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최고의 시즌을 꿈꾸는 것은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의 공통된 소망이다. 그러나 SK 내야수 박상현(25)과 같이 2014년을 감사와 기대, 그리고 절박함이 공존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공 하나하나 던지는게 이렇게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 이전에는 몰랐습니다.” 부상이라는 긴 터널을 통과한 박상현의 말에서 그 기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박상현이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사실 그는 2009년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서 2차 2라운드에 지명된 잘 나가는 기대주였다. 진흥고 유격수였던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부드럽고 침착한 핸들링과 내야 수비 리딩력을 높이 평가받아 차세대 내야진을 그리던 SK의 시야에 들어왔다. 박상현은 입단하자마자 첫 스프링캠프 명단에 오르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머지않아 1군 무대에 설 것이라는 무지개빛 미래를 꿈꾸던 그에게 생각지도 않았던 부상이 찾아왔다.
박상현은 프로 첫 시즌을 통째로 재활로만 보냈다. 박상현은 당시 기억을 더듬으면서 “첫 스프링캠프라 의욕이 앞섰던 것 같다”며 “SK는 훈련이 많은 팀 아닌가. 거기서 돋보이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주위에서는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앞뒤 가리지 않고 보여주려고만 하다보니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절치부심하며 맞이한 2011년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이 재발하고 말았다. 박상현 야구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이런저런 노력을 해봤지만 몸상태가 좋지 못했다. 처음으로 ‘이제 야구를 그만 해야하나’는 회의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방황도 많이 했다.” “훈련을 잠시 쉬는게 좋겠다”는 주변 조언에 박상현은 결단을 내렸다. “차라리 빨리 군대에 가자.” 군대 모집 시기가 끝난 상황에서 박상현은 5월에 공익 근무로 입대했다. 2년이 흐른 뒤 박상현은 웃음을 되찾았다. 자신을 괴롭혔던 부상은 완전히 사라졌고, 뜨겁게 달궈진 쇠를 찬물에 담궈 강도를 높이는 공정을 통해 단단한 강철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재활과 시련의 시간은 박상현을 더 단단하고, 견고하게 만들었다.
지난 5년간 1군에서 1경기도 출전할 수 없었던 부상 불운을 생각하기 보다 그를 통해 야구는 한다는게 얼마나 좋은건지, 야구가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를 새삼 느끼며 도약의 날개를 폈다. 박상현은 “이제 몸상태가 좋아져 다행이다. 하고 싶은 야구를 하니까 정말 행복하다”며 웃었다.
부상에서 벗어난 박상현은 이제 대반전 인생드라마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5월 소집 해제돼 팀에 합류한 박상현은 10월 미국 애리조나 교육리그와 11월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에 참가해 이만수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만수 감독이 정근우의 공백을 메울 후보로 박상현의 이름을 빼놓지 않고 거론할 만큼 기대치가 높아졌다.
박상현은 “감독님이 직접 칭찬하신 적은 없다”면서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군대도 다녀왔고, 내야진에 공백도 생겨 올해가 내게 기회라는 점을 잘 알고 있어 조금 더 집중하게 된다”며 각오를 밝혔다. 뛰어난 훈련 성과를 바탕으로 박상현은 3년만에 다시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군대에 다녀온 뒤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많은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수비에서는 자신있지만 아직 타격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게 스스로의 평가다. “사실 타석에서 자신감이 떨어진다. 타격시 몸의 회전이 잘 되지 않는 점은 보완해야 한다. 그 동안 재활도 길었고 프로에서 경험이 적어 투수들의 공을 많이 쳐본 적이 없다. 결국 나한테는 경험이 제일 필요하다.”
박상현은 스프링캠프 합류가 결정된 뒤 부모님을 떠올렸다. 큰 기대를 했던 부모님인데 프로에 와서는 아직 보여줄 수 있는게 없었다. 박상현은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것으로는 특별한 말씀을 없으셨지만 내겐 무언의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웃으며 “부담도 되지만 이제 나이가 있으니 새해에는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더 절실함도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해 1군 개막 엔트리에 들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새해 소망을 이야기했다.
이정호 스포츠경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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