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로서는 나무랄 데 없는 선수다.”
지난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7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순번이 찾아온 SK와이번스는 주저 없이 제물포고 포수 권기영(17)을 호명했다.
의외였다. 권기영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수비력이 좋아 많은 팀이 중하위권 순번에서 노리고 있던 포수 자원이다. 그러나 SK는 3라운드 순번에서 일찌감치 권기영의 이름을 불렀다.
이날 드래프트가 끝난 뒤 송태일 스카우트 팀장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순번이 올 때마다 점찍어 둔 선수를 큰 이견 없이 호명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송 팀장은 이날 3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포수 권기영을 유독 주목했다.
권기영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을 받은 용마고의 나종덕(롯데)이나 해외파 신진호(NC)에 비해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실 고교 성적도 뛰어나지 않았다. 그는 고교리그 41경기에 나와 152타석에 섰고, 타율 0.238 1홈런 21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아주 평범한 성적이다.
그러나 잠재력은 이들에 못지 않을 것으로 평가가 많았다. 초등학교 때 포수로 야구를 시작한 뒤 한 번도 포지션을 바꾸지 않았고, 1999년생으로 또래보다 어린 나이에 1학년 때부터 차근차근 경기에 출장해 포수로 경기 경험이 많았다.
당장 프로에서 고타율을 올리는 중심타자가 되긴 쉽진 않아도, 타석에서의 장점인 한 방 능력을 키운다면 포수로서 경쟁력은 갖출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됐다. 송태일 팀장은 “권기영의 장점은 송구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이다. 약간 옆으로 던지는 경향이 있지만, 포수 자리에서 2루까지 공 도착 시간이 굉장히 빠르다. 항상 체크를 했던 부분인데 일정하게 빠르고 정확성이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타격 면에서도 비록 제물포고에서 하위 타순에 있지만, 일발 장타력이 있다. 포수로서는 나무랄 데 없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권기영이 SK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스피드였다. 송 팀장은 “제물포고에서 100m를 뛴다고 하면 가장 빠르다고 하더라. 몸에 스피드가 있으면 성장이 상당히 빠르다. 그런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고교 3년 동안 권기영을 지도한 이용주 제물포고 감독은 “(권)기영이는 승부욕이 강하고,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다. 또, 파워가 좋다. 현재 대학 재학 중인 선수들에 비해 힘이 떨어지지 않는다. 박경완 코치 등 좋은 코치들이 많은 SK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포수”라고 귀띔했다. 이 감독은 또,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봐도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내성적이지만, 팀에서 형님 역할도 잘 수행했다. 인성적으로도 아주 매력적인 선수”라고 전했다.
송 팀장과 이 감독은 권기영을 두고 “프로 선수 중 같은 스타일을 찾으면 두산의 양의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권기영이 최상급 선수로 성장한다면 양의지와 같은 리그 최고 포수도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SK의 연고인 인천 출신인 권기영은 아직 프로지명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놀랐다. 솔직히 높은 순번에 지명이 될 지는 몰랐다. 잘못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SK 선수가 되는 것을 꿈꿨다. 최정 선배님은 포지션은 다르지만, 내 롤 모델이다. 꿈만 같다”고 활짝 웃었다.
향후 각오에 대해 권기영은 “포수로 자리를 잡는 선수가 되고 싶다. 잘해서 올라가면 된다. SK에서만 은퇴할 때까지 야구를 하고 싶다. 힘은 좋은 데 정확도가 떨어지는 약점을 고쳐야 한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 삼진을 자주 당하는 점을 고쳐야 한다”고 다짐했다.
정세영 스포츠월드 기자 ni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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