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이번스의 꿈이 드디어 이루어진다. 문학야구장에 이은 또 하나의 ‘꿈의 구장’을 갖게 되었으니 비룡의 꿈과 희망을 이어줄 씨앗이 강화도에 심어지는 것이다. 문학야구장의 잔디형태와 잔디 종류(켄터키 블루그라스)까지 그대로 살린 천연잔디 주경기장 드림스타디움과 정규 경기가 가능한 인조잔디 보조구장 챌린저스 스타디움, 실내 연습장 슈펙스돔, 숙소인 행복관 등이 설계도에 자리잡았다. 시설과 규모 면에서 명실공히 최고를 예고하고 있으며 SK야구가 추구하는 ‘팬퍼스트’, ‘그린스포츠’, ‘스포테인먼트’의 정신까지 투영되었다. SK의 백년대계를 마련할 새 드림파크는 2014년 5월(야구장은 2013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올해 4월에 첫 삽을 뜬다. 지난 4년간 이 ‘프로젝트’를 준비한 최고의 일꾼들과 새 드림파크를 미리 들여다 보기로 하자.
드림파크의 탄생 비화
SK와이번스의 2군 구장은 ‘드림파크’라고 불린다. ‘꿈은 이루어진다’ 는 땀의 의미가 담겨 있다. 13년 전의 신생팀 SK와이번스를 명문구단으로 이끈 산실(産室)이며 원동력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SK와이번스는 그 사이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한국야구의 중심에 우뚝 섰다. SK의 전성기를 연 선수들이 이른바 드림파크를 뛰고 날던 세대이다. 작년 홀드 신기록을 새롭게 쓴 박희수를 비롯하여 박정권, 정상호, 김강민, 박재상, 정근우, 송은범, 채병용 등 현재 SK의 주축들이 이곳에서 흘린 값진 땀으로 정상의 자리에 섰다. 드림파크의 탄생은 창단 이듬해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발은 미미했다. 인천 남구 용현동 구 부천SK전용연습구장을 2군 연습장으로 활용한 것이 그 시초이다. 이후 지역 아마추어 야구팀들과 도원구장 및 송도LNG야구장을 공동으로 사용한 기간도 있었다. 최고를 추구하는 ‘비룡군단’의 팀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새 드림파크를 짓기 위한 준비 과정과 구체적 논의가 시작된 시점이 궁금합니다.
마광수 부장(이하 마)>SK와이번스는 2000년 야구단 창단 1년 뒤부터 부천SK전용연습구장 일부를 리모델링 하여 야구장 1면과 실내연습장, 숙소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도시 재개발로 그 일대가 철거되면서 전용연습구장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죠. 그 때부터 인천시와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인천시에서 송도LNG기지의 땅을 활용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시에서 땅을 지원하고 SK가 연습시설을 지어 사용하는 계획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뤄지지는 못했죠. 2006년에 최종적으로 부천SK전용연습구장에서 철수한 뒤 도원구장과 송도LNG야구장을 오가는 떠돌이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아마추어 팀들과 야구장 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상황이라 자리가 없을 때는 인하대에 양해를 얻어 운동장을 사용했습니다. 프로팀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죠. 새 드림파크의 필요성에 대한 내부 논의는 2007년 우승 직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우승팀이 연습구장 하나 없이 돌아다니며 연습 하는 게 말이 되는가’하는 논의가 그룹 내에서 활발해졌습니다. 드디어 2010년 1월, SK와이번스의 위상에 걸맞는 전용연습구장을 만들기 위해 ’‘B(aseball)‘ 프로젝트팀이 생겼습니다. 오랜 기간의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는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새 드림파크 부지는 강화도네요. 강화도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SK 고승곤 부장(이하 고)>땅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50군데가 넘는 장소를 실사했는데 1순위와 2순위 모두 강화도였습니다. 두 곳 모두 현재 부지로 선정한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장흥리와 온수리에 있습니다. 3순위는 수원시 이의동 경기대 근처였고, 4순위가 안산시 상록구 사동 쪽이었습니다. 강화도가 여러 면에서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연습구장은 문학야구장과의 접근성이 중요한데 강화도는 향후 인천에서 50분 정도면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교통 환경이 개선될 예정이고 2014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입니다. 지리적인 여건뿐 아니라 인허가 등의 진행에 수반되는 경제적인 요소들도 유리했죠. 인천이나 수원 등에는 개발 제한 구역이 많은 반면 강화도는 상대적으로 적고, 협조가 잘 이뤄져 인허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마>SK와이번스는 인천을 연고로 하는 팀이니 이왕이면 인천에 연습구장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컸습니다. 새 드림파크 신축을 한참 논의하던 시기에 ‘SK와이번스도 과거의 현대처럼 곧 떠날 팀이다’라는 소문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드림파크의 시작이 SK와이번스의 뜻을 전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SK와이번스가 연습구장 부지로 강화도(인천)를 선택한 것이 팬 분들에게 ‘인천을 고향이자 영원한 터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이며 약속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지를 결정하기까지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인으로부터 유명한 지관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왕이면 좋은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부지가 명당이라고 하더군요. 또 어떻게 건물을 올리면 ‘선수가 다치지않고 우승도 할 수 있다’고 해서 설계에 반영했습니다.(웃음)
고>전체 부지가 임야와 산으로 이뤄져 있는데 37필지에 소유주가 30명이나 됩니다.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땅을 사는 과정이 복잡해서 협상만 무려 2년 넘게 걸렸습니다. 가장 힘든 문제였어요. 이제 거의 마무리된 상태입니다.(인터뷰 시점은 2월초) 3필지 부지 매입만 끝나면 공사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새 드림파크를 소개해주십시오. 총 예산이 370억 원이나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라니, 최첨단 시설에 기대가큽니다.
