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더스 스토리

[공감(共感) W] '박재홍 은퇴식' 팬들의 얼굴에서 보람을 느끼다

SSG 랜더스 2013. 5. 20. 08:48


 


또 한 명의 대스타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리틀 쿠바' 박재홍은 18일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리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경기 시작 전부터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2만 6573명이라는 많은 관중이 찾아 '선수' 박재홍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박재홍의 '우익수 홈 송구'로 시작된 이날 경기가 끝나자 '선수' 박재홍을 떠나 보내는 은퇴식이 치러졌다. 


그렇다면 이날 박재홍의 은퇴식 이면에는 어떠한 사실들이 숨어 있을까. 박재홍을 비롯해 구단, 이날 중계방송을 담당한 XTM까지 세 가지 시선으로 이날 은퇴식을 되돌아 본다. 1편 ''선수' 박재홍, 마지막 문학구장 찾던 날'을 시작으로 2편 ''박재홍 은퇴식' 팬들의 얼굴에서 보람을 느끼다', 3편 'XTM에게 박재홍 은퇴식은 운명'이 차례로 찾아간다.


지난 1월 24일. 박재홍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5일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재홍은 은퇴식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오늘 민경삼 단장님이 오셨다. 은퇴식을 성대하게 치러주신다고 하시는데 기대 한 번 해도 될까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이 때부터 SK의 은퇴식 준비는 시작됐다.

 

하지만 박재홍의 은퇴식은 은퇴 선언 이후 4달여가 지난 뒤에야 열렸다. 시즌 시작 이후만 보더라도 한 달 보름여가 지났다. 팬들로서는 아쉬울 법 한 일이다. 물론 SK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우선 박재홍이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MBC스포츠플러스에서 중계하는 날이 고려됐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관중이 많이 오는 주말 경기로 은퇴식 일정을 잡아야 많은 팬들 속에서 박재홍의 은퇴식이 치러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날이 4월 20일 KIA전이었다. MBC스포츠플러스 중계는 아니었지만 관중이 많은 토요일 경기로 일정을 잡았다. 반응은 예상 외였다. 환호 대신 아쉬움을 토로했다. 왜 그랬을까. 표 예매가 2주 전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예매가 시작된 이후 은퇴식 거행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다. 박재홍 은퇴식을 좋은 자리에서 보려고 했던 팬들은 구단의 늦은 발표에 반발했다.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 급박하게 일정이 결정되다보니 미처 예매 부분을 신경쓰지 못한 것이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첫 번째 은퇴식 계획은 틀어졌다. 비가 내리며 경기가 우천취소된 까닭이다. 그리고 두 번째 잡힌 일정이 5월 18일 롯데전이었다. 이번에는 예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미리 팬들에게 알려 지난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이날 은퇴식 주인공은 박재홍이었지만 이를 준비하는 이들은 SK 마케팅 파트를 비롯한 응원단 등 구단 사람들이었다. 비록 조연으로도 언급되지 않지만 박재홍을 최고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이날 내내 동분서주했다.

 

구단 관계자와 응원단 등은 1시부터 구장에 나와 은퇴식을 준비했다. 물론 행사를 완벽히 마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그들이지만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늘었다. 또 다시 비 예보가 생긴 것이다. 이날 인천에는 오후 6시부터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오후 3시에 박재홍이 구장에 도착했다. 이 때부터 프런트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마케팅팀 김재웅 매니저는 박재홍과 이날 내내 함께 했으며 홍보팀도 박재홍과 시시각각 의사소통했다. 마케팅 파트는 미리 짜여진 은퇴식 계획을 박재홍과 논의했으며 때로는 그의 의사를 행사에 반영하기도 했다.

 

이후 박재홍은 구단 관계자들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SK 와이번스 임원일 대표이사도 박재홍과 만나 환담을 나눴다. 임 대표이사는 "구단 레전드로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고 팀의 성적에도 큰 기여를 했다"며 "아쉬움도 크지만 앞으로도 야구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좋은 해설자, 그리고 좋은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박재홍은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날 문학구장은 박재홍을 위한 하루였다. 경기 전에는 박재홍 은퇴기념 응원수건이 배포됐으며 오후 4시 30분부터는 그라운드에서 팬 사인회가 진행됐다. 시구 역시 박재홍의 몫이었다. 경기 중간 열린 이벤트와 영상의 주인공 모두 박재홍이었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 예보보다도 빨리 시작됐다. 경기 시작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경기내내 그치지 않았다. 결국 이날 경기는 7회초 강우콜드게임이 됐다. 그럼에도 SK는 "박재홍 은퇴식을 보기 위해 찾은 팬들을 위해 은퇴식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박재홍의 은퇴식이 시작됐다. 비로 인해 경기 시작 당시의 관중수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1루쪽 관중석은 박재홍의 은퇴식을 보기 위한 팬들로 가득찼다. 경기장이 암전되고 박재홍의 그동안의 활약상이 담긴 하이라이트가 전광판을 통해 상영됐다. 

 

이후 핀조명은 줄곧 박재홍만을 비췄다. 박재홍의 은퇴사에 이어 그라운드 순회 퍼포먼스, 기념 사진액자와 유니폼 전달식, 꽃다발 전달식, 카퍼레이드가 진행됐다. 비라는 변수는 계획을 약간 틀어지게 했지만 박재홍을 떠나 보낸다는 아쉬움과 함께 이날 은퇴식의 운치를 더하기도 했다.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불꽃놀이가 계획대로 진행되며 수많은 불꽃들이 문학구장을 수놓았다.

 



마지막은 팬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박재홍은 응원단상에 올라가 감사함을 표한한 뒤 팬들과 함께 연안부두를 합창하는 것으로 은퇴식이 마무리됐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박재홍 근처에서 행사를 도왔던 마케팅 파트 팀원들의 옷은 모두 흥건히 젖었다. 그래도 별다른 변수 없이 은퇴식이 잘 마무리됐다는 점에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마케팅 파트 팀원 중에는 은퇴식 종료 이후 박재홍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이날 내내 박재홍 옆에 있었던 김재웅 매니저 역시 박재홍을 배웅한 뒤에야 한숨을 돌렸다. 김 매니저는 "비가 많이 와서 걱정 됐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돼서 다행인 것 같다"며 "혹시나 비 때문에 팬들이 많이 떠나면 박재홍 선수가 마음 상하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악조건 속에서도 많은 팬분들이 경기장을 지켜 주셔서 감사하다"고 이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박재홍 선수께서 평소에 강하신 분인데 이날 울컥하시는 모습이 몇 번씩 있더라. 박재홍 선수에게도 정성이 닿은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매니저는 "암전이 된 상태지만 핀 조명에 빚춰 팬들의 얼굴이 보였다. 팬들의 다양한 감정이 섞인 표정을 보다보니 그래도 이날 고생한 보람이 느껴졌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비록 돋보이지도 않으며, 나를 위한 것도 아니었지만 주인공과 또 그를 위해 경기장에 끝까지 남은 팬들의 표정 속에 하루동안의 피곤함도 잊을 수 있었던 구단 사람들이다.


고동현 마이데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