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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W] 이진영 코치가 가져올 2020년 SK 타격의 변화

SSG 랜더스 2020. 4. 28. 11:10

이진영(40) SK 타격코치. 10여 년 전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은퇴 직전까지 꾸준히 주전으로 뛰면서 늘 '팀에 필요한 존재'로 남았다.

20년간 KBO 리그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외야수 이진영은 2018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으로 지도자 연수를 다녀왔다. 동시에 국가대표 전력분석원으로 활약하면서 지난해 11 2019 프리미어12에 출전한 '김경문 호'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SK는 그런 이 코치에게 올 시즌 1군 타자들의 지도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SK '선수' 이진영의 첫 소속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2007 SK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인 이 코치는 늘 유쾌한 성격이지만, 야구를 대할 때만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그 진가를 가장 잘 아는 팀이 바로 SK.

 

실제로 이 코치는 지도자로 SK 유니폼을 다시 입자마자 선수 시절처럼 팀에 긍정적인 DNA를 심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오랜 프로 생활을 통해 쌓아 올린 풍부한 경험과 여러 지도자들의 조언은 '코치 이진영의 밑거름'이다.

 

"선수 생활을 20년간 하면서 수많은 타격코치님을 만났다. 아무래도 내 타격폼이 일반적이지 않았으니 그런 부분을 이해하시는 분과 이해 못하시는 분으로 나뉘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양쪽 코치님들 모두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로선 지금 선수의 마음, 그러니까 이 선수가 어떤 걸 하고 싶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빨리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기술적으로 많은 걸 알려주려 하기보다는, 선수들이 본인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 느끼게 하고 궁금한 부분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면서 편하게 소통도 하는 코치가 되고 싶다."

 

선수들도 이 코치의 열정에 화답하고 있다. 지난해 호주 마무리캠프와 올해 미국 스프링캠프 이후 많은 선수들이 종종 인터뷰에서 '이진영 코치님 조언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했다. 이 코치는 이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먼저 질문하는' SK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면서 몸을 낮췄다.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선수들이 잘한 거지 내가 도운 건 딱히 없다. 다만 두 번의 캠프 동안 나와 함께한 과정에 만족하고 있는 선수들이 일부 있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만약 내가 좋은 얘기를 했다고 해도 선수들 스스로 노력하고 보완을 했기 때문에 결과가 따라온 거지, 나는 옆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게 약간의 팁을 준 것 외에는 딱히 한 게 없다."

 

최대한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코치, 최선을 다해 지도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좋은 결과로 이끌고자 하는 타자들. 벌써부터 이진영 코치와 SK 타자들은 궁합이 척척 맞는다. 또 다른 타격 코치인 박재상 코치 역시 양쪽 모두와 코드가 잘 맞고 소통도 원활한 터라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난다. 이뿐만 아니다.

 

이 코치의 지도관은 염경엽 SK 감독이 추구하는 '생각하는 야구' '자신만의 루틴' '질적인 훈련' 등의 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 이진영 코치 스스로는 시간을 많이 들여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야 했던 세대지만, 요즘 선수들에게는 "훈련 시간이 많든 적든 얼마나 집중해서, 그 시간을 본인에게 도움이 되도록 쓰느냐가 첫 번째로 중요하다"는 지론을 펼치고 있다. 

 

"감독님은 코칭스태프 미팅 때도 항상 그 부분을 강조하시고, 나도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다. 호주 캠프 때부터 선수들에게 강조했던 것도 '집중력이 떨어진 그 순간부터는 운동이 아닌 노동'이라는 것이었다. 힘들게 노동을 할 바에야 충분히 쉬는 게 낫다. 선수들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해서 훈련에 임하고, 체력이 떨어지거나 힘들다고 느꼈을 땐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늘 당부하고 있다."

 

이 코치는 요즘 유독 선수들에게 '여유 있는 타이밍으로 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연수를 다녀온 뒤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서 SK 야구를 봤는데, "유독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이 전부 늦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유에서다. 팀에 오자마자 SK 타자들의 시즌 데이터를 받아 찾아 보니 직구, 특히 초구 직구 타율이 많이 떨어지고 인플레이 타구가 무척 적다는 점도 발견했다. 타격의 첫 번째 기본을 '타이밍'이라 생각하는 이 코치가 '여유'를 강조하게 된 이유다.

 

"투수가 공 100개를 던지면 그 중에 50개 정도는 패스트볼 계열 아닌가. 직구가 왔을 때 못 치거나 타이밍이 늦으면 (안타를 칠)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타이밍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가장 많이 얘기했다." 늘 그렇듯이, 말한 대로 하는 선수들이 있고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여유 있는 타이밍으로 쳤더니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본인이 스스로 느끼는 게 가장 좋다. 연습경기 전후로도 선수들에게 '안타를 치든, 못 치든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훈련 때 느낌이 어땠는지, 그걸 실전에서 해보니 스스로 좋았는지 안 좋았는지만 내게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

 

이 코치는 SK에 애착이 깊다. 현역 시절 LG KT를 거치긴 했지만, 프로 첫 팀이자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전성기를 보낸 팀은 SK. 지도자가 돼 그 팀에서 첫 발을 내딛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하다. 새출발 직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영향으로 시즌이 연기되는 아쉬움을 겪었기에 이 코치는 더 개막일(5 5)이 기다려진다.

 

"처음 프로에 들어와 한참 야구를 즐거워하고 잘할 때, 나는 SK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 팀이 창단하고 첫 우승하는 장면을 다 지켜봤고,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올 수 있었기에 '고향팀'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10년 넘게 다른 팀에 있다. 오랜만에 다시 왔는데도 전혀 낯설지 않다. 김강민, 김성현, 이재원 등 예전에 함께 운동하던 선수들이 지금 고참이 돼 있고, 박재상 코치를 비롯한 예전 동료들이 지금 다 코치가 돼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팀 자체는 예전과 많이 다르고 새로운 부분도 많겠지만, 그런 부분은 내가 또 바꾸고 맞춰가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색함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 돌아오게 돼 기쁘다."

일간스포츠 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