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이번스에 2군은 없다. 흔히 부르는 2군이 아닌 1군을 향한 꿈을 꾸는 ‘드림팀(Dream Team) ’이 있을 뿐이다. 추운 겨울 1군 선수단은 따뜻한 미국 플로리다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지만, 드림팀 선수들은 문학에 남아 1군 입성의 꿈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눈물 젖은 빵을 씹어 삼키고, 극심한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글러브와 방망이를 놓지 않는 그들의 하루 훈련은 어떻게 진행될까. 화려하기만 한 1군 뒤에 가려진 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봤다.
오전 8시 선수들이 하나, 둘 문학구장으로 모인다. 걸어오는 선수도, 차를 타고 오는 선수들도 있다. 아무래도 신인들이 선배들보다 먼저 라커룸에 도착해 유니폼으로 갈아 입고 훈련 준비를 한다. 장비도 챙기고 손질한 뒤 개인적으로 몸을 푼다.
8시 20분 감독, 코치들이 모여 재활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스텝 미팅이 시작된다. 이재원과 나주환 등 재활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 이야기가 그 대상이다. 김용희 2군 감독은 빨리 복귀하는 것보다 완전한 몸으로 복귀 시켜줄 것을 당부한다. 김 감독은 “2군에는 신인과 연차가 적은 선수들이 많다. 빨리 1군에 가려고 부상을 숨기고 운동을 하기도 한다. 부상을 숨기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완전한 몸 상태로 운동을 해야 더 큰 부상도 방지할 수 있다”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8시 50분 선수단이 실내 연습장에서 모여 미팅을 갖는다. 김용희 감독의 “열심히 하자”는 당부 이후 김경기 코치는 훈련스케줄을 선수들에게 설명한다. 김코치는 선수들을 웃게 만드는 농담으로 자칫 굳을 수 있는 분위기를 살린다. 투수조를 관리하는 김상진 코치는 투수들에게 상세한 스케줄을 설명하고, 워밍업을 지시한다.
9시 컨디셔닝 코치와 함께 문학구장 실내연습장에서 워밍업이 시작된다. 먼저 짧은 거리를 여러번 천천히 왕복한 후 스트레칭에 들어간다. 앉아서, 서서, 누워서 스트레칭을 하며 전신의 근육을 풀어준다. 이후 짧은 거리를 빠른 속도로 달리며 워밍업을 마친다. 추운 날씨에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워밍업은 필수다. 워밍업을 마치면 야수들은 실내연습장 입구에서 50미터 달리기에 들어간다. 투수들은 웨이트장에서 T자 모양의 봉을 활용해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어준다.
10시 투수조가 실내 피칭장에서 피칭에 들어간다. 하프피칭 위주로 던졌지만, 지난주 일요일부터 포수를 앉히고 던지는 실전 피칭에 들어갔다. 이날 던지는 투수들은 이제 올해 두 번째 피칭이다. 김상진 투수코치는 추운 겨울 문학구장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투수들을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하는 김상진 코치와의 일문일답이다.
-동계훈련에서 투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지금 당장은 기술적인 부분보다 한 시즌을 건강하게 마치기 위해 기본적인 근력과 체력 등을 중점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러닝과 웨이트, 어깨나 팔꿈치에 대한 보강운동이 그것이다. 그 이후에 선수들의 폼을 교정하는 순으로 넘어간다.
-채병용에게 봉을 들고 지도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골반의 이용 방법을 선수들이 잘 모를 때가 있는데 그것에 대한 자극을 주는 것이다. 선수들이 골반을 이용하라고 말로만 하면, 이해가 잘 안 될 수도 있다. 잘 느끼지도 못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봉으로 자극을 줘 신경을 쓰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동계훈련에서 드림팀 투수들에게 가장 중점적으로 지도할 것은 무엇인가?
매커니즘과 기술적인 것도 있겠지만 선수들에게 인성적인 것을 가르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아직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한다. 활발하고, 밝고, 예의 바른 행동 등 인성적인 요소들이 잘 갖춰지면 그 다음에 기술적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먼저 인성적인 것을 강조한다. 드림팀은 일단 교육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1군에 올라가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이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1군 선수들과 드림팀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선수들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1군 선수들은 이해력이 좋다. 포인트만 집어줘도 본인이 이전부터 해왔던 것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아는 반면에 드림팀 선수들은 그런 부분에서 조금 늦다. 예를 들자면 1, 2, 3이 있다고 치자, 3이 잘못되었다고 얘기를 해주면 3만 고쳐야 하는 걸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게 아니라 1과 2가 잘못되어 3이 생긴 것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림팀 선수들에게 지도를 할 때는 조금 더 자세하고 깊게 지도를 하는 편이다.
