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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덕수고 3관왕 주역' SK 외야 신인 나세원, "삼진은 두렵지 않다"

SSG 랜더스 2014. 1. 28. 10:25


비룡군단의 외야는 철옹성이다. 하지만 더욱 강해질 준비를 이미 마쳤다.

 

SK는 지난해 8월 열린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마운드 보강에 중점을 두고 선수를 지명했다. 하지만 놓칠 수 없는 2명의 외야수가 있었다. '만능 플레이어' 이진석(충암고·4라운드)과 덕수고를 지난해 전국대회 3관왕으로 이끈 나세원(8라운드)이었다.

 

SK 팬들이 주목해야 할 이름이 바로 '나세원'이다. 이진석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져 후순위 지명으로 밀렸지만 가능성만큼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하위권 픽의 반란을 준비 중이다. 나세원은 고교시절 빠른 발을 이용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조평안·김규남과 함께 '덕수고 외야 3인방'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이미 디펜스는 고등학생 수준을 넘어선 수준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2013 고교리그 성적안 타율 0.250(68타수 17안타) 1홈런 17타점. 타율이 빼어난 건 아니지만 장타율이 0.456일 정도로 펀치력이 좋다. 원래 양손잡이였던 그는 우투우타로 야구를 시작해 오른팔을 부상당한 후 좌투좌타로 전향, 이후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좌투우타로 돌아간 독특한 이력까지 갖추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숙소 생활을 시작한 나세원의 하루 일과를 그와의 인터뷰를 기초로 재구성해봤다. 

 


나세원의 하루 시간표

 

#07:00

 ()철우형의 코 고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숙소는 원래 4 1실이지만 미국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난 코치님들의 빈자리 때문에 요즘엔 6명이서 똘똘뭉쳐 한 방에서 잔다. 서로 부대끼면서 자는 게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참 좋다. 오늘 아침 식사는 뼈해장국으로 해결했다. 아침을 먹고 늦어도 8시 20분까지는 야구장에 도착해야한다. 그래서 아침은 늘 분주하다.

 

#09:00

 대부분의 1군 선수들이 스프링캠프를 떠나서인지 문학구장이 썰렁하다.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정적이 감돈다. 간단하게 몸을 푸니 컨디션이 좋다. 9시에 송도로 가는 구단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금은 광저우 캠프를 가기 전이라 오전에는 디펜스 훈련에 집중한다. 박정환 수비코치가 외야로 펑고를 날려주는데 오늘따라 놓치는 게 하나도 없다. 베테랑 안치용 선배도 몸놀림이 좋다. 가끔씩 해주시는 농담에 선수단 분위기가 밝아진다. 오후 130분까지 훈련인데 시간이 참 빨리 간다.

 

#13:30

 송도 구장에 밥 냄새가 진동을 한다. 문학구장에서 출발한 밥차가 도착한 모양이다. 급식처럼 개인별로 퍼서 먹는데 오늘은 김치와 돼지불고기가 입맛을 돋운다. 룸메이트인 ()진석이, ()승진이, ()우형이와 함께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마쳤다. 운동 후 먹는 밥이라 정말 꿀맛이다.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문학구장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30분의 이동거리. 온통 머릿속에는 타격에 대한 생각뿐이다.

 

#15:00

 배팅과 러닝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오후 훈련이다. 러닝 훈련은 정말 힘들다. 매일 지겹지 않게 스케줄이 정리돼 있지만 숨이 턱까지 올라온다. 윤재국 주루코치가 초시계를 재기 시작했다. 폴앤폴을 시작으로 400m 달리기, 왕복 달리기까지 다리에 쥐가 나기 직전까지 뛰고 또 뛴다. 100m 12초 중반에 달리 수 있지만 정진기 선배를 비롯해서 팀내에는 정말 빠른 선수들이 많다. 자연스럽게 반성이 된다. "여기서 멈출 수 없다".

  

#17:30

 오늘 저녁 메뉴는 삼겹살이다. 대부분의 음식이 맛있지만 최고는 역시 삼겹살이다. 식사 시간이 좋은 건 선배들이랑 함께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다. 오늘은 안치용 선배 옆에 앉았다. 후배라고 해서 어렵고 그런 게 없을 정도로 정말 잘 해주신다. 먹고 또 먹다보니 어느새 3인분을 먹었다. 저녁에 있을 웨이트 시간에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18:20

 김용진 트레이닝 코치님의 지도를 바탕으로 웨이트가 시작됐다.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난다. 하지만 파워를 기르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다. 지금 흘리는 땀이 미래의 내 모습을 결정하지 않겠나. 오후 8시까지가 공식적인 훈련시간이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오늘은 개인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용진 트레이닝 코치님이 마지막까지 남아 내 웨이트를 도와줬다.

 

# 21:00

 모든 일과가 끝나고 문학구장 바로 옆에 있는 사우나를 찾았다. 시원하게 땀을 빼고 난 후 삼삼오오 모여서 함께 10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3개월째에 접어든 프로 생활의 짤막한 하루가 이렇게 끝이 난다. 하루가 참 길었지만 오늘도 보람찼다.

 


일문일답

-SK에는 공교롭게도 덕수고 출신이 없다.

 "드래프트 되고 나서 보니까 없었다.(웃음). 아무래도 덕수고가 서울에 있어서 우선지명 때문에 서울팀에 많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신기했다."

 

-프로 생활은 어떤가.

 "지금은 딱히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다. 3개월 동안 생활해보니 다들 열심히 목표를 잡고 운동을 하더라. 확고한 목표 의식이 없으면 나태해지겠다고 느꼈다. 주변에서 '프로에 가면 멘붕(멘탈붕괴)이 오겠다'는 말을 했는데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겠다. 정말 치열하다."

 

-경쟁도 많겠다.

 "SK 외야가 두텁지 않나. 무엇보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든다. 같이 연습을 하고 있지만 당연히 경쟁 심리도 있다."

 

-본인의 장점은 뭔가.

 "찬스에 강하다. 어렸을 때는 어깨가 강해서 공 던지는 것도 자신이 있었다. 방망이도 당시에는 잘 맞고 그랬는데 요즘은 좀 아쉽다."

 

-방망이가 잘 맞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봤나.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다고 주변에서 말씀하신다. 즐겁게 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그게 계속 딜레마다. 컨택트 능력을 지금보다 더 키우고 싶다."

 

-보기 드문 좌투우타인데.

 "경주 동천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우투우타였다. 하지만 공을 너무 많이 던지면서 오른팔에 무리가 왔다. 병원 측에선 '그만두고 공부를 해라' 이렇게 말하더라. 하지만 경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을 역임하신 고모부(권혁기 씨)가 어렸을 때부터 내가 양손을 다 쓰는 것을 아시고 왼손으로 던져 보라고 권유하셨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양투양타였다. 어떤 경기에서는 왼손으로 3이닝, 오른손으로 3이닝을 던지곤 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하나로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상경력이 없는 좌투우타를 선택했다."

 

-롤모델을 꼽자면.

 "'저 선수처럼 하고 싶다'는 건 있다. 바로 LA 다저스의 푸이그다. 천방지축이지만 찬스에 강하고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사고를 친다는 건 아니다.(웃음) 삼진은 두렵지 않다. 3타수 3삼진을 당해도 좋다. 하지만 찬스가 오면 기회를 살리고 싶다. 삼진은 두렵지 않다."

 

배중현 일간스포츠 기자 bjh1025@joongang.co.kr


사진 출처 : 풀카운트 제공(www.facebook.com/2strike3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