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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차세대 에이스 투수를 꿈꾸다, 박민호

SSG 랜더스 2013. 9. 2. 15:11



"제가 지명되는 부분만 못 봤어요."


지난 8월 26일,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라면 누구든 가슴 졸이며 봤을 2014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 인하대 박민호도 학교 한켠에서 혼자 스마트폰으로 신인 2차 지명 방송을 보고 있었다.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도 박민호의 이름은 KT를 포함한 10개팀에서 불려지지 않았다. 3라운드 SK의 지명차례. "SK 지명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온 이후 방송이 끊겼다. 인터넷 연결이 잘 안됐던 것.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갑자기 '축하한다'는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화장실 다녀와서 보니 제가 SK에 지명됐더라고요. 제가 지명되는 걸 제가 못 본거죠." 


그래도 기분은 최고.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SK에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구장에 와서 SK를 응원하면서 야구를 봤습니다. 올해도 4∼5번 정도 문학구장에 왔었죠." 문학구장에서 야구를 보면서 항상 꿈꿨던 일은 SK 유니폼을 입고 문학구장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박민호는 사이드암스로 투수다. 보통 사이드암보다 팔의 각도가 조금 더 낮지만 145㎞의 빠른 공을 던진다. 제구력이 좋아 볼넷이 적고 안정적인 피칭을 하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엔 대학야구 하계리그 우승과 함께 MVP에 뽑히기도 했다.


올해는 성적이 지난해보다 못했다. 11경기에 등판해 2승3패에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 "올해 너무 못해서 1차지명에도 뽑히지 못하고 2차지명에서도 내 기대보다는 낮은 순위에 뽑혀서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었죠. 그래도 제가 가고 싶은 팀에 뽑혔으니까 열심히 해서 저보다 앞 순위에 뽑힌 선수들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4년전 드래프트에서는 10라운드까지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지 않았다. 당시에도 제구력은 좋았지만 구속이 120㎞대에 불과했었다. 인하대로 진학한 뒤 파워를 기르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 등 열심히 훈련을 한 결과 구속이 향상됐고, 대학 무대를 평정할 수 있었다. 


"제 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번트 수비나 퀵 모션 등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라는 박민호는 "잘 안돼서 화가 날 때나 긴장감이 떨어질 때 빨리 평상심으로 돌아오도록 합니다"라며 자신의 장점 중 하나를 마인드컨트롤로 꼽았다. 빠른 직구도 포심과 투심을 맘대로 뿌릴 수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땐 포심으로 자신 있게 상대하고 상대가 칠 타임에는 투심으로 땅볼을 유도한다. 프로에서 성공하기 위해 변화구를 좀 더 다듬을 생각이다. "슬라이더, 커브, 서클체인지업, 싱커를 던지는데 당일날 좋은 것을 위주로 던졌습니다. 프로에서는 다 잘 던져야 할 것 같아요. 모든 구질을 한 단계 더 높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천고 1학년때부터 투수를 한 박민호의 롤모델은 바로 SK 조웅천 코치. "그때 투수를 시작할 때 조웅천 선수가 좋아 등번호도 조웅천 선수의 번호인 41번을 달았고 SK에서 뛰었던 정대현 선수도 좋아해 대학 때는 21번을 달았죠"라는 박민호는 "조웅천 코치님에게서 많이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조급하지 않게 완성된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박민호는 "프로에 가면 빨리 1군에 올라가고 싶은 것은 당연할 것 같아요. 하지만 빨리 올라가겠다는 생각보다는 1군에서 성공할 수 있는 실력을 쌓아서, 철저히 준비해서 마운드에서 무너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프로에 임하는 각오를 말했다.


모자란 부분을 조금씩 채워가면서 에이스로 성장한 박민호. SK 유니폼을 입고 문학구장 마운드에 오르는 어렸을 적 꿈이 실현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권인하 스포츠 조선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