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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야구장에서 솔로 탈출, 어때요?

SSG 랜더스 2017. 6. 28. 11:41

솔로세요? 안들어오고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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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 외야의 ‘하이트펍’에 큰 현수막이 달렸다. 이곳은 SK가 기획한 ‘솔로 홈런’ 이벤트가 열린 장소였다. 

야구장 데이트.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장면이다. 같은 팀 유니폼을 입고, 치킨과 맥주를 즐기며 함께 응원을 하는 그림. SK 야구단이 솔로들에게 그 꿈을 이뤄주기 위해 획기적인 이벤트를 마련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솔로들을 모아, 야구장에서 소개팅을 주선한 것이다. 최초의 야구장 소개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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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솔로 남성 28명, 여성 28명이 인터넷 신청을 통해 한자리에 모였다. 참가자들은 각자 부여된 번호에 맞게 테이블에 앉았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함이 흘렀다. 상대방보다는 TV, 스마트폰에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김우중 SK 장내 아나운서의 진행 속에, 2분 소개팅이 시작되자 장내는 시끌벅적해졌다. 치킨과 맥주가 테이블에 오르자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다. 

남성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이야기를 마친 후 다음 테이블로 장소를 옮겼다. 남성들은 그렇게 모든 테이블을 돌며, 새로운 만남을 가졌다. 단순히 자기소개로 끝나는 건 아니다. 야구 경기 5회가 끝나자, ‘치맥’과 함께 야구를 관람하면서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다. 안타 시 3초간 손깍지, 득점 시 팔짱, 홈런 시 포옹 등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며, 한층 더 가까워졌다. 

이 행사는 SK 와이번스 고객가치혁신그룹의 박슬기 매니저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박 매니저는 “저도 솔로이고요, 게스트 하우스에 갔을 때, 처음 본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야구장에서는 그럴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기회를 주면 자유롭게 놀 수 있다고 생각했죠. 3일 만에 인원이 모두 찼어요. 직접 보니, 참가자들이 이렇게 야구에 집중을 안 하고, 서로에게 집중할 줄은 몰랐어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야구 관람이 끝나고, 대망의 ‘커플 매칭’ 시간이 찾아왔다. 참가자들은 마음에 들었던 이성을 기억했다가, 3개의 번호를 써서 제출했다. 서로의 번호가 겹치면, 커플이 탄생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최종 발표를 앞두고 56명의 참가자들이 자기 어필의 시간을 가졌다. 

“제발 뽑아주세요”, “저보다 재미있는 사람은 없어요. 사석에서 만날 기회를 드릴게요”라는 남성들의 이야기부터, “저는 술을 잘 마십니다”, “아파트 청약이 있습니다”라는 여성들의 강력한 어필까지. 간절함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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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커플 발표의 시간. 투표 용지를 합산한 끝에 총 4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커플이 된 유성태(23)씨는 “여기 하이트펍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인데, 우연히 행사를 알게 돼서 지원했습니다. 사실 기대는 크게 안하고 왔는데, 커플이 됐어요. 말이 잘 통하고, 가장 괜찮았어요. 야구를 보러 다시 오겠습니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함께 커플이 된 김예빈(24)씨는 “치킨과 맥주, SK를 사랑해서 참가하게 됐고요, 친구가 추천해서 참가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여기 있는 분들 모두 같은 SK 팬이고,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어요”라고 했다. 

커플 매칭에는 실패했지만,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혼자 행사에 참가한 임동준(22)씨는 “같이 지원한 친구들은 다 떨어졌어요. 저는 운이 좋았죠.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재미있고,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같은 테이블에 앉은 친구와 호흡이 잘 맞아서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SK라는 공감대가 있으니까, 얘기하기도 편했어요”라고 했다. 

어필 시간에 한 프로그램에서 나온 인기곡 ‘나야 나’를 열창하며, 적극적으로 참가한 서동주(30)씨는 “다년간 솔로였고, 야구장에서 처음 진행하는 소개팅이라고 해서 신청을 했어요”라고 했다. 서씨는 행사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편에 속했다. 그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좋았어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서 종이에 썼는데, 그 분이 제 이름을 썼을지는 모르겠네요. 다음에 또 오고... 아니 여기서 잘 돼서 안 와야죠”라며 밝게 웃었다. 

행사는 4쌍의 커플이 탄생하면서 끝이 났다. 참가자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야구장을 떠났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낸 참가자들은 따로 모여 뒤풀이를 즐겼다는 후문이다. 어쩌면 그곳에서 더 많은 커플이 탄생했을지 모른다. SK 야구단의 이 획기적인 이벤트는 솔로 야구팬들에게 새로운 인연을 선물했다. 구단은 이날 매칭이 된 커플이 다시 경기장에 방문할 시 홈런커플존 및 이벤트 참가 등의 혜택을 통해 팬들의 솔로탈출을 축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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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서는 매일같이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기에 웬만큼 신선한 이벤트가 아니라면 대중의 주목을 받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 SK가 개최한 솔로홈런 이벤트는 그동안 야구장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최초의 ‘커플 매칭 프로그램’으로써 야구가 중심이 되는 이벤트에서 벗어나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행사로 팬들뿐만 아니라 많은 미디어들의 관심을 받았다. ‘

야구장에서 이런 이벤트도 가능해?’ 처음 ‘솔로 홈런 이벤트’ 기사를 접했을 때 팬들의 반응처럼 SK는 앞으로도 팬들을 위한 발상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며 그동안 야구장에서 볼 수 없었던 기발한 팬 서비스들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선수민 스포츠조선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