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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천생연분' 이재원·김다혜의 신혼이야기

SSG 랜더스 2015. 4. 23. 14:18

SK 이재원(27)은 새신랑이다. 지난해 12월 결혼해 이제 신혼생활 넉 달째. 달콤한 신혼을 마음껏 누리자니 너무 바쁜 프로야구 선수지만 사랑스러운 아내 김다혜(28) 씨의 따뜻한 손길에 올 시즌은 어느때보다 더 힘이 날 것같다. 세상 착하게 생긴 모습처럼 순한 성품도 비슷하게 닮은 이 커플은 무려 9년 동안 연애한 보기 드문 청춘이다. 부부의 연을 맺기까지 오랜 러브스토리를 들어보니 운명과도 같은 깊고 끈끈한 줄이 이어져 있었다.



신랑은 ‘엄친아’

한때 ‘엄친아’라는 말이 대유행했다. 착하고 공부도 잘 하고 못 하는 게 없다는, 본 적은 없지만 이야기는 매일 듣는 ‘엄마 친구 아들’을 줄인 말이다. 다혜 씨에게 신랑 이재원은 진짜 ‘엄친아’였다. 양가 부모끼리 오랫동안 두터운 친분을 쌓아 집안끼리 알고 지내다 자연스럽게 ‘엄마 친구 아들’과 ‘엄마 친구 딸’이 만나게 됐다.

“부모님들이 서로 친하셔서 네 분이 자주 만나시곤 했어요. 어릴 때부터 이야기는 많이 들었죠. 야구선수인데 잘 한다더라, 상을 받았다더라, 또 프로 팀에 입단했다더라 하는 얘기를 계속 들어왔어요. 그러다 저희가 스무살 되던 해에 처음으로 직접 보게 됐죠. 부모님들이 저녁 식사 자리에 저희를 처음으로 데리고 나가셨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처음 만난 동갑내기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처음 만난 뒤로 조금씩 친해졌어요. 어릴 때부터 이야기는 많이 듣던 친구였으니까 금세 가까워졌죠. 가끔 만나서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요.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듬직하고 참 자상하더라고요. 그러다 제가 야구장에 한 번 갔어요. 저는 야구가 뭔지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거든요. 신랑은 그해 SK에 입단한 신인이었고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야구장엘 갔는데 그날 수훈선수로 뽑힌 거예요. 경기 뒤에 신랑이 ‘네가 오니까 야구도 잘 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더 가까워지다가 사귀자고 하더라고요.”

이런 것이 천생연분일까 싶을 만큼 두 사람의 인연 또한 특별하다.

“처음 본 날이 제 생일이었는데, 사귀기로 한 날은 또 저희 부모님 결혼기념일이었거든요. 신기하죠.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봐오셨기 때문에 저보다 더 좋아하세요. 신랑이 애교도 많고 장난도 잘 치고 성격이 정말 좋거든요. 시부모님도 마찬가지로 저를 딸처럼 예뻐해주시고요. 특히 어머님은 중학교 다닐 때부터 알았거든요. 두 어머님이 같은 헬스클럽에서 운동하시다 알게 되셨는데 그때 저도 방학 때 엄마 따라서 같이 운동을 하러 다녀서 처음 뵀었죠. 저는 외동딸이고, 신랑도 외아들이라 서로 딸, 아들이 하나씩 생긴 것처럼 예뻐해주세요.”


연애 기간, 9년 동안

그렇게 시작된 연애는 무려 9년 동안 이어졌다. 서로 싸움 한 번 없이 예쁜 사랑을 키워왔다.

“다들 연애를 오래한 친구들을 보면 한 두 번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한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런 적도 없어요. 기억에 남게 싸운 일도 없고요. 부모님들도 굉장히 그 점을 신기해하실 정도로요. 교제한 시간은 길지만 떨어져있던 시간이 훨씬 많아서 그런지 싸울 일도 없고 더 애틋했던 것 같아요.”

무려 9년이나 야구선수의 여자친구로 지내왔으니 다혜 씨는 ‘내조의 여왕’으로서 이미 충분히 적응해왔다.

“몇 년 전이었어요. SK가 워낙 운동을 많이 하는 팀이었잖아요. 하루는 훈련 없이 휴식일이라고 해서 같이 강원도로 놀러간 적이 있어요. 차를 타고 거의 도착했을 때쯤 구단에서 신랑에게 연락이 오더라고요. 훈련을 하기로 일정이 바뀌었으니 나오라고요. 그래서 다시 인천으로 돌아온 적이 있어요. 처음 스무 살 때는 만나고 싶거나 필요로 할 때 원정경기에 가있고 전지훈련 가있고 하니까 볼 수 없어 속상할 때도 많았지만 뭐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래도 자주 만나지 못하니까 신랑이 더 잘 해주고 신경 많이 써주려고 해서 저는 괜찮습니다.”



준비된 내조의 여왕

다혜 씨는 졸업 뒤 잘 다니던 직장 생활을 지난해 10월에 접었다. 결혼과 함께, 야구선수인 남편에게 확실한 내조를 하기 위해서다.

“저는 어릴 때부터 현모양처가 꿈이었어요. 화목한 가정에서 아이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거든요. 직장 생활도 좋았지만 결혼했으니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시즌을 시작하면 몸도 마음도 힘들테니까요. 결혼하기 전에도 그랬지만 신랑이 힘들더라도 내색을 하지 않아요. 야구를 매일 잘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성격이 털털하니까 잘 못 한 날에도 ‘내가 잘 하면 되지’하는 스타일인데 그래도 속은 쓰릴테니까 최대한 편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결혼식 이후 곧바로 전지훈련을 떠났던 새신랑 이재원은 집으로 오자마자 KBO 시범경기를 치렀다. 새댁인 다혜 씨도 신랑과 함께 앞으로 살아갈 날을 연습한 기간이었다.

“신랑이 전지훈련 가있는 동안 어르신들 생신도 그렇고, 설에도 저 혼자 찾아봬야 하는 것이 아쉬웠어요. 그래도 시부모님은 물론 시할머니, 고모님, 이모님들도 오래 전부터 알았고 잘 해주셔서 시댁에 가는 것도 저는 편하죠. 결혼하고 같이 살다보니 아무래도 연애할 때보다는 조금 더 신경이 쓰이기는 하더라고요. 못 치고 오면 ‘내가 잘못했나. 음식이 별로였나. 말 한 마디라도 더 잘 해줄 걸’ 하는 생각이 들고, 제가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다시 출발하는 남편에게

그동안 기대주로 불리던 이재원은 지난 시즌 비로소 확실한 주전 선수가 되었다. 이제 SK의 4번타자로 자리잡을 두 번째 시즌, 함께 새 인생을 시작하는 아내 다혜 씨도 남편의 활약과 건강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저는 사실 지금도 연애하는 것 같은데, 남편은 가장이 돼서 책임감이 생겼는지 더 열심히 잘 할테니 우리 잘 살자고 자주 얘기를 합니다. 올해도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에요. 성적이 좋은 것도 좋지만 다치지 않고 시즌 잘 마무리 하기를 바랍니다. 10년 동안 만나면서 변함없이 같은 모습으로 대해주는 것이 정말 고마워요. 이제 결혼했으니 아내로서 역할 잘 해서 진짜 ‘내조의 여왕’이 되도록, 신랑이 더 잘 되도록 저도 열심히 노력할게요.”


글/ 김은진 스포츠경향 기자  사진/ 김다혜 씨 제공


출처 : 더 베이스볼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