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共感) W는 SK와이번스의 선수, 팀, 경기, 마케팅, 사회공헌활동 등 구단의 다양하고 소소한 스토리를 팬들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된 소통 채널입니다. |
경남고와 경성대를 나온 SK 외야수 한동민(24)은 프로 2년차 ‘중고 신인’이다. 그는 3년 전 신인드래프트에서 9라운드(전체 81순위)로 SK에 지명됐다. 키 190㎝, 몸무게 95㎏의 하드웨어가 좋은 차세대 거포 감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동민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소위 ‘블루칩’이다.
SK는 최근 계속된 전력 누수와 주전들의 노쇠화로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에 직면해 있다. 이에 이만수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새 얼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한동민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새 얼굴’ 가운데 한 명이다. 이만수 감독은 “선수들 중에서는 대게 연습경기에서 잘하는 선수와 실전경기에서 잘하는 선수로 나뉜다. 한동민은 실전에 강한 타입”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동민은 3월3일까지
열린 오키나와 캠프에서 팀이 치른 10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할4푼4리(32타수 11안타)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선수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성적이다. SK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젊은 타자 한동민의 오키나와 캠프 24시를
그와의 인터뷰를 기초로 재구성해봤다.
#06:00
매번 그래왔듯이 6시만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옆 침대에서 자고 있는 룸메이트인 (박)재상이형은 깊은 잠에 빠진 모양이다. 나는 어서 일어나야겠다. 할 일이 많다. 이번 캠프는 내게 더 없이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느낌도 좋다. 21일 한화전에서 투런 홈런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차차! 한가하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느긋하게 씻고, 장비를 정리 하다간 아침 식사 시간에 늦을 수도
있다. 어서 서두르자.
#07:00
아침 식사 시간이다. 벌써 아침을
먹고 있는 선수들도 보인다. 재상이형과 같이 앉았다. 밥을
먹는 시간에도 깨알 같은 조언을 해주신다. 재상이형의 말을 마음속으로 새기고 또 새기고 있다. 최근 입맛이 살아났다. 아무래도 최근 연습경기에서 성적이 좋아서
그런가 보다. 지나가는 선배님이 ‘배를 든든하게 채워라. 밥심이다! 밥심!’이라고 말씀하신다. 든든하게
먹어야겠다.
#08:00
오늘(25일)은 우리가 홈으로 쓰고 있는 구시가와 시영구장에서 한화와의 연습경기가 있는 날이다. 대게 구시가와로 이동은 버스 2대로 아침 8시에 시작한다. 나를 포함한 젊은 선수들은 8시께 먼저 구시가와 구장으로 향한다. 버스에 올랐더니 선수들의 표정이
밝다. 연습경기 기간 동안 붙박이 1번으로 나서고 있는 (이)명기형과 최근 감독님으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고 있는 (박)승욱이의 표정이 무척 밝아 보인다.
#09:00
야수조가 한데 모였다. 팀 미팅이다. 이만수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당부의 말씀을 해주신다. 이 감독님은
오늘도 ‘이번 캠프에서 진짜 경쟁을 통해 주전을 선발하겠다’고 또 강조하신다. 그렇다. 잘하면 정말 개막전 엔트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오늘은
한화전이다. 나는 5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다. 오늘도 잘해야겠다. 기회를 반드시 잡고 싶다.
#11:30
오전 훈련이 끝났다. 가벼운 워밍업과
캐치볼, 수비연습, 배팅 연습을 했는데 힘이 전혀 들지 않았다. 특히, 오늘은 (박)정권이형과 함께 1루 수비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가 쟁쟁한 선배님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점심식사 시간이다. (허)웅이형이 배식대에서 내 앞에 섰다. 웅이형은 항상 유쾌하다. 이런저런 농담을 하며 내 기분을 맞춰주신다. 오늘 반찬은 치킨 튀김에
떡볶이가 눈에 띈다. 맛있겠다. 많이 먹고 경기에서 힘을
내야겠다.
#15:35
한화 연습경기가 끝났다. 내 성적은 2타수 무안타 2볼넷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3회 2사 1루에서
힘껏 초구를 노렸는데 중견수 정면으로 향했다. 경기 후 감독님이 (박)승욱이를 MVP로 뽑아 2만엔을
건넸다. 나도 다음 경기에 잘해서 MVP가 돼 용돈을 받고
싶다. 약간 허무하게 끝났지만 경기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버스에
올랐더니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과연 쉽지 않은 주전경쟁에서 내가 살아 남을 수 있을까.
#17:30
온나손 숙소에 도착해 씻고, 장비
정비를 하고 나니 벌써 저녁 시간이다. 내일은 쉬는 날이다. 재상이형도
오키나와에서의 첫 쉬는 날 때문인지 상당히 들떠 있는 모습이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 한국에서 온 취재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어봤는데 대답을 잘한 것인지 모르겠다. ‘동민 선수는 훌륭한 선수가 될 것 같다’는 말에 힘이 생긴다.
#18:00
저녁 훈련은 웨이트 훈련과 스윙 연습으로 나뉜다. 웨이트 훈련은 오후 6시10분부터 1시간 동안 숙소가 아닌 구시가와에 위치한 체육관에서 진행된다. 오늘
나는 오후 7시부터 실시되는 스윙 연습 조다. 오늘 경기에서
아쉬웠던 점을 생각하며 스윙을 해야겠다.
#22:00
스윙 연습이 끝난 뒤 컨디셔닝 코치님들을 만나 가벼운 치료를 끝내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 일정이 사실상 끝났다. 내일 휴식 일이라
다들 분주한 모습이다. 막상 지금 이 시간부터 쉬는 시간인데 할 것이 없다. 한국에서 가져온 ‘학교’라는 드라마나 보며 머리를 식히다 잠을 자야겠다.
● 한동민선수와의 일문일답.
-오키나와 캠프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데.
“1차 미국 플로리다 캠프 때는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더 부담이 됐던 것 같다. 하지만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부담을 버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장점을 꼽는다면.
“공격이다. 홈런을 많이 때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중장거리 타자로서 팀에 보탬이 될 자신이
있다.”
-프로생활을 하면서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는 누군가.
“은퇴하신 김재현 선배다. 타석에서 ‘언제든 한방을 때려줄 수 있다’는 눈빛을 닮고 싶다.”
-올 시즌 목표는.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이다. 그리고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올해가 나의 띠인 뱀띠 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올해를 나의 해로
만들고 싶다.”
정세영 스포츠월드 기자 ni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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