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게 장점이다.” (김상진 SK 퓨처스 투수 코치)
SK 와이번스 신인 투수 김찬호(19)의 출발이 상당히 좋다. 그는 지난 달 1일 상무와의 경기를 통해 퓨처스리그(2군) 데뷔전을 치렀다. 올 시즌 입단 후 줄곧 루키팀(3군)에서 SK의 신인 육성 프로그램을 소화하다 얻은 기회였다.
그는 기회를 잘 살렸다. 김찬호는 6월 한 달간 11경기에 출전해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1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00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6개의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8개의 삼진을 잡으면서 피안타율은 0.234에 그쳤다. 특히 마지막 6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기분 좋게 마쳤다. 김찬호는 6월 퓨처스리그 최우수상(MVP)을 받으면서 기분 좋은 한 달을 보냈다.
그는 “퓨처스팀(2군)에 올라왔을 때, 처음에는 긴장도 됐는데 신인인 만큼 패기 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김찬호의 장기는 씩씩함과 공격적인 투구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격적인 투구를 즐겨했다는 그는 “여기(프로) 와서도 그 때(고등학교)와 똑같이 하고 있다. 정면승부를 즐긴다. 볼넷을 주는 것보다 안타를 맞더라도 스트라이크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안타를 맞는 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진(46) SK 퓨처스 투수 코치는 “마운드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투수들이 성장 속도가 빠르다.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은 나중에 실력이 쌓이면 소위 싸움을 할 줄 아는 선수가 된다”라며 “코치들도 2군에서는 투수들이 공격적인 성향을 띌 수 있게 유도한다”고 말했다. SK 퓨처스 코칭스태프는 김찬호의 공격적인 성향에 만족하고 있다.
김찬호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경기는 지난 달 5일 열린 경찰청과의 벽제구장 경기였다. 이날 선발 투수 전종훈이 2이닝 동안 4실점(2자책) 하며 흔들리자 김찬호가 3회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몸도 급하게 풀고 올라온 마운드였다. 그러나 그는 2⅓이닝 동안 피안타를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고 삼진 3개를 뺏었다. 내야진의 실책 뒤 후속 투수가 2점 홈런을 맞아 1실점(비자책) 했지만 스스로 자신감을 얻기에는 충분했다.
김찬호는 “그때 이후로 자신감이 생겨서 잘 던진 것 같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코치들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올 시즌 스프링캠프 당시 인터넷 방송 '마이춘모텔레비전'을 함께했던 제춘모(34) SK 퓨처스 투수코치가 자신감을 많이 심어줬다고 한다. 김찬호는 “제 코치님이 항상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부터 긴장도 많이 풀어주시고, 신인이니까 씩씩하게 던지라는 말을 많이 해주신다. 스프링캠프 때 가까워진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속구와 슬라이더를 구사했던 김찬호는 변화구의 날을 예리하게 세우고 있다. 그는 “고교시절에는 각이 큰 슬라이더를 던지고 그랬는데 김경태(41) 3군 투수 코치님이 짧은 각도가 더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손에) 잘 먹힌다”고 말했다.
김상진 코치는 “슬라이더는 동년배들과 비교하면 상위 클래스라고 생각한다”며 김찬호의 슬라이더를 높게 평가했다. 김찬호는 현재는 새 구종으로 체인지업을 장착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김 코치는 “시즌 중이니까 캐치볼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구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MVP 소식에 당연 부모님도 기뻐했다. 김찬호는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 잘 안 하시는데 잘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이제 앞가림 좀 한다고요”라고 했다.
출발이 좋은 김찬호도 최근 고민거리가 있다. 체중이 좀 더 붙어야 하는데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체중이 불어야 투수는 공의 스피드가 늘어날 수 있다. 김찬호의 공식 프로필에 나와 있는 체중은 76kg. 현재는 5kg 가량 빠졌다고 한다.
김찬호의 부모님은 주말에 집을 찾아오는 아들에게 비타민을 챙겨주고 고기 반찬으로 아들의 체력관리에 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여름의 뜨거운 날씨와 여러 훈련 속에 좀처럼 체중이 늘어나고 있지 않은 상황. 김찬호는 “(올 시즌을 마치고) 내년 시즌을 준비할 때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살도 찌워야겠다”고 했다.
김찬호가 퓨처스리그에서 MVP를 수상할 때 1군에서도 경사가 있었다. 같은 동산고 출신 선배이자 11년차 내야수 최승준(28)이 KBO리그 6월 MVP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김찬호는 “3연타석 홈런도 치시고 대단하다”며 “동산고 SNS가 있는데 그곳에 최승준 선배님의 이야기가 많이 실린다”고 부러워했다. 김찬호는 아직 고교 선배인 최승준을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같은 졸업생으로 선배의 활약을 틈틈이 지켜보고 있다.
‘1군에는 언제 올라갈 것 같냐’는 질문에 김찬호는 “기량도 올리고 체중도 늘리고 스피드도 잘 나와야 한다”며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서 올라갔으면 좋겠다”라고 힘차게 말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kjlf200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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