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는 11월 27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2015 KBO 2차 드래프트’에서 내야수 최정용(19), 투수 김정민(23), 포수 박종욱(19)을 지명했다. ‘유망주를 육성해 세대교체에 속도전을 가하겠다’는 SK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동갑내기 최정용과 박종욱은 그렇게 입단 1년 만에 SK의 낙점을 받았다. 그런데 뽑아 놓고 보니 운명의 장난인지 둘은 세광중-세광고 시절부터 6년을 동고동락한 죽마고우 사이였다. 프로 입단 후 각각 삼성과 두산으로 갈라졌던 1년의 짧은 결별을 거쳐 SK에서 재회한 둘의 우정이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꽃피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광고 시절 찰떡호흡을 자랑했던 박종욱(좌)과 최정용(우)
●최정용, 제2의 박진만을 꿈꾸다.
최정용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2차 2번 지명을 받은 기대주다. 삼성이 마무리캠프까지 보내 강훈을 시킬 정도로 애지중지 육성했다. 그랬기에 2차 드래프트에서 다른 팀 유니폼을 입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삼성 매니저님한테 ‘내년부터 좋은 등번호 좀 달게 해 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그런데 2차 드래프트 날, 매니저님한테 카톡이 왔다. ‘좋은 등번호를 주려고 준비해놨는데 SK 가서 받아야겠다’라고 하시더라.” 예기치 못했던 이적 통보였지만 희망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떠나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SK에 가서 적응하는데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찍은 팀이 SK라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분위기가 좋은 팀이라고 들었다. 팀 이미지도 깔끔해서 SK 이적이 다행스러웠다.”
집이 있는 청주에서 SK의 홈필드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으로 이동할 때 7년간 사귄 친구 박종욱과 함께였다. “세광중-세광고 시절 가장 친한 친구다. 고3 때, 배터리를 이루기도 했다. 나는 종욱이와 같이 있어도 괜찮은데 종욱이는 ‘지겹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너무 친하니까 막말도 할 수 있는 법이다. 원래 내야수인 최정용이 2014년 황금사자기 1회전 서울고전 때 투수를 맡아 포수인 박종욱과 배터리 호흡을 맞춘 적도 있었다. “6-3으로 이기고 있었을 때 등판했다. 팀에 투수가 너무 없어서 내가 던져야 했다. 그날 나는 5타수 5안타를 쳤다. 종욱이는 4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내가 볼넷을 남발해서 역전패를 당했다. 종욱이한테 ‘너 때문에 묻혔다’는 얘기를 계속 듣는다.(웃음)”
최정용에 관한 스카우팅 리포트는 “2루, 3루, 유격수가 가능한 유틸리티 내야수로서 주력이 우수하고,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로 돼있다. “3루와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지만 다 할 수 있다. 달리기도 어디 가서 뒤쳐진다고 생각은 안한다. 수비보다 공격이 자신 있다”고 말한다. 최정용이 닮고 싶은 선수는 삼성 시절 선배였던 유격수 김상수다. 우투좌타 내야수로서 타격폼과 손목 힘은 LG 오지환을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이제 SK에서는 현역 은퇴 후 수비코치가 된 박진만 코치의 기술을 습득하고 싶다. “공이 와도 편안하게 잡는 그 기술을 배운다면 영광”이라고 말한다.
각각 삼성과 두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두 친구는 SK에서 다시 재회하게 됐다.
●박종욱, 제2의 박경완을 꿈꾸다
두산의 2차 5번 지명을 받았던 박종욱 역시 2차 드래프트가 운명을 바꿀 줄은 모르고 있었다. “청주 집에 있었다. 나랑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한테 전화가 와서 ‘SK에 가게 됐다’고 하시더라. 두산에 약간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SK나 인천은 인연도 없고,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생소한 곳이었다. 그래도 친구 최정용과 동행하는 SK행이라서 의지가 되는 마음도 없지 않다. 세광고 졸업생 중 프로에서 지명을 받은 이도 둘뿐이라 더 각별하다.
박종욱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어깨는 검증을 받았으나 수비 면에서 아직은 성장이 더 필요하다”로 나와 있다. 박종욱도 몸이 유연하지 못한 약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두산 선수로 뛰며 자신감이 붙었다. “주자 있을 때, 블로킹 확률이 100%가 됐다. 수비가 공격보다 자신이 있다. 아직 타격은 걸려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는 레전드 포수 박경완이 1군 배터리코치로 기용된 상황이다. 박종욱은 “대선배님께 훈련 받는 것만으로도 좋다. 박 코치님이 호되게 훈련을 시키는 기사는 봤다. 각오하고 있다. SK 유니폼을 입고 내년에 1군 무대를 한 번 밟아보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원래 내야수 출신인 박종욱은 중학교 때, 감독 추천으로 포수가 됐다. 고1 때 무릎수술을 받아 반년을 쉬기도 했다. “지금은 완치된 상태지만 날씨가 안 좋으면 할아버지들처럼 아프기도 하다”고 웃는다. 그럼에도 포수를 천직처럼 생각한 마음이 바뀐 적은 없다. “포수가 좋다. 포수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포지션도 거의 다 해봤는데 포수가 가장 재미가 있더라. 특히 도루를 잡을 때, 투수를 리드할 때의 기분은 최고”라고 말했다.
김영준 스포츠동아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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