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던 시절 ‘좌완 왕국’으로 불렸다.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좌완 투수들이 줄줄이 경기에 나서 상대 타선의 예봉을 꺾곤 했다. 그러나 올해 SK 마운드는 믿고 맡길 만한 왼손의 수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왼손 요원들의 성적이 전체적으로 좋지 못했다. 좌·우 균형이 잘 맞지 않았던 이유였다.
그런 SK 마운드가 좌완 재건을 위해 팔을 걷었다. 지난 4일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리고 있는 팀 유망주 캠프에도 내년 좌완 전력을 강화시킬 만한 선수들이 합류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총 5명의 선수들이 각자의 가능성을 뽐내며 코칭스태프의 호평을 받고 있다.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절로 커진다.
현재 가고시마 캠프에 합류한 왼손 투수는 총 5명이다. 김태훈(26), 김정빈(22), 박세웅(20)에 해외 유턴파라는 공통점과 함께 올해 신인드래프트로 팀에 합류한 김성민(22)과 남윤성(29)이 포함됐다. 투수진을 총괄하고 있는 최상덕 투수코치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이번 캠프에 많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라면서 “내년 전력에 가세할 만한 왼손 전력들이 더러 있다. 전반적으로 공을 잘 때리고, 채는 감각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2009년 팀의 1차 지명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에 입성한 김태훈은 ‘만년 유망주’의 꼬리표를 뗀다는 각오다. 김태훈은 상무에서 제대한 뒤 올해 팀에 재합류해 1군에서 15경기(평균자책점 4.30)에 나섰다. 1군 즉시 전력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다. 선발 자원으로 분류되어 있을 만큼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140㎞ 중반에 이르는 빠른 공과 변형 패스트볼의 위력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을 만한 느린 변화구가 없다는 게 단점이었는데 지난 9월 열릴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체인지업 연마에 공을 들였다. 당시 선수단을 인솔한 김경태 퓨처스팀(2군) 코치는 “김태훈의 내년이 가장 기대된다. 체인지업에 재미를 붙였다”고 흥미로워했다. 김태훈도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익혀 내년에는 풀타임 1군 선수가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아직 1군 경험이 없는 김정빈은 다크호스다. 2013년 팀의 3라운드(전체 28순위) 지명을 받은 김정빈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최 코치는 “넥센에 있던 시절 퓨처스팀에서 김정빈이 던지는 것을 봤다. 역시 최고의 장점은 속구다. 빠른 공을 던지는 능력을 좋게 봤다”라고 평가한다. 실제 김정빈은 올해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구속이 가장 많이 향상된 선수로 손꼽힌다.
지난해까지 김정빈의 구속은 평균 130㎞대 후반에서 142㎞ 정도. 최고 구속은 145㎞였다. 하지만 올해는 3~4㎞ 정도가 늘어 퓨처스팀에서는 평균 145㎞, 최고 148㎞를 찍었다.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좌완 불펜 요원으로 기대가 크다. 역시 퓨처스팀에서 선발 경험도 꽤 갖춰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김정빈은 “빠른 공 하나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체인지업을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지는 것이 목표다. 타자와 싸워야 하는데 나와 싸우다 제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분은 있지만 여기 와서 바꾸려고 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박세웅 역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 자원으로 기대감이 크다. 2년 연속 가고시마 캠프에 합류해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최 코치는 “박세웅 역시 빠른 공을 던진다. 공을 때리는 힘이 상당히 좋다”라면서 “아직 젊은 투수라 전반적인 구위가 일정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면 충분히 팀 전력에 보탬이 될 만한 선수”라고 평가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최고 구속이 130㎞ 후반이었던 박세웅은 현재 최고 구속이 146㎞까지 올라왔다.
박세웅도 올해 불의의 부상으로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흔히 투수들에게 생기는 어깨나 팔꿈치의 부상이 아닌, 손에 바이러스성 사마귀가 나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2월 열린 대만 캠프 때까지 쾌조의 컨디션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모았으나 예상보다 치료 기간이 길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된 만큼 다시 뛴다는 각오다. 박세웅은 “너무 강하게 던져야 한다는 생각에 빠른 공 제구가 흔들렸는데 기복 없는 투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성민과 남윤성도 코칭스태프에게 각기 다른 장점을 어필하고 있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팀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김성민은 고교 시절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기본적인 재능이 기대를 모은다.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장기적으로는 선발 자원으로 분류되어 있다. 김성민은 최고 140㎞대 중반의 빠른 공은 물론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기본적인 구종을 모두 던질 수 있다. 나이치고는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다.
올해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현재는 그 후유증을 모두 이겨낸 상황이다. 최 코치는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많고 굉장히 열심히 한다. 많이 밝아진 모습이다.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한다면 충분히 대성할 수 있다. 체구가 작아도 회전력 등 몸을 사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라면서 “투구 동작 등 어떤 가르침도 금방 흡수하는 선수”라면서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야구에 대한 재미를 찾은 김성민도 “내년 시즌 전까지는 100% 컨디션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캠프에서는 슬라이더를 좀 더 완벽하게 던지는 것이 목표”라며 1군 데뷔를 고대했다.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지명을 받은 남윤성도 기대주 중 하나다. 남윤성은 공은 빠르지 않지만 안정된 제구력을 장점으로 한다. 앞서 소개한 4명의 선수들과는 다소 차별화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커브의 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코치는 “미국에서 어깨를 다쳤던 영향이 있다. 어깨가 너무 올라가면 무리를 하게 되니 미국에서 투구 각도를 좀 낮췄다고 하더라. 구속보다는 제구력과 변화구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커브와 슬라이더를 모두 잘 던진다”라면서 “아직 빠른 공 구속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인데 140㎞ 언저리만 가도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어른스럽고 야구에 대해 진지한 자세 또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선수들 중 내년에 1~2명 정도만 1군 즉시 전력으로 대기할 수 있어도 SK는 큰 힘을 얻는다. 박희수 신재웅 등 베테랑 좌완들과 더불어 가고시마에서 반짝인 5개의 별이 성장한다면, 좌완 왕국 재건이라는 팀의 목표도 조금씩 그 힘을 받을 수 있다. 내년을 바라보는 화두 중 하나다.
OSEN 김태우 기자(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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