피칭 시간에는 투수들과 함께 포수들도 함께 연습을 한다. 포수들은 투수들의 공을 받으며 김태형 배터리코치에게 미트질과 블로킹 등의 지도를 받는다. 신인포수 김제성이 공을 받을 때마다 김태형 코치는 다양한 주문을 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투수들의 피칭 훈련 동안 야수조는 실내연습장에서 3개 조로 나뉘어 수비훈련을 한다. 가볍게 캐치볼을 한 뒤에 기본기 훈련과 순발력 훈련이 이어졌고, 외야수들의 훈련이 각각 진행됐다. 겨울은 야수들에게 기본으로 돌아가는 시기다. 수비 동작 하나하나에 손지환 수비코치의 세밀함이 돋보인다. “지금은 플레이를 빠르게 할 필요 없다. 천천히 느리고 정확하게 하면서 그 플레이를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수들에게 직접 공을 굴려줬다. 김용희 감독 역시 "선수들의 수비는 기본기에 중점을 두고 지도를 한다. 기본이 되는 수비를 할 수 있어야 응용플레이, 소위 말하는 나이스 캐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선수들이 공 여러 개를 '일(一)'자로 깔아놓고 순발력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사이드 스텝 훈련과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스텝 훈련으로 풋워크를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외야수들은 달리면서 공을 잡는 훈련을 진행한다. 앞으로 뛰어 나오면서 공을 잡고 바로 송구하는 것과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를 잡는 법 등을 집중적으로 훈련한다. 역시 모두 기본적인 플레이다.
11시 피칭을 마친 투수들은 먼저 김상진 투수코치의 지시를 받아 튜빙(훈련용 고무줄)과 메디신볼(하체, 허리 근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 훈련을 진행 중이고, 야수들도 수비훈련을 마치고 웨이트장으로 들어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컨디셔닝 코치의 구령과 신나는 음악과 함께 선수들은 무거운 기구들을 들어올리며 힘을 키운다.
오후 12시 30분 선수단 점심시간이다. 이날 메뉴는 비빔밥과 우거지 된장국, 제육볶음, 떡볶이, 잡채, 김치 등이다. 뷔페식으로 차려져 선수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선수들은 모두 오전부터 고된 훈련을 소화해서인지 금세 많은 양의 식사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가 20~30분 가량 휴식을 취한다. 짧은 휴식시간에 선수들은 TV를 보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1시 30분 야수들의 타격 훈련이 시작됐다. 두 시간의 타격 훈련 동안 야수들은 한 시간은 티 배팅을 진행하고, 한 시간은 배팅 케이지에서 프리배팅을 진행한다. 티 배팅을 하는 선수는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김경기 타격코치는 “겨울에는 스윙의 양을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양을 늘려서 상체와 팔만으로 휘두르는 것이 아닌 하체 밸런스로 스윙을 하는 법을 가르치려고 한다. 스윙 폼은 시즌 중에도 교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무게중심을 내리고 하체를 회전하며 강하게 칠 수 있는 스윙을 만들라고 지도하고 있다”며 스윙 양의 중요성을 강조 했다. 당연히 배트 스피드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김용희 감독은 "최근 투수들의 공이 많이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공의 움직임도 다양해졌다. 맞춰서 배트를 휘두르려면 배트 스피드를 빠르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간 투수조는 인천문학월드컵보조경기장 내 트랙에서 러닝을 하고 있다. 인천문학월드컵보조경기장 트랙에는 중, 고등학교 육상부 선수들이 함께 뛰고 있었는데 투수들과 경쟁을 하는 듯한 재미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컨디셔닝 코치가 “자, 이제 속도 좀 더 올리자”라고 소리치면, 육상부 코치도 함께 “빨리 뛰어라”라고 주문하며 은근한 경쟁심을 보인 것이다.
3시 30분 단체운동은 끝났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방망이와 글러브를 들고 실내연습장으로 돌아 왔다. 실내 연습장에서 나가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선수들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한 번 더 스윙하고, 한 번 더 공을 잡았다. 김용희 감독은 "1군 선수들은 완성된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은 완성을 해가는 선수들이다. 반복훈련을 통해 체득하는 길뿐이다. 1군보다 더 많은 시간을 훈련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면서 "내 목표는 선수들을 빨리 1군에서도 활약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1군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을 때 그 자리를 메워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자질을 갖춘 선수들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김용희 감독의 바람처럼 드림팀 선수들 모두 '완성형'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꿈꾸는 그 곳, 1군 무대를 향한 그들의 열정은 추운 겨울이면 더 뜨겁게 타오른다.
이웅희 스포츠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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