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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SK 1박2일 워크샵을 가다 <2편> : '왕조 재건' 위해 선수-프런트 200명 머리를 맞대다

SSG 랜더스 2015. 1. 12. 10:54

#2. 9일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의 워크샵. 모 케이블 방송에서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미생'의 4화, 주인공 장그래가 프레젠테이션 발표 도중 "현장과 사무실은 결코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장면을 함께 시청했다.


그렇다고 마냥 웃고 장난친 것 만은 아니다. SK라는 울타리 아래 함께 팀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레크리에이션이 끝난 뒤 각 방에 모여 분과회의를 진행했다. 주제는  '나에게 SK란' '서로 친해지기 위한 방법' 등이었다. 이재원(27)은 SK라는 팀의 의미에 대해 "내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할 팀'이로 답해 큰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발표 시간 때 이명기(28)가 다소 어려워하자, 기획서 및 문서 작업에 능한 문학사업팀 맹민호 매니저가 첨삭을 해주는 훈훈한 장면도 보였다.



두 번째 분과회의 시간에는 '서로 해주었으면 하는 것과 하지 말았으면 하는 점'에 대해 토론했다. 프런트와 선수단은 가끔 의견 충돌을 벌이곤 한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팀 전체가 흔들리고, 결국 1년 성적과 연결된다. 많은 선수들은 침 뱉기, 욕설 금지 등을 제의했고 프런트 역시 선수단 지원과 관련해 많은 부분을 약속했다. 서로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토론 자체도 큰 의미였지만, 시즌 중에는 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던 선수들과 프런트는 같은 주제를 갖고 의견을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강민(33)은 "선수단 지원을 위해 이렇게 많은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줄 몰랐다"며 "그 동안 팬과 헷갈려 SK 점퍼를 입고 일하는 구단 직원에게 인사를 못한 경우가 있었는데 너무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부터 코치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제춘모(33) 투수코치는 "선수를 지도할 때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대화를 통해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이튿날에도 SK는 '하나'가 되어 미래를 공유했다. 2015년 영광 재현을 다짐하며 타임캡슐을 제작했는데 대부분 '자주 보고, 인사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윤길현(32), 이명기(28), 김성현(28) 등이 속한 7조는 서로 연락처를 적어 교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9조는 한국시리즈 우승 뒤 조원들끼리 모여 소주 한잔 하자는 이야기를 적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각 조마다 컨셉을 갖고 사진을 찍는 달력 만들기 행사도 진행됐다. 가장 재치있게 사진을 찍은 조에 상품이 수여됐는데 박경완(43) 육성총괄, 김원형 코치(43), 백인식(28) 등으로 이뤄진 3조는 가족 컨셉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단란하게 사진을 찍었다. 박진만(39)은 구단 사진사를 직접 섭외해 몸으로 하트모양을 만들어 찍는 정성을 보였다. 주장 조동화(34)는 "한 신인 선수는 추운 날씨 속에 속옷만 입고 촬영했다. 옆에 있던 동료들에게 자기 옷을 나눠줬는데 팀을 위한 '희생'과 '헌신'을 표현했다고 하더라"며 흡족해했다.


프런트와 선수단을 대표하는 주요 직원 및 선수들의 각오로 워크샵은 마무리됐다. 조동화는 "선수들과 함께 가족 같은 끈끈한 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SK의 왕조를 다시 세우기 위해 '섬김의 리더십'으로 다가가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운영팀장에서 육성팀장으로 자리를 옮김 진상봉 팀장은 "그 동안 부족한 점이 많아 선수들에게 참 미안했다"며 "올해 강화 드림파크가 완공되는데 SK의 미래성장동력을 잘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기(47) 수석코치는 "어제(8일) 회의에서 한 프런트가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사무실에서 서류 결재도 잘 나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놓더라"며 "선수단이 책임감을 갖고 올해는 우승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임원일 사장은 "이틀 동안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며 "내 동료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말에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선수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조동화는 "SK 창단 때부터 함께 했지만 최고의 행사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우람도 "프로 생활 11년 동안 이런 행사는 처음이었다"며 "선수단과 프런트는 같은 목표를 갖고 움직인다. 그런면에서 이번 워크샵은 서로 이해하고 친분을 쌓는 좋은 자리였다"고 뿌듯해했다. 


PS : 이번 워크샵 회의에서 프런트와 선수단은 그 동안 가장 아쉬운 점으로 "서로 얼굴을 모르니 마주쳐도 인사 없이 지나갈 때"를 꼽았다. 이에 SK는 8일 저녁시간 근처 횟집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김용희 감독은 "작은 도둑은 재물을 훔치지만, 큰 도둑은 사람의 마음을 훔친다고 한다. 우리는 올 한해 팬들의 마음을 훔치는 대도(大盜)가 되자"고 말했다. 

 

SK는 2015년 소통과 신뢰, 화합을 강조한다. 그리고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모두가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무식과 1박2일 워크샵은 그 출발점이었다. 


이형석 일간스포츠 기자 ops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