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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W] 이현석-현원회, '캡틴' 이재원 뒤 받칠 SK의 미래가 영글고 있다

SSG 랜더스 2021. 2. 19. 17:11

피칭머신에선 쉴 새 없이 공이 튀어나왔다. 두툼한 포수 글러브와 마스크를 쓴 선수들은 줄줄 흘러내리는 땀에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가면서 공을 받기에 바빴다. 속도, 위치에 관계없이 정확하게 공을 잡는 이들의 훈련은 꽤 오랜 시간 반복됐다. 제주 서귀포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SK 포수들의 모습이다.

올 시즌 SK의 화두 중 하나는 이재원의 뒤를 받칠 백업 포수가 누가 되느냐다. 이재원이 지난해 부상 아픔을 털고 복귀해 주장으로 새 시즌을 힘차게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체력 소모가 크고 부상 위험도 도사리고 있는 포수 자리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백업과의 로테이션이 필수. 김원형 감독 체제로 변신한 SK가 올 시즌 성공하기 위해선 이재원의 뒤를 확실하게 받쳐줄 백업 포수가 나타나야 한다.

이현석(29)과 현원회(20)는 이런 SK의 포수 경쟁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선수. 지난해 이재원의 부상 때 주전 기회를 부여 받았던 이현석이나, 프로 2년차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실력을 증명해야 할 현원회 모두 김원형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는 팀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20시즌 이현석은 SK 입단 후 가장 많은 58경기에 출전했다. 100타석 이상을 소화했고, 프로 데뷔 첫 도루도 성공시켰다. 하지만 1군에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지지 못한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현원회는 퓨처스(2)리그에서 56경기에 출전해 경험을 쌓는데 집중했지만, 1군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기 위해선 꾸준한 발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 시즌 SK 포수진은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 코치가 맡고 있다. 2011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SK 유니폼을 입은 세리자와 코치는 기본기를 중시하면서 포수들의 재능을 발전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 속에 10년 간 KBO리그 포수들을 지도 중인 '포수 장인'이다. 이런 세리자와 코치의 지도 아래 이현석과 현원회의 잠재력도 한층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리자와 코치는 "이재원은 좋은 어깨를 갖고 있지만 포구에서 발전해야 한다. 현원회는 포구 능력이 좋지만, 송구를 좀 더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업 포수는 결국 수비가 중요하다.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SK 포수진이 더 강해지기 위해선 두 선수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세리자와 코치는 "이재원의 나이가 적지 않다. 젊은 포수들이 잘 해줘야 한다" "두 선수는 장차 이재원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타격 재능까지 포함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현석은 작년에 1군 경험을 했다. 현원회도 (이번 캠프를 통해) 1군 경험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다면, 가장 좋은 그림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석은 "작년을 생각하면 후회가 크다. 부족함을 크게 느꼈고,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기회가 온다면 정말 잘 잡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자 하고 있다. 뭐든 하나라도 더 찾아서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현원회는 "지난해엔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열심히 하려고만 했다. 이번 서귀포 캠프에서 코치님, 선배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으며 어떻게 해 나아가야 할지 차츰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석과 현원회 모두 세리자와 코치가 바라보는 수비 발전의 시각에 잘 맞춰 나아가고 있다. 이현석은 "수비적인 부분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 (서귀포 캠프에서는) 프레이밍, 블로킹을 강화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원회는 "코치님께 최대한 많이 여쭤보려 한다. 수비적인 부분을 많이 배우고 싶다. 그 안에서 내 강점인 방망이도 잘 살려보고 싶다"고 했다.

두 선수는 선후배 관계지만 엄밀한 경쟁자 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캠프에선 발전과 상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현석은 "현원회는 정말 가진 많은 포수다. 수비나 타격 모두 재능이 뛰어나다. 장차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선수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현원회는 "2군에 있을 때 '우리 팀 수비는 현석이형이 가장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모든 경기를 보고 배우려 하는데 잘 안되더라. 이번 캠프를 통해 궁금한 점을 많이 여쭤보는데, 그때마다 잘 알려주셔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처럼, 두 선수는 당장의 성공보다 언제든 팀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포수가 되고자 하는 눈치다. 이현석은 "작년에 내게 기회가 주어질 줄 몰랐던 것처럼, 언제 기회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기회는 항상 온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원회는 "당장 기회가 온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내 야구를 정립해야 할 시기 아닌가 싶다. 나만의 야구를 정립하고 싶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