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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힐만 감독이 꿈꾸는 ‘행복한’ SK행복드림구장

SSG 랜더스 2017. 2. 28. 18:02

 

 

SK와이번스 역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 감독이 ‘비룡군단’의 지휘봉을 잡았다. 2003년부터 5시즌 동안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의 사령탑으로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고,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2008년부터 2010년 5월까지는 캔자스시티 감독을 맡았다. 이후 코치로 현장을 계속 지키다 지난해 겨울 SK와이번스의 수장을 맡게 됐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최초의 감독이 된 힐만 감독은 취임 당시부터 “팬베이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인천에 대해 공부 중”이라며 마케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팀을 맡아 제로베이스에서 전력을 새롭게 구성 중인 힐만 감독은 인천SK행복드림구장으로 팬을 끌어 모으는 아이디어까지 고심하느라 쉴 틈이 없다.

 

◇팬들에 돌려주는게 마케팅

지난해 겨울 KBO 윈터미팅에서 스포츠마케팅 권위자인 사우스플로리다대학의 윌리엄 서튼 교수는 “야구장에 오면 사람들이 슬퍼하는가. 재미를 파는 구단이 적다. 펀(fun)을 세일즈해야 한다”며 “야구단을 야구만 하는 조직으로 한정 짓지 말고, 엔터테인먼트 제공자로 포지셔닝하라”라고 조언했다. 그런 측면에서 SK의 힐만 감독은 최고의 감독이다. 힐만 감독은 자신이 먼저 나서서 ‘For Fan(팬을 위해)’을 외치고 있다. ‘스포테인먼트’의 기치를 내걸고 한국 프로야구 마케팅 판도를 바꾼 SK와 힐만 감독의 만남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힐만 감독은 “SK가 한국 프로야구 구단 중 마케팅을 잘하기로 유명한 팀이란 것을 알고 있다. 국무총리상도 두 번이나 수상했다. 놀랍다. 스포츠(Sports)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인 스포테인먼트(Spotainment)라는 개념도 (SK 와이번스) 류준열 사장에게 들었다. 구단 모기업과도 잘 연결되는 좋은 컨셉트라 생각한다”면서 “나와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야구가 우선이지만, 마케팅과 팬서비스를 위해 팀에서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은 니혼햄 감독 시절에도 구단 차원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홈 개막전 때 타격훈련 일정까지 다 바꾸면서까지 선수들이 입장 관객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튼 교수는 “탬파베이는 매 경기 5만 달러씩 기부하고 연고지 유망주들에게 도움이 될 일을 늘 찾는다. 구단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돌려줄 수 있는지를 치열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힐만 감독은 이미 해왔던 일이다. 그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사인회를 굉장히 많이 했다. 니혼햄 감독 시절 잠시 일본프로야구가 파업을 한 적 있다. 당시 쉬는 날 선수단 모두 역에 나가 6시간 동안 사인회를 했다”며 기억을 되살렸다. 힐만 감독이 생각하는 마케팅은 팬 밀착형이다.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유가 있다. 힐만 감독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든 코치, 선수들 팀으로부터 돈을 받지만, 그 돈은 팬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팬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가장 기본적인 마케팅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좋은 성적은 기본! 세부적인 이벤트는 고민 중~
과거 기업들은 제품만 좋으면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구매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 기업들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아무 곳도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제품의 질이 좋지 않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기업 또한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힐만 감독의 마케팅에 대한 지론도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성적이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모으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많은 팬들이 가장 큰 가치를 느끼는 것은 응원하는 팀의 승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경기에 집중해서 더욱 많이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성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지만 이어서 "좋은 성적을 기본으로 하고 마케팅과 팬 서비스로 팬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주면서 '야구장 = 행복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야 다시 야구장을 찾게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덧붙여 힐만 감독은 “지금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파악하고 전력을 구성하느라 겨를이 없어 깊이 고민하지 못하고 있지만, 시즌에 들어가서 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나 역시 고민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SK관계자는 "감독님께서 이번 시즌 홈 개막전에 앞서 선수들이 홈팬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갖는 이벤트, 홈경기에서 승리하면 경기 종료 후 홈팬들에게 사인공을 나눠주는 이벤트 등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계시다“고 부연했다. 그 관계자로부터 SK 이만수 전 감독이 코치이던 2007년에는 팬들을 위한 팬티 퍼포먼스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힐만 감독은 "정말인가? 휴~. 난 그렇게 까지는 못할 거 같은데 정말 놀랍다”면서 웃음지었다. 2017시즌 훌륭한 성적과 함께 힐만 감독의 깜짝 놀랄만한 팬 서비스를 기대해본다.

 

이웅희 스포츠서울기자 (iaspir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