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는 26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2014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빠른 직구가 장점인 동성고 박규민(18)을 1라운드 8순위로 지명했다. 박규민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속 143km의 빠른 공을 던진 유망주였다. 현재 최고구속은 147km. 체격조건(186km·77kg)도 좋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투수다. SK 허정욱 스카우트팀장은 “신인 자원 중 140km 초반대의 공을 던지는 투수는 많다. 하지만 이 정도의 스피드를 갖고 있는 투수는 드물다. 미래의 선발투수감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다른 팀에서도 탐을 냈던 선수다. 만약 우리가 뽑지 않았더라도 삼성(1라운드 9순위)이나 KT(1라운드 10순위)에서 무조건 데려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규민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설상가상 2학년 때는 무릎 수술까지 받아 재활 기간이 길었다. 하지만 올 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광주일고와의 전국체전 지역예선에 9이닝 완투승을 달성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화순고와의 황금사자기 예선에서는 7이닝 무실점 12탈삼진으로 ‘닥터 K’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야탑고와의 황금사자기 본선에서도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는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완투승을 거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완투라는 것은 투수가 한 경기를 온전히 책임졌다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큰 것 같다. 프로에서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부 신인투수들은 아마추어 시절 과도한 투구의 후유증으로 프로 데뷔 첫 해 몸에 탈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박규민은 고교 1·2학년 시절 재활을 거쳐 오히려 건강하다. 현재 몸 상태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화려한 발진 준비는 이제 카운트다운만 남은 셈. 그는 “솔직히 1라운드에서 지명이 될 줄은 몰랐다.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 기분이 좋으면서도 멍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목표는 빨리 1군 무대에 서는 것이다. 아직 내 무기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른다. 빨리 나만의 경쟁력을 찾겠다. 팬들에게 ‘박규민이 마운드에 서면,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규민은 직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직구 제구가 되는 날에는 복잡한 생각 없이 타자를 요리한다. 하지만 제구가 꾸준히 잘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두둑한 배짱을 지녔지만, 경기 운영 능력도 조금 더 가다듬어야 한다. 슬라이더와 커브 이외의 구종도 더 추가하고 싶다. 본인의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우선 긍정적이다. 그는 “류현진(LA 다저스) 선배의 제구력과 경기 운영을 닮고 싶다. 커브에 자신이 있지만, 체인지업이나 투심패스트볼 같은 구종도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규민의 부모님은 현재 완도에서 전복 양식업을 하고 있다. 그 역시 완도 근처 노회도라는 작은 섬마을 출신이다. 완도와 광주를 오가며 자식 뒷바라지를 한 부모에게, 아들의 프로 지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었다. 이제 박규민은 프로에서의 성공으로 부모님의 노고에 보답하고 싶다. 그는 “부모님께서 종종 몸에 좋다는 전복을 구워주신다. 전복은 정말 많이 먹은 것 같다”며 웃었다. 꿈에 그리던 프로 선수가 된 섬마을 소년. 이제 그의 도전은 시작이다.
전영희 스포츠동아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사진 풀카운트 제공(www.facebook.com/2strike3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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