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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야구장에서 그리는 나의 미래, SK 포수 이윤재

SSG 랜더스 2014. 4. 17. 20:27




쓸만한 포수가 없어서 난리다. 이런 프로야구 판에서 SK는 포수 걱정에서 자유로운 몇 안 되는 구단 중 하나다. 현재 정상호와 조인성, 두 명의 포수가 건재하고 이재원이 포수 수업을 받고 있다. SK의 포수 계보는 박경완 퓨처스 감독의 현역 때부터 굳건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이란 위업을 달성한 뒤 SK는 육성에 구단 운영의 방점을 찍고 있다. 올해 새로 박 감독이 퓨처스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래 포수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 가운데 박 감독이 주전 포수로 점찍은 선수는 예상을 깬 선택이었다. 1군 경험이 전혀 없는 이윤재(25)라는 대졸 포수를 낙점했기 때문이다.


이윤재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의 7라운드 지명(전체 55순위)을 받고 프로에 입문했다. 그러나 아직 1군 경험이 없기에 신인 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 사이에 신고선수로 신분이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끝까지 1군의 꿈을 품고 포기하지 않았고, 조금씩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운명처럼 다가온 야구

 이윤재는 경북 경주의 흥무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부에 입문했다. 그런데 실제 야구를 시작한 것은 4학년부터다. 4학년까지 소년 이윤재는 다른 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우연히 흥무초등학교에 놀러갔다가 야구 연습하는 것을 처음 봤다. 눈 앞에서 야구를 하는 광경을 보고 소년은 완전히 매료됐다. 마침 야구부 감독이 이윤재를 보고, “야구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했다.

소년 이윤재는 부모님께 말하지도 않고, 야구부 연습에 동참했다. 낮에 다니던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면 흥무초등학교로 가서 야구 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렇게 다닐 수는 없었다. 결국 부모님에게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으나 이윤재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승낙을 받았고, 5학년 때 흥무초등학교로 전학을 했다.


●포수는 나의 천직

 처음부터 포수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체구가 작아 투수는 어려웠고, 내야수로 시작했다. 포수가 된 것은 경주중학교에 입학한 뒤였다. 주전 포수였던 선수가 2루 송구가 안 되자 감독은 어깨가 좋은 이윤재를 찾았다. 다른 건 몰라도 어깨 하나는 자신 있었던 이윤재는 그렇게 포수가 됐다. 처음엔 너무 무서웠다. 공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고, 블로킹 훈련은 고되기만 했다. 너무 힘들어 경주고등학교에 다닐 때 “투수를 시켜 달라”고 감독에게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체중을 10kg 찌우면 투수 전향을 허락하겠다는 말에 실제로 그렇게 했다.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막상 투수를 해보니 역시 녹록하지 않았다. 결국 이윤재 스스로 “다시 포수를 하겠다”고 요청했다. 그 다음부터 포수 자리에서 벗어난 본 적이 없다.



●야구인생의 기로에서 나온 SK의 지명

 고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가고 싶었지만 지명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경남대학교에 입학했다.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고, 프로 구단에서 관심 있어 한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러나 3학년 때의 부상으로 인해 졸업까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프로 구단의 지명을 못 받을 것 같아 두려웠기에 체육교육학을 전공해 교생실습까지 해뒀다. 야구를 그만두고 교사를 해야할 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때 대학 감독님이 “신인 드래프트까지 해보고 결정하자”고 만류했다. 그리고 드래프트 날, 숙소에서 TV를 보는 데 드래프트 도중 앞 순위만 마치고 중계가 끝나버렸다. 결과를 몰라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훈련을 하는데 감독이 다시 불렀다. 야구를 계속 하느냐 마느냐, 운명의 순간. 감독의 첫마디는 “축하한다”였다. SK가 막판에 지명을 해준 것이다. 이윤재의 미래는 교실이 아니라 야구장에 있었다.


●1군 무대에 서는 그 날을 위하여

 이윤재는 1군에서 뛰기에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인정한다. 다만 그 부족함을 메워가고 있다고 자신한다. 퓨처스팀에 있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훈련량이 아니라 ‘여기에 내 미래가 있을 것이냐’는 막연함과의 싸움이었다.


 이런 이윤재에게 박 감독의 존재감은 한줄기 빛이다. 연습생 출신에서 한국프로야구 레전드 포수로 은퇴한 박 감독은 이윤재에게 기술적인 조언 외에도 늘 의욕을 북돋아주려고 한다. 이윤재는 “계속 경기에 출전하다보니 경험과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진다. 1군의 포수 선배들을 꼭 따라잡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하다 보면 1군 무대에 서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영준 스포츠동아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