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더스 스토리/랜더스人

[공감(共感) W] 국내 최고의 내야수를 꿈꾸며, SK 신인 내야수 안상현

SSG 랜더스 2015. 11. 4. 10:20

“박진만 선수처럼 오래오래 사랑받으면서 야구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SK는 지난 8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에 마산 용마고 졸업 예정인 안상현(18)을 지목했다. SK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선택이었다. SK 내야진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한 자리다. 안상현은 우투우타 내야수로 빠른 발과 타격 센스에 높은 점수를 받는 선수다. 2014년 황금사자기에서는 도루상을 받았다. 유신고와의 준결승에서는 4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을 50년만의 결승으로 이끌었다. 2015년 같은 대회에서는 타점상을 받았다. 안상현은 “생각지도 못한 상위 라운드에 뽑혀서 얼떨떨하지만 그만큼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상현은 이미 지역에서는 유명인사다. 마산 용마고 출신의 장원삼(삼성), 조정훈, 정훈(롯데) 등이 프로에서 활약중이지만 고교 졸업 직후 바로 프로의 지명을 받은 선수가 2명이 된 것은 올해 안상현과 김성현(넥센 지명)이 처음이다. 또 8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 쿠바전에서는 3-3이던 연장 10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중전안타를 때려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학교와 동네에 플래카드가 걸리는 등 잔치 분위기였다. 최근에는 마산 용마고의 51년 만에 전국체전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안상현은 “SK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현재 특정팀을 응원하지는 않지만 어릴 적에는 두산을 좋아했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봤을 때 SK하면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뼈아픈 패배를 안겨준 팀이라는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사실 SK에서 뛰게 될 줄은 몰랐다. SK는 늘 강한 팀이라는 이미지다. 탄탄한 전력과 팀워크가 좋은 팀이라고 생각해왔다. 김광현, 박진만, 정대현 등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선수도 있다.” 그는 이어 “SK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내게 좋은 기회다. 무엇보다 훌륭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포지션적으로도 기회가 있을텐데 최대한 열심히 해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상현은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육상으로 운동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분당 장안초 5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는데 몇 달되지 않아 당시 분당 서당초 야구부 감독이었던 안경환 감독의 스카우트 제의에 전학을 하게 됐다. 안상현은 “안경환 감독님이 기본기를 잘 가르쳐 주셔셔 여기까지 왔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야구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운동신경이 제법 뛰어났나 보다. 안상현은 처음부터 유격수로 포지션을 받아 빠르게 적응했다. 안상현은 “아예 야구에 대해서는 몰랐는데 처음에는 타격이 너무 재미있어서 빠져들었다. 남들보다 달리기는 확실히 빨랐지만 특별히 잘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왔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SK 스카우트는 안상현의 야구 센스를 높이 평가하면서 차세대 유격수 또는 2루수로 주목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야구 센스가 발군이라 스스로 경기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알고 생각하는 플레이를 한다. 기습 번트와 주루플레이도 능하다”고 설명했다. 빠른 스윙 스피드와 임팩트가 좋아 타자로서 좋은 자질도 타고났다는 평이다. 타석에서 공격적인 성향에 컨택 능력을 갖췄으며 필요할 때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돋보인다.  안상현은 “평소에 긴장하는 편이 아니다. ‘공 보고 공 치기’라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앞에 주자가 있을 때 재미있다. 승부처라는 느낌이 더 짜릿하다”고 했다. 잠시 생각하던 안상현은 “아 유일하게 긴장했던 경기도 있다. 청소년대표팀에서 쿠바전 끝내기 안타 상황이었다. 긴장을 많이 했는데 안타를 쳤을 때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며 웃었다. 



육상선수 출신인 만큼 안상현 스스로는 빠른 발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안상현은 “도루할 때 초반 스타트 스피드가 좋다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TV중계를 통해 경기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면서 “최근에는 박해민(삼성) 선수의 도루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김강민(SK) 선수의 주루플레이도 많이 배우고 싶은 선수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롤모델로는 은퇴 후 1군 수비 코치로 합류하게 된 박진만 코치를 꼽았다. 박진만은 ‘국민 유격수’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받다. 내야수인 안상현에게 우상과도 같다. 안상현은 “박진만 선수를 꼭 만나고 싶었지만 은퇴를 하신다니까 아쉽다. 코치가 되신다고 하니까 언젠가 볼 수 있지 않을까. 또 리그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김광현 선수도 보고 싶다”면서 SK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선수를 이야기했다. 프로에서 가장 상대하고 싶은 선수로는 유희관(두산)을 이야기했다. 고교야구에서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140km를 훌쩍 넘긴다. 유희관은 130km대의 느린 공으로도 올해 18승을 올리면서 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안상현은 “왜 타자들이 유희관 선수의 공을 못치는지 궁금하다”면서 궁금해했다.


안상현은 2일부터 SK 선수단에 합류해 상견례를 갖는다. SK 내야진은 젊은 선수들에겐 기회의 땅이면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무대이기도 하다. 안상현도 유서준, 박철우, 최정민 등과 경쟁해야 한다. 안상현은 “즐기면서 야구를 한다는 점이 나의 강점”이라면서 “프로에서 뛰기 위해 체력적인 부분에 준비를 많이 했다. 일단 최대한 빨리 1군 시합에서 뛰는 것이 목표다. 무엇보다 수비는 보완할 점이 많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어 “팬들에게 ‘야구를 잘하는 친구’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다. 언젠가는 박진만 선수처럼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내야수가 되고 싶다”며 바람을 이야기했다.


이정호 스포츠경향 기자 alp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