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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SK행 김성민, 롤모델 김광현의 뒤를 따르다

SSG 랜더스 2016. 8. 23. 21:03

SK는 올 시즌이 끝나면, 오랜 시간 팀을 지켜온 에이스와 작별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광현(28)이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광현은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광현은 SK는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다. SK로서는 김광현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팀 내에 좋은 왼손투수 자원이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선발은 물론, 불펜에서도 마무리 박희수 외에 믿을 수 있는 좌완을 찾기 힘들어졌다.

 

2017 신인드래프트는 그런 SK의 갈증을 해소할 좋은 기회였다. 1차 지명에서 야탑고 우완투수 이원준(18)을 지명한 SK는 2차 지명에서 왼손 자원 확보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본 후쿠오카 경제대 졸업반인 김성민(22)이 그 주인공이었다.

 

●좌완 필요했던 SK, 김성민 면밀히 관찰

대구 상원고 2학년이던 2011년, 청룡기 우승을 이끈 에이스로 대회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던 그는 3학년이 되기 전인 2012년 초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다 대한야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절차상의 문제를 일으킨 볼티모어마저 계약을 철회하면서 졸지에 ‘국제 미아’가 된 김성민은 일본 대학 진학으로 돌파구를 찾았고, 2014년 징계 해제로 한국 복귀에 길이 열렸다.

 

SK는 올해 신인드래프트 참가 의지가 있던 김성민에 대해 일본 내 네트워크를 동원해 조사와 관찰을 진행다. 올해 4월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해 뛰지 못했지만, 지난해까지 140㎞대 후반의 공을 문제없이 던졌다는 걸 감안했다. 실력만큼은 고교 시절부터 보여줬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송태일 스카우트팀 매니저는 “본인도 절실함이 있고, 야구로 보면 왼손투수로서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고교 때부터 잘했던 선수”라며 “일본 대학 진학 후 어땠는지, 또 최근 재활 과정까지 계속 체크해왔다. 146~147㎞ 정도의 빠른 공을 갖고 있고, 변화구도 수준급이라고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도 나이나 군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게 아니다. 즉시전력이라고 판단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1라운드에 지명했다. 어차피 대졸 선수들과 나이가 똑같다”고 덧붙였다.

 

●떨렸던 하루하루, SK서 뛰어보고 싶었다
당장 ‘포스트 김광현’이 될 수는 없겠지만, SK는 김성민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성민도 먼 길을 돌아왔지만, 큰 꿈을 꾸고 있었다.

 

트라이아웃 때만 해도 지명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조마조마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 탓에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성민은 “몸이 안 좋아서 내 공에 아쉬움이 컸다. 솔직히 걱정밖에 없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하프피칭을 했다. 다행히 SK에서 잘 봐주신 것 같다”며 “드래프트 당일 이름이 불렸을 땐 정말 많이 기뻤다. 처음 감동이라는 걸 느낀 것만 같다. 사실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 아직도 말로 설명이 잘 안 된다”고 털어놨다.

 

1라운드 지명, 그것도 평소 많이 봐온 SK라 더욱 놀랐다. 그는 “SK는 한 번쯤 뛰어보고 싶은 팀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일본에 있으면서 경기를 많이 찾아봤는데 좋아했던 김광현, 정우람(현 한화) 선배님의 경기를 특히 많이 봤다. 자연스레 SK 야구를 많이 볼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닮고 싶었던 두 왼손투수의 경기를 보면서 SK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김성민은 “좋은 팀이 있어서 좋은 선수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SK가 좋은 팀이기 때문에 그런 선수들이 배출된 것 아닌가. 나도 SK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오랜 롤모델 김광현 선배, 지난 4년은 큰 공부
그는 중학교 때부터 같은 왼손투수인 김광현을 ‘롤모델’로 삼아왔다. 이제 그가 있는 SK로 간다. 물론 FA 자격을 얻는 김광현의 거취를 아직 알 수 없지만, 김성민에겐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김성민은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김광현 선배님이 롤모델이었다. 같이 뛰는 건 내게 꿈같은 얘기다. 해외 진출을 하신다면 그만한 공백을 누가 당장 메울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대졸 선수들과 같은 시점이지만, KBO리그에 오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 김성민은 “돌이켜보면 어리석은 일도 있었지만, 내가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에 갔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도 보고 배운 게 정말 많다. 좋은 공부가 됐다. 야구 쪽으로도 체력을 키우는 방법이나, 선발투수에 맞춰 구종을 늘리고 볼배합을 익혔다”며 지난 4년을 돌이켜봤다.

 

지난 시간이 준 교훈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크게 다가왔다. 그는 일본에서 보낸 4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성민은 SK 팬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부탁하자 다시 한 번 자신을 낮췄다.

 

“전 아직 장점보단 단점이 많은 선수입니다. 조금씩 보완해 나가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명노 스포츠동아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