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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W] 2017시즌 SK와이번스 결산 : 스포테인먼트의 궤적에 담긴 ‘방향’의 의미

SSG 랜더스 2017. 11. 22. 15:58


 SK 2000 KBO리그에 들어왔다. 그 해 총 관중은 8 4,563, 평균 1,281명으로 리그 최하위수준. 도원구장 시절의 숫자다. 일반적으로 프로야구 신생팀이 창단되면 처음엔 관중이 오기 마련이지만 SK 는 신생팀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최소한의 기대감마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인천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 속에서 199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냈던 현대가 서울 입성을 전제로 수원으로 떠났다. 인천 야구팬들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쌍방울 레이더스의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SK선수단은 SK의 홈 필드인 인천 팬들에게 애정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웠고 이런 분위기에서 인천에 야구단 살림을 차렸으니 사람이 올 리 없었다. ‘물려받은 유산이 없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였다.

 

 인천은 인구수 측면에서 서울, 부산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도시로 꼽힌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서울의 베드타운 기능이 강하다. 일에 지친 인천시민들이 퇴근 후 야구장을 찾기란 쉽지 않기에 접근성 면에서 불리했다. 잠실구장이 장사가 잘 되는 것은 홈 팀인 두산, LG의 고정팬들도 있지만 KIA, 롯데, 삼성, 한화 등 다양한 지역에서 상경한 원정구단 팬들이 찾는 효과도 크다. 그러나 인천은원정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여의치 않은 환경이다. 관중이 많이 찾는 SK 홈경기는 KIA 혹은 한화전일 때가 많다. 인천에 호남, 충청 유입 인구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SK 2002년 문학구장(현재 명칭 인천SK행복드림구장)으로 이주했다. 메이저리그 야구장에 부럽지 않은 최신식 구장이었다. 인프라 효과로 관중이 40 2732명까지 늘었다. 평균관중은 6,102명이었다. 2003년은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좀처럼 퀀텀 점프를 하지 못했다. 30~40만 관중의 박스권에 갇힌 셈. 야구장에 팬을 불러올 어떤 필연성이 결여됐다. 2006시즌까지는 창세기이자 암중모색기였다. 그리고 2007시즌부터 SK는 그 필연성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2007시즌을 준비하며 SK는 스포테인먼트를 내걸었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조어다. 야구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걸친 강력한 서비스 강화와 함께 프런트는야구를 보지 말고, 팬을 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후 스포테인먼트는 ‘2008년 스포테인먼트 2.0’, ‘2009년 스포테인먼트 2.0+’, ‘2010년 그린스포츠’, ‘2011년 에듀스포테인먼트까지 연속성을 띠며 발전했다.

 

 2007년 홈 관중이 656426명까지 튀었다. 범접할 수 없을 줄 알았던 평균관중 1만 명(1419)을 돌파했다. 더 이상 비인기구단이 아니었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해냈다. 순식간에 메인스트림 구단이 됐다. 2008 70(75 4547), 2009 80(841270), 2010 90(983886) 그리고 2012 100만 관중(1069929)을 넘어섰다.

 

 SK는 이 중흥기 6시즌 동안 전부 한국시리즈에 나갔다. 이 가운데 3차례 우승을 했다. 이른 바왕조 시절이다. 그러나 산이 높을수록 골도 깊었다. 영광의 시대가 남긴 상흔은 남았다. 스포테인먼트는 압축성장에 성공했지만 SK왜 야구단을 하는가라는 화두를 재설정할 시점과 마주했다.

 

 2013년 이후 2017년까지 5년간, SK철학적인 팀이 됐다. 야구가 아니라 가치를 추구했다. 일관된 가치 아래, 구단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업이었다. ‘왜 야구를 하는가?’, ‘어떻게 이겨야 하는가?’, ‘팬 서비스는 무엇인가?’, ‘효율성은 어디서 찾을까?’ 같은 류의 질문이다. SK 사람들이 이런 말을 직접적으로 꺼낸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행적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순 있다.

 

 2012년을 정점으로 SK의 홈 관중 숫자는 양적 측면에서 완만한 하락세를 그렸다. 80~90만 관중 선이었다. 2017시즌 관중은 892541명이었다. 평균 관중 12396명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기, SK의 성적이다. 2013 6(912041), 2014 6(829822), 2015 5(814349), 2016 6(865149), 2017 5위였다. 이 숫자가 유의미한 것은 SK에 고정 지지층이 발생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80만 명의 팬이 SK를 떠받치는 지지선이다. 2000(시즌 관중 8만 명 대) ()에서 시작한 SK의 시즌 관중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을 뿐, 세계 프로스포츠 마케팅 역사에서 보기 드문 스몰마켓 개척 사례다.

 

 SK 관계자는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찾는 팬 데이터베이스 분류 작업을 해봤다. 젊은 층의 비율이 타 구단에 비해 높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승부에 함몰되지 않는 여성 팬, 가족 팬 층이 두텁다. 야구경기가 아니라 야구가 끝난 뒤, 불꽃놀이가 보고 싶어서 오는 팬도 있다고 한다. SK 와이번스는 야구가 아닌고객만족이라는 가치를 파는 집단에 가깝다.

 

 야구경기 콘텐츠 측면에서도 SK컬러를 창출했다. 홈런의 야구, 남자의 야구가 그것이다. SK 2017 234개의 팀 홈런을 기록했다. 홈런 2위 두산(178홈런)을 압도했다. 단일시즌 KBO리그 역사상 이렇게 많은 홈런을 친 팀은 없었다. SK 야구의 의외성은 팬들을 열광시킨다. 그리고 SK 하면 떠오르는 어떤 임팩트를 생성하고 있다.

 

 SK의 홈런의 이면에는 합리성이 있다. SK는 세이버매트릭스를 중시하는 팀이다. SK 프런트는 고위층부터 야구 통계에 관한 이해도가 높다. 전통적으로 실무자의 발언권을 보장해주는 조직문화가 강하다.

 


 선수 스카우트부터 육성, 트레이닝, 코칭까지 SK의 홈런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치밀하게 기획된 상품이다. 이런 물결은 홈런을 넘어 피칭, 주루, 수비 등 다른 분야로 확장될 것이다. 외국인감독 트레이 힐만을 영입한 배경도 SK 야구의 현대적 흐름을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컸다.

 

 그런 점에서 SK는 아직미완인 팀이다. 채워질 것이 많다는 얘기다. 적어도 SK는 모방하지 않는다. SK만의 길(SK Way)을 걷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경구가 떠오른다.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스포츠동아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