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SK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타격의 일관성이다. 이 일관성은 출루율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트레이 힐만 SK 신임 감독은 현재 팀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있었다. 팀이 거포 군단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한 쪽으로 치우쳐 발전하는 것은 팀 타선의 밸런스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SK는 올해 팀 홈런 2위에 올라 구단의 기조가 옳았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팀 출루율은 3할5푼6리에 그쳐 리그 평균(0.364)보다 크게 떨어진 리그 9위에 머물렀다.


특히 중심타선 앞에서 밥상을 차려야 할 테이블세터의 출루율이 크게 떨어졌다. SK의 올 시즌 테이블세터(1~2번 타순) 타율은 2할8푼3리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팀 장타력이 극대화되지 못한 이유이자, 매번 터질 수 없는 홈런의 힘에 기댄 팀 타선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점이었다. 이 문제의 해결은 지난 4일부터 열리고 있는 팀의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를 지배하는 화두 중 하나다.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부진했던 선수들의 반등, 새 외국인 타자의 가세, 신진급 선수들의 성장, 베테랑 선수들의 각성 등 기대를 걸어볼 만한 구석이 제법 되기 때문이다. 내년 SK의 밥상을 차릴 선수는 누가 있을까. 그 후보군들을 찾아봤다.


출루율 높은 워스, SK 약점 보완할까


가장 유력한 후보는 새 외국인 타자로 영입된 대니 워스(31)다. 올해 미 메이저리그(MLB) 휴스턴에서 뛰며 트레이 힐만 당시 벤치코치와도 인연이 있는 워스는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기대감이 크다. 안정된 수비를 선보인다는 평가로 실제 MLB에서도 유격수·2루수·3루수로 모두 뛰며 뛰어난 수비 지표를 냈다. 여기에 타격에서도 견실한 출루율이 주목받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1번이든 2번이든 상위 타선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워스는 홈런을 펑펑 치는 유형의 타자는 아니다. 그러나 2루타가 많은 ‘갭히터’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여기에 가장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출루율이다. 2015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워스의 출루율은 3할9푼4리, 올해는 무려 4할3푼1리에 이르렀다. 침착하게 공을 보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워스가 한국 무대에 잘 적응해 출루율이 높은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린다면 SK 테이블세터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내년 전력의 핵심 선수다.



이명기, 부진 탈출 노린다


올해 SK의 개막 1번 타자는 이명기(29)였다. 이명기는 2013년 26경기에서 타율 3할4푼을 친 것에 이어 2014년에는 83경기에서 타율 3할6푼8리, 2015년에는 137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를 기록했다. 안타를 만들어내는 재주는 팀 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부진 끝에 99경기에서 타율 2할7푼2리에 그쳤다. 이명기는 올해 정경배 코치가 타격폼에 아무런 손도 대지 않은 두 명의 선수(이명기 이재원) 중 하나였다. 그만큼 타격은 확실하다고 믿고 있었기에 당혹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부진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지만 좀 더 공을 멀리 날려 보내려는 욕심이 밸런스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다. 그러나 타격 재질은 확실히 인정받은 선수인 만큼 내년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정경배 코치는 “반드시 (이)명기를 살리고 싶다. 원래 잘 쳤던 선수다. 명기가 살아주면 좋다”라면서 “명기도 안타에 비해 볼넷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확실한 1번이 있으면 2번으로 가는 게 더 좋다. 운동장 구석구석으로 타구를 날릴 수 있고 번트도 잘 대는 선수”라면서 테이블세터 후보군에 포함시켰다. 이론적으로는 워스와 이명기가 테이블세터에 포진해 서로의 장점을 살려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으로 뽑힌다.



조용호-정진기-박승욱, 신진 세력 기대하라


가고시마 캠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외야수 조용호(27)와 정진기(24)다. 정 코치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을 정도로 가지고 있는 재능이 좋고 또한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다. 정 코치는 “경기에 뛰는 것을 봐야겠지만 (조)용호의 경우는 쉽게 죽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끈질긴 면이 있다. 우리 팀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정)진기는 입대 전보다 몸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체격이 커지고 힘도 좋아쟜다. 펀치력이 있고 발도 빨라 호타준족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실제 조용호는 올해 퓨처스리그(2군) 86경기에서 타율 3할4푼9리, 출루율 4할4푼1리를 기록했다. 퓨처스리그 성적이기는 하지만 35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총 42개의 사사구를 골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상대 투수에게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끈질긴 성향을 가지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정진기도 가진 것이 많은 타자다. 2루타를 뽑아낼 수 있는 힘이 있고 발 역시 느리지 않다. 조용호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1번 타자라면, 정진기는 강한 2번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선수는 박승욱(24)이다. 워스나 팀의 주전 2루수인 김성현과 포지션이 겹쳐 확실한 주전이 아니라는 점은 걸리지만 기본적으로 테이블세터에 들어갈 만한 충분한 재능을 갖췄다. 올해 군 복무를 마치고 바로 1군에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1군 36경기에서 타율 2할7푼6리, 출루율 3할5푼4리를 기록했다. 펀치력도 있다. 정 코치는 “박승욱이 때로는 고참들보다 더 나을 때도 있다. 주자가 있을 때 당겨 칠 줄도 알고, 기습번트도 상황에 따라 영리하게 대는 편”이라면서 향후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2017년 벼르는 베테랑, 우리도 있다


올해 다소 기대에 못 미쳤던 베테랑 선수들도 빼놓을 수 없는 후보다. 올해 주장을 역임했던 김강민(34)은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를 모두 해낼 수 있는 선수다. 박재상(34)은 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서도 올해 94경기에서 타율 2할9푼8리, 출루율 3할6푼3리를 기록했다. 조동화(35)는 팀 내 최고의 주루 플레이를 자랑한다. 


정 코치는 “이미 기량 검증이 끝난 선수들 아닌가. 올해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고 안정적으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힐만 또한 같은 기량이라면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는 기량을 보여준다면 여전히 팀에서는 소중한 자원들이다.


다른 선수들도 호시탐탐 테이블세터 포함을 노린다. 올해 100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 출루율 3할7푼8리를 기록한 김재현(29)도 후보다. 정 코치는 “왼손을 상대로 한 타율이 관건이 될 것이다. 다만 타구를 유격수나 3루수 쪽으로 날릴 수 있다면 무수한 내야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타자”라고 말했다. 이 많은 선수들 중 기본적으로는 2명만 개막 테이블세터로 낙점 받을 수 있다. 총성 없는 전쟁은 벌써 시작됐다.


OSEN 김태우 기자(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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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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