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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약속의 땅’ 가고시마에서 만든 2017년 희망

SSG 랜더스 2016. 12. 1. 09:57


SK는 최근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분위기는 모두 달랐다. 2014년 마무리 훈련은 김용희 전 감독의 취임과 맞물려 주전급 선수들도 대거 참여했다. 2015년 마무리 훈련은 주전급 선수들을 제외한 채, 많은 훈련이 필요한 선수들이 가고시마를 찾았다. 2016년 마무리 훈련은 아예 ‘유망주 캠프’로 이름을 바꿨다.


2015년과 2016년은 전반적인 틀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피면 큰 차이가 있다. 바로 1군 경험의 유무다. 2015년 마무리 훈련에 참가한 선수 중 1군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별로 없었다. 마무리 훈련을 자청한 일부 베테랑 선수들이 1군 무대를 밟아본 경험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2016년은 달랐다. 2015년 가고시마 캠프에서 기량을 쌓은 선수들이 대거 1군에 올라갔다. 그 결과 2016년은 상당수의 선수들이 1군을 경험한 채 가고시마를 찾았다.


“2군 선수는 아무리 잘해도 결국 2군 선수”라는 말이 있다. 1군을 경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1군 무대에서 자신의 한계와 보완점을 명확하게 느낀 선수들이 올해 캠프에서는 더 효율적으로 훈련에 임할 수 있었다. 가고시마 캠프의 효과를 확실히 느낀 2년 연속 참가자들은 이를 더 악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열매가 얼마나 달콤한지 느꼈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훈련, 그러나 분위기는 밝았다


29일로 끝난 SK의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는 훈련량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년 연속 참가자들의 체감이 대개 그렇다. 훈련 시간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줄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경까지만 확실하게 훈련을 한 까닭에 오히려 휴식 시간은 더 많았다. 하지만 인원이 지난해에 비해 적다보니 개인당 훈련 할당량이 늘어났다. 김동엽은 “훈련 시간은 짧은데 강도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늘어난 느낌”이라고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밝았다. 훈련을 진두지휘한 김성갑 수석코치는 “전체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훈련 분위기는 매우 경쾌하고 밝았다”고 말했다. 비슷한 나이대, 비슷한 기량의 선수들이 있다 보니 훈련 환경은 오히려 편했다는 게 선수들의 이구동성이다. 오로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서로가 서로의 멘토가 되며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버텨나갔다.


새로운 코치들의 가세도 활력소가 됐다. 최상덕, 정수성, 박계원 코치의 가세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훈련 방식이 적잖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훈련 방식은 코치마다 달라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선수들로서는 좀 더 긴장할 수 있었고 기분전환도 가능한 여건이었다. 무엇보다 트레이 힐만 신임 감독이 직접 가고시마를 찾아 선수단에 생기와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특별한 부상자 없이 집중력 있는 훈련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다.



“쓸 선수 많다” 코칭스태프 희망의 이구동성


한 구단 관계자는 “유망주 캠프에 참가한 선수 중 2~3명만 1군에 올라갈 수 있어도 대성공이다. 훈련 비용을 모두 뽑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2015년 성과는 대박이었다. 많은 신진급 선수들이 1군에 올라갔고, 몇몇 선수들은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더 큰 희망을 발견했다. 코칭스태프는 한 목소리로 “작년에 비해 쓸 만한 선수들이 더 많아졌다. 상당수 선수들이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량을 가지고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마운드에서는 선수 전원이 고른 호평을 받았다. 모든 선수들이 불펜 피칭을 진행했는데 성과가 좋았다는 평가다. “지금부터 너무 좋으면 안 된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불펜에서 핵심적인 몫을 해야 할 서진용 김주한은 쾌조의 컨디션을 선보였다. 여기에 팀에 부족한 좌완 불펜 요원을 두고 5명(김태훈, 김정빈, 박세웅, 김성민, 남윤성) 선수들이 제각기 장점을 어필했다. 문승원과 이건욱은 선발 로테이션 진입 후보로 평가됐고 올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정영일 문광은도 순조로운 회복세를 알렸다.


야수 쪽에서도 내년 1군 진입의 희망을 키운 선수들이 더러 있었다. 올해 1군을 경험한 박승욱, 최정용, 최정민, 김민식 등은 가고시마 캠프를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제대 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한동민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조용호와 정진기를 발견한 것도 큰 수확으로 뽑힌다. 정경배 타격 코치는 “두 선수 모두 테이블세터에 들어갈 만한 자질이 있다”고 주목했다. 


캠프 MVP는 야수로는 한동민, 투수로는 남윤성이었다. 한동민은 캠프 주장으로 선수단을 솔선수범해 이끌었고 역시 즉시 전력감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진중한 성격으로 구단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신인 남윤성은 성실한 훈련 자세가 돋보여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됐고 가장 큰 발전폭을 이루며 MVP에 이름을 올렸다.


김성갑 수석코치는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모두 캠프 명단을 짤 때부터 큰 기대와 함께 많은 준비를 했다. 캠프 참가 전 코치와 선수들이 상의해서 각각의 목표와 계획을 세웠고, 그를 이뤄내기 위해 가고시마에서 구슬땀을 흘렸다”라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여느 캠프보다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자부하는 만큼, 비시즌 기간에도 각자 잘 준비해서 내년시즌 보다 많은 선수들을 1군 무대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가고시마에서 흘린 땀이 1군행이라는 보증수표가 이어지는 전통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까지 그 희망은 매우 커 보인다.


OSEN 김태우 기자(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