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은 청양의 해다. 청양은 푸른색 양을 뜻한다. 푸른 양은 실제 세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육십갑자의 세계에서 푸른 양은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젊은 이미지에 어울린다. SK 와이번스에서 청양의 해에 어울리는 선수들은 아무래도 1991년생 선수들이 해당될 것이다.
상무에서 돌아온 ‘한국의 와타나베’ 박종훈(24)을 포함해 지난해 1군 무대에서 깜짝 데뷔했던 좌완 불펜요원 김대유(24), 그리고 대졸 2년차 유망주 포수 조우형(24)과 내야수 임재현(24)이 와이번스의 푸른 양들이다. 새해를 맞아서 양들은 침묵을 깨고, 1군 무대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기 위한 힘찬 포효를 내뱉었다.
●1군 즉시전력감으로 손꼽히는 박종훈과 김대유
SK는 2015년 군 복무를 마친 핵심전력들이 마운드에 가세해 든든하다. 좌완 마무리 정우람을 필두로 고교야구 퍼펙트 투수 출신인 좌완 김태훈, 그리고 잠수함 박종훈이 그들이다. 한때 잠수함 왕국이었던 SK는 이제 조웅천(현 SK 퓨처스팀 투수코치)의 은퇴, 정대현-임경완의 이적 등으로 잠수함 투수가 희귀해졌다. 백인식은 선발로 테스트를 받고 있다. 그렇기에 불펜진에서 정통 잠수함 박종훈의 복귀는 반갑다.
박종훈에게 제대 소감을 묻자 “군 입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것이 해결돼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 군대에 있는 동안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구체적으로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려운데 이제 야구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게 말했다. 특유의 긍정 에너지가 여전한 박종훈은 “SK 마운드가 강해졌다고 해도 내가 뚫고 들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목표 또한 성숙해졌는데 “승수가 아니라 꾸준히 해낼 수 있는 투수, 그래서 SK에서 자리 잡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종훈의 장점은 상무에서 선발로만 투입된 덕분에 많은 공을 던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제구력이 다듬어졌고, 위기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생겨서 불펜도 가능하다. 일본의 특급 잠수함 와타나베 슌스케를 떠오르게 하는 땅을 긁을 듯한 투구폼은 여전하다.
2013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에서 SK로 영입된 김대유는 2014년 7월1일 마산 NC전에서 꿈에 그리던 1군 마운드를 밟았다. 이후 선발 3차례를 포함해 9번이나 등판 기회를 얻었다. 김대유는 “2014시즌은 좋은 경험이었다. 더 성장하기 위한 테스트를 받는 느낌의 1년이었다. 덕분에 목표가 생겼는데 2015년은 확실하게 내 이름을 알리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접 겪어본 1군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마인드가 돋보였다. "1군 선수들은 생각부터 다르더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 자신만의 플레이를 한다. 그 속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그 긴장감마저 즐길 각오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퓨처스팀에서 스스로를 연마하고 있는 조우형과 임재현
고려대를 졸업한 조우형의 포지션은 포수다. 이미 SK는 정상호와 이재원이라는 확실한 포수를 둘씩이나 거느리고 있다. 어쩌면 한숨부터 나올 상황 속에서도 조우형은 그 안에서 긍정을 찾고 있었다. “누구를 이기겠다기보다 나 자신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다.”
비록 아직 1군 경험은 없지만 지난해 퓨처스팀에서 포수로서 다시 태어난 느낌을 받았다. “퓨처스 경기에 많이 나가며 많이 배웠다. 박경완 퓨처스팀 감독님(현 SK 육성총괄)과 박철영 배터리 코치님에 전문적으로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고 말했다. 새해 목표는 퓨처스팀에서 지난해보다 1경기라도 더 출전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꿈에 그리던 1군 경기에 출전할 기회도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임재현도 “조우형처럼 나의 기량을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당장 1군 주전을 노리면 안 될 것 같다. 아직 (스스로를)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으니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좋은 것은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임재현은 지난해 유격수와 2루수가 두루 가능한 유틸리티 내야수로 성장했다. 원래 성균관대 재학 시절 유격수를 주로 봤는데 SK 퓨처스팀에서 2루 겸업까지 한 결과다. 임재현은 “포지션이 어디든 별로 구애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이라도 훈련과 근성을 통해 돌파할 수 있다는 의욕으로 충만하다.
이제 2027년이 되어야 다시 양의 해가 돌아온다. 그 때가 왔을 때, 네 명의 선수들은 어떻게 2015년을 추억할까. 지금의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2015년은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영준 스포츠동아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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