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공식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치른 박경완은 이제 더 이상 '선수'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23년간의 선수 생활을 접고 2군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지만 팬들의 기억에선 그라운드를 호령했던 포수 박경완의 이미지가 생생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를 끝으로 선수 커리어에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라운드에서 무섭도록 차가웠던 포수 박경완은 공식 은퇴식 중에도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경기장을 찾았던 2만516명의 관중들 대부분은 경기 후 진행된 은퇴식도 대부분 지켜봤다. 그리고 만감이 교차하는 박경완을 향해 환호성을 보냈고, 박수를 쳤다. SK 팬들은 그렇게 '선수' 박경완에게 작별을 고했다.
'선수' 박경완은 대단했다. 전주고를 졸업하고 1991년 쌍방울에 입단했던 그는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활약하며 '홈런'과 관련된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2000년 프로야구 사상 첫 4연타석 홈런을 때려냈고, 이듬해에는 포수로는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포수 첫 개인 통산 300홈런 고지를 밟았다. 한국시리즈(KS) 우승도 5차례나 이끌었다. 1998년과 2000년 현대에서 우승을 맛봤고, 2003년 FA(프리 에이전트)로 SK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세 차례(2007·2008·2010년) 우승을 경험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었다. 따라올 자가 아무도 없었다. 박.경.완. 그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들어봤다.
친구 김원형(현 SK 투수코치)
김원형 코치는 박경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둘은 초 중 고교를 함께 다녔고, 심지어 쌍방울(1991년)에서 프로 데뷔를 한 것도 일치한다. 박경완이 1997년 현대로 이적하면서 떨어졌던 두 사람은 2003부터 박경완이 SK 유니폼을 입으며 다시 조우했다. 2010년 열린 김원형 코치의 은퇴식에선 박경완이 축하를 해줬고, 박경완이 직접 시포를 한 이번 은퇴식에선 김원형 코치가 시투로 자리를 빛냈다.
-'친구‘ 박경완에게 한 마디 한다면.
"그동안 선수 생활하면서 고생 많이 했고, 수고했다는 말을 먼저 해주고 싶다. 은퇴식을 하면 선수 생활에 미련이라는 게 남을 수 있지만 남겼던 기록들이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됐으면 한다. 앞으로 지도자로서도 선수 때 기록한 커리어만큼 했으면 좋겠다.(웃음)"
-야구장 밖에서 박경완은 어떤 사람인가.
"야구장에서 보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배터리 호흡을 맞추고) 졌을 때도 여러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빈볼 시비가 있었을 때도 끝나고 '밥먹자'라고 먼저 연락을 하더라." (김원형-박경완은 1998년 각각 쌍방울과 현대 소속일 때 빈볼 시비가 붙었고, 당시 김원형은 퇴장 당한 경험이 있다.“
-'포수' 박경완은 어땠나.
"순간의 판단력, 냉철한 판단력을 내릴 수 있는 선수였다. 투수와 포수는 호흡이 중요한데, 투수가 (사인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을 때 그것을 빨리 이해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흐름과 연관이 있는 건데 박경완은 이런 부분이 탁월했다."
후배 김광현(투수) 정상호(포수·이상 SK)
투수들에게 '포수' 박경완의 존재는 컸다. 특히 나이가 어린 선수라면 더욱 그랬다. 팀의 에이스로 성장한 김광현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0년 한국시리즈 4차전 우승이 확정된 후 마운드에서 고개를 90도로 숙여 포수 박경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같은 포지션인 선수는 박경완이 '벽'이었다. 이겨서 넘어야 하는 선배이자 레전드였다. 정상호도 그랬다. 2001년 계약금만 4억5000만원을 받은 유망주였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두 선수는 모두 선배의 앞길에 좋은 일이 있길 바라는 같은 마음이다.
△김광현
"그동안 성장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2의 인생도 성공하시길 바란다. (은퇴식에서 시구를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셨는데, 캐치볼을 했을 때 괜찮았다. 의미를 담아 던지고 싶다.”
△정상호
“항상 고민하는 모습 등 내게 모티브가 된 선배다. 군대 2년을 빼면 항상 보고 자랐는데, 은퇴를 축하드린다.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었는데 아쉽기도 하다."
이밖에 조웅천 SK 투수코치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최고의 포수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고, 2001년부터 SK 매니저를 보고 있는 임광엽 1군 매니저도 "굉장히 철저하고, 영리한 선수였다"고 기억했다. 은퇴식 현장을 찾은 SK팬 박준엽(서울 관악구) 씨는 "선수 생활에 이제 마침표가 찍혔지만 감독으로도 대성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감독으로서도 좋은 역량을 발휘해 줬으면 좋겠다"고 앞날을 기원했다.
배중현 일간스포츠 기자 bjh102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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