 '어느 팀에서 널 뽑을 거다'고 주변에서 말씀해 주셨었다" "하지만 지명되지 않아서 속상했다. 당시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서 대학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1~2년 안에 잘린다'고 신고 선수에 대한 좋지 않은 평이 있었지만 이왕 야구를 시작한 거 프로에 가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스물 세 살의 나이. 군 문제까지 해결한 윤중환은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다. 김현수(두산)와 손시헌(NC) 이대수(한화) 이지영(삼성) 등 프로에서 활약 중인 신고선수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재목이다. 그는 "(신고선수로 자리를 잡은 선수들을 보면) 자극이 많이 된다"며 각오를 다졌다.

 

 


윤중환과의 Q&A

- 경찰청에 다녀온 게 많은 도움이 됐나.

"감독님께서 꾸준히 경기에 내보내주셔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투수와의 수싸움과 컨택트 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 물론 힘도 늘어났다."

                

-롤 모델을 꼽자면

"팀 내에서는 조동화 선배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많이 챙겨주셨다. 같은 신고선수 출신이라서 자기랑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하시더라. 룸메이트도 하면서 밥도 많이 사주셨다. 팀 밖에서는 LG 이병규(등번호 9). 초등학교 6학년 때 경기 뛰는 걸 처음 봤는데 스트라이크존을 빠져 나가는 것을 치는데 그게 안타가 되더라. 그런 컨택트 능력을 닮고 싶다."

 

-볼넷이 많은 게 적극성이 떨어져서 그렇다는 평가도 있는데.

"김경기 타격코치님도 그러셨다. 볼도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하시더라. 아무래도 1번 타자라서 투수들이 집중해서 던지니까 치기 힘들더라.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대해선 수긍한다."

 

- SK 외야가 다른 구단에 비해 두꺼운 편인데.

"군대에 있을 때 TV로 보면 '아 진짜 제대해도 막막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 하지만 경기에 뛰기 위해 경쟁에서 이기도록 노력하겠다."

 

- 각오는

"군대를 다녀와서 이제 물러날 곳도 없다. 못하면 팀을 나가는 것 밖에 없다. 열심히 해서 SK 외야수들을 다 따라 잡겠다. 박경완 퓨처스 감독님도 '제대하고 왔는데 (마무리 훈련을 가지 못했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고 하던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기죽어 있을 수 없다."

 

배중현 일간스포츠 기자 bjh102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