마>새 드림파크를 설계하는데 있어 연습구장을 단순히 훈련만 하는 곳이라는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SK야구의 향후 100년을 생각해 최고의 시설을 갖추자는데 의견이 모아졌죠. 한국 프로야구도 이제는 FC 바르셀로나의 칸테라 같은 내부인재육성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섬 특성상 바람이 많고, 겨울이 추운 한국 날씨를 감안해 실내연습장은 사계절 365일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드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새 드림파크 실내 연습장은 가로 53미터, 세로 53미터인데요. 내야 펑고 수비훈련이 가능한 사이즈입니다. 이 정도면 초·중학교 경기도 할 수 있죠. 그 안에 200미터 조깅 트랙, 별도의 투수 연습장 4개와 피칭머신, 티볼 등 다양한
타격 훈련이 가능하도록 그물망도 설치했습니다. 이 정도면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훈련시설이라고 자부합니다.
고>새 드림파크를 짓기 위해서 국내는 물론 일본의 여러 프로구단의 연습구장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삼성의 경산구장, 롯데의 상동구장은 물론 일본 도쿄 요미우리 연습구장, 고베 오릭스 버팔로스 연습구장과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오키나와, 나하, 우라소에, 차탄, 아카마, 구시가와 구장까지 모두 찾아갔습니다. 특히 강화도는 섬이라 오키나와 훈련장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강화도는 오키나와처럼 바람이 강해서 그라운드를 평지보다 낮게 설계하는 등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벤치마킹 했습니다. 실내연습장은 요미우리와 오릭스의 장점을 많이 반영했죠. SK와이번스는 ‘그린스포츠’라는 환경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새 드림파크 설계에도 ‘그린스포츠’를 적용했다고하던데요.
하나 디자인그룹 이재근 소장(이하 이)>부지의 녹지율이 40% 이상 됩니다. 설계하는데 있어서도 산의 지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지 내 흙과 산림을 재활용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뒀습니다. 유지·보수·관리도 최소한의 노력으로 가능하도록 만들었어요. 자연채광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통 실내연습장의 경우 한 사람이 훈련을 해도 불을 다 켜야 하는 기존 훈련장과는 달리 모든 전력을 자동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비효율성을 개선했습니다. ‘선수를 위한, 선수에 의한’ 설계가 특이하네요.
