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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W]SK, 타격의 언어를 바꾸다

SSG 랜더스 2018. 7. 31. 10:13

 

 

 SK 와이번스의 팀 타율은 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순위로는 10구단 가운데 6위에 위치한다. 선수 개개인별로 봐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규정타석 기준 타율 10걸 가운데 SK 와이번스 소속인 선수는 없다.

오랜 기간 사람들은 타율을 공격력의 ‘언어’로 활용해왔다. 우선 타율의 계산은 안타 개수를 타수로 나누기만 하면 돼서 간편하다.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야수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뻗는 짜릿한 안타는 공격력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하다. 국제회의에서 영어가 공용어이듯 선수부터 코치와 감독, TV의 중계진, 언론, 그리고 팬들까지 이 공통의 언어 하나를 통해 소통해 왔다.

 

<기존 언어의 문제점, 그리고 새로운 언어의 필요성>

 

그러나 타율이라는 기존의 공용어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하나는 타율이라는 지표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팀의 목표인 득점과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점이었다. 공격력을 보다 잘 설명할 새로운 공용어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해답으로 제시된 것이 장타율과 OPS다.

 

2011년 <비욘드 더 박스 스코어>라는 미국의 세이버메트릭스 사이트에 기재된 글에 따르면, 타율의 연도별 상관관계는 0.41에 불과하다. 직전 시즌의 타율이 다음 시즌의 타율을 41%밖에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직전 시즌에 높은/낮은 타율을 기록했다고 해서 다음 시즌에도 비슷한 타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반면 장타율과 OPS는 각각 0.63씩을 기록하며 63%라는 유의미한 설명력을 보였다. 바로 이 두 지표가 SK와 힐만 감독이 주로 강조하고 지향하는 바다.

 

SK의 제이미 로맥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약을 앞두고 낮은 타율을 들어 “정교함이 떨어진다”라는 약점을 지적받았지만, SK 프런트는 별 고민 없이 그와 재계약했다. 그리고 올 시즌 로맥은 현재 0.330의 높은 타율과 동시에 힘까지 갖춘 완벽한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SK 프런트가 일찍이 주목한 그의 파괴력은 이번 시즌에도 변함이 없다.

 

두 번째 문제점은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야구 경기에서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많은 득점을 해야 한다. 물론 안타를 칠수록 득점할 확률은 높아지므로, 팀 타율과 득점의 상관관계는 0.89로 높은 편이다. 문제는 타율보다 설명력이 더 높은 지표들이 있다는 것이다. 장타율과 OPS는 각각 0.93과 0.96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력을 훨씬 선명하게 보여준다.

 

다시 SK의 예시로 돌아와 보자. 타율로만 봤을 때 평균 이하였던 SK 와이번스의 공격력은 정말로 평균 이하일까? 그렇지 않다. 장타율, 그리고 OPS에 있어 SK 와이번스는 2위에 위치한다. 단순한 안타가 아니라 강하게 때린 장타를 강조한 팀의 전략은 들어맞았고, 그 결과 SK 와이번스는 (타율과 달리) 리그 평균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언어의 고급화>

 

장타를 노린 SK 와이번스의 전략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리고 비룡의 비상과 더불어 우리는 야구의 공격에서 타율만을 논하지 않는다. 가벼운 팬들 또한 장타율과 OPS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안타’와 ‘아웃’만 있었던 흑백사진에서 벗어났고, 잘 맞은 타구와 장타라는 스펙트럼이 추가된 컬러사진을 얻게 되었다. 야구라는 이름의 사전이 있다면, SK는 그 페이지를 한층 더 두텁고 세련되게 만들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