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더스 스토리/랜더스人

[공감(共感) W] 좌타자 변신 4년…준비된 인재 SK 홍명찬

SSG 랜더스 2014. 4. 29. 14:15

SK 내야수 홍명찬(27)도 4년 전 야구인생을 건 모험적인 결정을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로 만들지 않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홍명찬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7푼9리(29타수11안타) 2타점 3득점을 기록중이다. 출루율은 4할5푼5리에 이른다. 꾸준한 타격 상승세로 지난 24일 문학 NC전에서 앞서서는 이만수 감독이 1군으로 콜업하기도 했다.


홍명찬은 올 시즌 호성적에 대해 “성적은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편이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굳이 찾자면 시합을 계속 나가는 것이다. 그 동안 2군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더 분발하게 된다”며 긴장감을 유지했다.



어느새 프로 8년차, 2014시즌은 그에겐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뗄 절호의 찬스다. 홍명찬은 고교시절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한서고 졸업 예정인 2006년 한국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서 당당히 SK의 지명(2차 2라운드 12순위)을 받아 실력을 인정받았다. SK는 차세대 유격수로 기대했다.


그러나 1군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최근 2군에서 3루를 보고 있는 홍명찬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으로 스프링캠프에서 늘 주목받는 선수로 거론된다. 그러나 정작 1군에서 뛸 기회는 많지 않았다. 


홍명찬은 길었던 2군 생활에 대해 “다른 이유는 없다. 내가 경쟁자들 보다 나을게 없었다”며 “움직임이 빠르지 않아 한번에 눈에 들어오는 스타일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타격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몰라보게 좋아진 컨택 능력은 그의 변신이 서서히 제 궤도에 접어들고 있다는 증거다.



홍명찬은 2011년 타격폼을 대폭 수정했다. 당시 군 제대 후 돌아온 홍명찬의 미래는 밝지 않았다. 변화구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명확한 약점을 가지고 탄탄한 1군 내야진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전하던 홍명찬은 당시 김경기 퓨처스리그 타격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우타자에서 좌타자로 변신을 결정했다. 사실 왼쪽 타석이 완전히 생소한 자리는 아니다. 홍명찬의 프로필에는 우투양타로 소개돼 있다. 그렇지만 고교 때부터 장타 생산 능력이 좋은 오른쪽 타석에 대부분 섰다. 


답답한 마음에 왼쪽 타석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본 김경기 코치가 가능성을 보고 좌타자 전향을 권유하자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프로야구에서 변신을 선택하는 선수가 많지만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홍명찬과 같은 2군 선수에겐 야구 인생이 걸린 결정이었던 셈이다.


우타자에서 좌타자로의 변신, 야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었다.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훈련했다. 공 보는 훈련, 티 배팅부터 다시 시작했다. 올해로 좌타자로 바꾼지 4년째. 어느 정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홍명찬은 “처음에는 칠 때마다 느낌이 달라서 ‘이게 될까’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지금은 괜찮다. 4년 정도 되니까 자리잡은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꾸기를 잘 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여전히 1군에서 뛰기 위한 완벽한 타격 메커니즘을 위해 노력중이다. “아직은 경기를 계속 하면서 고칠 부분이 많다. 요즘에는 배트 스피드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홍명찬은 앞서 2008년에도 현역 군 입대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야구로서 조금 더 승부를 걸어볼만한 나이였지만 경찰청 입대가 무산되면서 계속되는 제자리 걸음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진 입대를 결정했다. 2년간 글러브를 벗었다. 그런데 오히려 야구에 대한 열정은 더 불타올랐다.


홍명찬은 “군대에서는 야구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축구할 때는 인정을 좀 받았다”고 웃으면서 “더 미루기 보다 빨리 다녀오는게 좋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프로에서 뛰면서 도전하고 있으니 지금까지는 성공”이라고 말했다.


1군에 오를 때마다 홍명찬은 기분좋은 자극을 받는다. 팀 선배인 박진만 때문이다. 홍명찬은 입단 초기 인터뷰에서도 박진만을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아마추어 시절, 같은 포지션에서 물 흐르는 듯이 깔끔한 박진만의 수비를 보며 ‘유격수는 저래야 하는구나. 이래서 박진만을 최고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박진만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어릴 적부터 팬이고, 존경하는 선수라 지금도 대화할 때마다 긴장된다”는 홍명찬은 “지금도 박진만 선배를 보면 신기하다.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SK에는 홍명찬과 동기인 1987년생이 유독 많다. 올 시즌 중심타자로 활약중인 이재원과 주전 유격수로 나서는 김성현을 비롯해 1군에서 이름을 볼 수 있는 백인식, 이명기 등 12명이나 된다. 1987년생에게 SK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두각을 보이지 못했지만 홍명찬은 그 핵심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홍명찬은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에 타석에서 유리한 카운트라도 공격적으로 내 스윙을 하는게 내 장점”이라면서 1군에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이정호 스포츠경향 기자 alp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