마>2군은 병참기지 역할을 해야 합니다. 빠른 시간 내에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게 주 목적이죠. 그래서 철저히 선수 입장에서 설계했습니다.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설 배치와 공간 활용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어요. 숙소-연습장-야구장-락커룸 등 선수들이 자주 이용하는 동선을 효율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야구장과 숙소 그리고 실내연습장을 최대한 가까이 지었고, 선수들이 언제든 훈련할 수 있도록 숙소와 실내연습장은 실내 통로로 연결했습니다. 그런 점은 일본이 잘 되어 있어서 많이 참고했습니다. 기숙사도 2개 동으로 나눴습니다. 서로 다른 1-2군 스케줄로 인한 선수들 각자의 사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심지어 취향에 따라 침대방과 온돌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각 방의 디자인을 달리해 선수들의 감성과 개성까지 살린 디자인이 자랑거리입니다. 각 층마다 휴게실과 제빙실, 빨래방은 물론이고, 1·2군 전체 선수들이 들어갈 수 있는 세미나실(90석)이 완비되어 있고 식당 옆에는 바비큐존까지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선수들의 의견이 반영된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마>훈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의 의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선수들과의 면담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해서 수시로 디자인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마 설계 쪽에서 무척 힘드셨을 겁니다. 하나를 소개하자면 드림스타디움 1루쪽 불펜입니다. 일반적으로 불펜은 타석을 등지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투수들은 몸을 풀면서 진행중인 경기를 보지 못합니다. 투수들과 투수코치들이 불펜의 방향을 바꿔 경기를 보면서 몸을 풀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습니다. 또 투수가 서있는 쪽에 비와 파울타구를 막을 수 있도록 천장을 설치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이밖에 덕아웃도 ‘메이저리그식으로 서서 보자’, ‘낮게 만들어달라’ 등의 다양한 의견이 있어 최대한 반영했습니다. 내야수들이 야간 경기 시 덕아웃 천장 불빛이 송구에 방해된다는 지적이 나와 전등을 안쪽으로 숨기는 등, 작은 요구까지 섬세하게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2군 시설이 너무 좋아져서 선수들의 긴장이 풀리는건 아닐까요?
마>배고픈 선수들이 운동을 잘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들이 나옵니다. 보통 2군이라고 하면 힘들게 고생한다는 느낌인데 우리는 반대로 최상의 시설과 시스템을 도입해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도울 생각입니다. 이것이 SK가 추구하는 미래야구입니다.
SK와이번스는 ‘팬퍼스트’ , ‘스포테인먼트’를 통해 팬들과의 교감을 갖는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새 드림파크를 통해 지역 및 팬과 소통하려는 구상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마>그렇습니다. 새 드림파크는 지역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팬들이 야구경기를 보러 와서 휴식을 취하면서 지역 특산물도 사고, 관광도 하면 일석사조 아닙니까. 그 동안 강화도는 수도권에서 가장 소외된 지역 중의 하나였습니다. SK야구와 새 드림파크가 지역 주민들에게 자긍심, 자부심, 애향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강화도도 새 드림파크로 인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니 친근감 있는 도시가 될 것이고, 이 기회에 야구팀이 없는 강화도에도 야구 붐이 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새로 완공될 보조구장은 훈련과 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지역 사회인 야구팀에도 개방할 예정입니다. 또한 초·중·고 선수, 야구동호인들을 위한 아카데미나 야구클리닉 등을 실시해 강화도를 야구 훈련의 메카로 키울 구상도 갖고있습니다.
고>새 드림파크 바로 옆에는 전 대한성공회 김성수 주교님의 선산이 있습니다. 그 곳에는 정신지체 장애인들 50명이 머무는 재활시설이 있는데 우리가 연습구장을 짓는다고 하니 흔쾌히 매각해주셨습니다. 재활시설에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분들이 야구장에 자주 찾아오시기 쉽도록 여러 가지 장애인 관람 편의사항도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안전 그물망을 이중삼중으로 배치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고,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를 아무 때나 편하게 접근해서 관람할 수 있도록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산책로도 만들었습니다. 동선을 최소화해서 야구팀과 재활시설이 한 울타리 안에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말이죠.
△새 드림파크의 자랑거리를 하나씩 말해주신다면?
마>새 드림파크는 재활센터도 최고 수준으로 갖출 예정입니다. 특히 공간배치의 경우 체력단련실, 물리치료실, 실내연습장, 사우나 등을 같은 테두리 안에 배치해 컨디셔닝 코치가 한눈에 선수들의 훈련 상태를 체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컨디셔닝 코치들이 업무효율성을 높여 선수들의 부상 및 컨디션 관리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강화도는 예로부터 좋은 기가 나오는 곳 아닙니까. 재활센터가 드림파크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는 시설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고>일반 실내연습장과는 차별화 된 조명을 설치해 실내 훈련도 마치 밖에서 훈련하는 느낌이 들도록 했습니다. 주경기장(센터 120미터, 좌우 98미터)도 문학야구장 특징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똑같은 야구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동일한 잔디로 방향까지 맞출 계획입니다. 물론 흙도 똑같고요. 경기가 가능한 야구장을 2개 갖춘 팀도 우리가 최초 아닌가요? 보조구장도 주경기장과 인조잔디인 점만 다릅니다.
이>새 드림파크가 들어설 길상 종합스포츠타운은 축구장, 풋살장, 배드민턴장, 테니스장이 조성되어 있어 야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소 입니다. 그리고 문화유적지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 바로 강화도입니다. 강화도가 SK야구와 관광을 연계해 가족단위 관광지로 급부상할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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