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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W]홈런공장 SK, 이제는 완성형 타선을 향해

SSG 랜더스 2018. 7. 1. 18:32

#조금씩 진화하는 홈런 공장’ SK, 이제는 완성형 타선을 향해

 

 요즘 SK팬들이라면 홈런 2개는 볼 수 있다는 특별한 기대감 속에 야구장을 찾을지 모른다. 깨끗한 타격음과 함께 허공을 가로지르는 시원한 홈런 타구는 수많은 야구 득점 방법 중에 가장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해 야구의 이라 불린다. 그런 홈런을 KBO리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팀이 SK.

 

 SK는 올 시즌(1일 현재) 77경기에서 132홈런을 날렸다. 경기마다 1.7개 이상의 홈런을 치는 셈이다. 이런 홈런 속도로 시즌 144경기를 모두 마쳤을 때 무려 245개의 홈런을 볼 수 있다. 지난해 KBO리그 역대 한 시즌 팀 최다 홈런 기록(234)을 갈아치운 SK 방망이가 또 다른 신기록을 향하고 있다.

 

 이제 홈런은 SK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장타 강화에 시선을 뒀던 리빌딩의 기초가, 빠른 시간 내에 가장 확실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 창단해 세 차례 우승하며 신흥 강호로 떠오른 SK 무기는 수비와 조직력이었다. 이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SK는 비교적 작은 안방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장타라는 팀 컬러를 선택했다. 힘있는 타자들을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2015시즌 중반 LG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던 거포 자원 정의윤을 영입한게 홈런 프로젝트의 출발이었다.

 

 이듬해부터 SK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간판타자인 최정이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개인 최다 40홈런을 날린 최정은 생애 첫 (공동)홈런왕에 오르며 성공적인 거포 변신을 알렸다. 또 정의윤은 개인 최다인 27홈런을 터트려 팀의 4번 타자 고민을 지웠다. 여기에 LG에서 데려온 최승준까지 19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SK의 팀 홈런은 전년도 145(5)에서 182홈런(2)으로 크게 늘었다.

 

 SK의 홈런포는 점차 위력을 더하고 있다. KBO리그 역대 팀 홈런 기록을 새롭게 쓴 지난해에는 최정이 홈런왕 타이틀(46홈런)을 지켰고, 새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인 제이미 로맥까지 31홈런을 날려 쌍포를 완성했다. 여기에 팀의 기대를 받는 젊은 타자 한동민(29), 김동엽(22)까지 부쩍 성장해 홈런 옵션 다양화에 성공했다. SK는 무려 9명이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KBO리그 역사에서 팀 200홈런 기록이 나온 것은 5번 뿐이다. SK의 화력은 그 가운데서도 단연 최고다. 지난 시즌 SK는 경기당 평균 홈런은 1.625. 2위인 2003시즌 삼성(133경기 213홈런·경기당 1.601)의 페이스를 크게 앞질렀다.

 

 2018홈런 군단의 색채는 더 짙어지고 있다. 2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최정은 3연패를 향해 순항 중이다. 25홈런(2)을 날리며 홈런 경쟁에서 꾸준히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동민, 김동엽 역시 각각 22홈런(3), 20홈런(8)을 기록하며 미래의 홈런왕을 기약하고 있다.

 

 

 

 2년차 외국인 타자 로맥의 진화로 폭발력이 극대화됐다. 로맥은 지난해 2005년 킷 펠로우(롯데)가 갖고 있던 대체 외국인 타자 홈런 신기록(23)을 갈아치우는 인상적인 장타쇼를 벌였다. 극단적인 모 아니면 도식의 타격이 치명적 약점으로 꼽혔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난 겨울 바깥쪽 변화구 대응력을 키운 로맥은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올 시즌 타율(0.2420.320)은 물론 장타율(0.5540.625), 출루율(0.3440.404) 등 주요 타격 지표에서 로맥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리그 홈런 역사가 SK 타자들에 의해 새로 쓰여진다. 초반부터 무수히 쏟아진 홈런 속에 리그 3만번째 역사적인 홈런의 주인공도 로맥(610일 대전 한화전)이 차지했다. 현재 흐름이라면 4’는 무난히 30홈런을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면 SK는 역대 최초로 30홈런 타자를 4명 보유한 팀이 된다. 프로 통산 11번째 개인 통산 300홈런 기록에 4개 차로 다가선 최정은 이만수(1983·1984·1985), 장종훈(1990·1991·1992), 이승엽(2001·2002·2003), 박병호(2012·2013·2014·2015)에 이어 역대 4번째 홈런왕 3연패에 도전한다. 이들 넷이 끌어가는 홈런 공장’ SK는 사상 최초의 두 시즌 연속 200홈런과 더불어 팀 최다 홈런 기록 경신까지 시야에 두고 있다.

 

 사실 급작스런 홈런 증가에는 그림자도 있다. SK는 지난 시즌 홈런 외 공격 지표가 좋지 않았다. 낮은 팀 타율(0.271)과 출루율(0.341) 등 일단 주자가 나가는 빈도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힘들게 주자가 나가더라도 홈런이 아니면 불러들이는게 쉽지 않았다. 압도적인 홈런수가 온전히 득점력으로 흡수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답답한 경기가 있었다.

 

 다행히 올 시즌은 그 약점을 조금이나마 보완한 모습이다. 2(KT 100)를 여유있게 제친 압도적 홈런 레이스 속에 달리는 야구(2017시즌 도루 성공 53/실패 422017시즌 49/21)로 색채를 덧입혔다. 홈런에 편중됐던 전체적인 공격 기록도 조금씩 균형을 찾고 있다. 무엇보다 여전히 적극적으로 큰 스윙을 하는 팀이지만 삼진(568·5)을 조금 줄이면서 볼넷(243·6)을 늘려 투수와 끈질긴 승부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SK는 올 시즌을 치르면서 또 다른 고민과 마주했다. 주축 홈런타자들의 타율이 떨어졌다. 로맥을 제외한 주요 선수들의 타율이 2할 대 중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진 방망이에 홈런 페이스도 조금 더뎌졌다.

 

 SK의 마지막 우승은 2010년이다. SK는 그로부터 10년 이내 또 다른 우승의 꿈을 품으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토종 에이스 김광현이 건강하게 돌아온 마운드부터 하나둘씩 퍼즐을 맞춰가는 현재까지 과정은 나쁘지 않다. 여기에 확실한 공격 옵션이 된 홈런이 대권 도전에 있어 매력적인 팀 컬러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폭발력 만큼은 이미 KBO리그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짜임새에 있어서는 아직 문제점을 안고 있는 과도기에 있다. ‘가을야구를 경쟁하는 SK 홈런포는 또 시험대에 선다. SK 방망이가 홈런 군단변신 성공을 완성형 타선으로 이어갈까. 그 도전을 바라보는 것이 SK팬들에겐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다.

 

스포츠경향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