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8월16일, 2011 신인 지명회의가 열린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룸. 당시 당연히 관심을 끈 것은 각 팀 1순위 선수를 뽑는 1라운드 지명이다. 대부분 팀들이 예상권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그런데 당시 7번째 순서인 SK가 “경남고 투수 서진용”이라고 외치자 장내는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뽑혔기 때문이다.
서진용은 전국 무대에서 거의 마운드에 오른 적 없는 투수였다. 더군다나 그는 2009년 봄까지 경남고 3루수로만 활약했다. 그러나 그의 강한 어깨와 배짱을 높게 산 이종운 감독의 권유로 그해 여름 투수로 전향했다. 투수로 본격 전업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선수를 선택한 SK를 향해 “의외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SK는 “최고 구속은 146km을 넘어섰고, 볼 끝에는 힘이 있었다.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아직 제구력과 운영 능력 등 가다듬어야 할 부분은 남아 있지만 투수로 대성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약 4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서진용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당시 SK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서진용은 현재 상무에서 뛰고 있다. 상무의 필승 계투요원으로 활약 중인 그는 지난 25일까지 2군에서 25경기에 등판해 3승1패 2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 중이다. 26과 3분의 2이닝 동안 뽑아낸 탈삼진 수는 31개일 정도로, 삼진을 뺏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최고 155km의 빠른 볼이 주무기다. 여기에 커브 등 몇 가지 변화구를 던지지만 직구의 위력이 엄청나다는 평가다. 최근 눈부신 성장세를 보인 서진용은 지난해 제6회 톈진동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표팀 경기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실점을 좀처럼 주지 않는 ‘짠물 피칭’으로 윤영환(경성대 감독) 동아시아대표팀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한몸에 받았다.
여기에 서진용은 스타성까지 갖췄다. 184cm, 78kg의 슬림한 체격에 깔끔한 이목구비를 지닌 미남형이다. ‘잘 생긴’ 서진용을 보기 위해 2군 경기장을 찾은 여성팬이 많아졌다는 게 SK 2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격도 외향적이다. 낯가림이 적고 끼가 많아 어디에서는 환영받는 타입이다.
지난 15일 인천 송도에서 SK전을 마치고 만난 서진용은 “지난해부터 컨디션이 너무 좋아 걱정일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 좋은 몸 상태에서 등판 기회가 자주 찾아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환하게 웃었다. 서진용의 최종 목표는 1군 팀에서 마무리 투수가 되는 것. 서진용은 “애초에 내 목표는 마무리였다. 선발투수가 되려면 많은 변화구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데 나는 변화구가 그리 많지 않다. 1~2이닝 정도 전력투구하는 게 내 스타일에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제구가 잡히면서 내 목표를 마무리 투수로 확실하게 정했다. 내 볼만 던질 수 있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SK의 지명을 받고 난 뒤 1군에서 뛰는 게 목표였다. 현재도 그 목표는 같다. 내년부터는 군대 문제를 해결했으니 1군 진입을 위해 뛰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덧붙였다.
◆서진용이 내년부터 등번호 16번을 달게 된 사연.
서진용의 제대날짜는 올해 9월23일. 빠르면 올해 팀 가을 훈련 캠프부터 SK 선수단에 합류한다. 그런데 서진용은 내년부터 큰 이변이 없는 한 16번을 달기로 했다. 16번은 서진용의 롤 모델인 김원형 SK 투수코치가 현역 시절 달았던 등번호다. 현재는 이재영이 16번을 달고 뛰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줄곧 16번을 단 이재영은 2011시즌을 마치고 현역에서 은퇴를 선언한 김원형 코치를 직접 찾아가 이 번호를 물려받았다. 그런데 이재영이 올해 시즌을 마치면 등번호를 건네기로 한 것. 팀의 레전드 선수의 번호인 16번을 달고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에 따른 미안한 마음에 등번호를 건네기로 했다. 서진용은 “이재영 선배가 내 마음을 아시고, 올해 시즌을 마친 뒤 주신다고 했다. 이 16번을 달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정세영 스포츠월드 기자 ni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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