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2016년 신인지명에서 2차 4번으로 동산고 우완투수 김찬호를 선택했다. 인천 연고지역 선수라는 점도 고려했겠지만 무엇보다 투수로서 발전 가능성을 높이 산 것이다. 김찬호가 본격적으로 투수 수업을 받은 것은 고교 2학년부터였다. 그 전에는 주로 3루수를 맡았다. 타격에도 재능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SK는 투수로서 김찬호를 지명했고, 육성할 방침이다. SK는 김찬호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본 것일까?
●“투수가 너무 하고 싶었다.”
인천 토박이인 김찬호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비교적 일찍 시작해 기본기는 자신 있는 편이었다. 가끔 투수도 했지만 주로 타자를 맡았다. 3루수로서 동산고에 진학했다. 그렇게 지낼 수도 있었는데 문득 ‘투수로 내 야구인생을 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선수라면 생각에 그칠 것을 김찬호는 동산고 감독을 찾아가 속마음을 털어놨다. 예상을 깨고 감독님도 ‘한 번 해보라’고 선선히 동의했다. 그렇게 투수가 됐는데 늦게 시작한지라 변화구 습득을 할 시간이 적었다. 가지고 있는 구질은 직구(포심)와 슬라이더 딱 2가지뿐이었다.
직구 구속은 140km 초반대가 찍혔다. 구종도 다양하지 않았다. 일견 경쟁력이 떨어져 보이는데 SK의 눈길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SK 스카우트 팀의 의견과 김찬호의 자체 평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 어떤 상황이 와도 원하는 코스에 공을 던질 수 있다.” 김찬호는 “내가 생각해도 투구 밸런스가 일정한 것 같다”고 말한다.
슬라이더 외에 던질 줄 아는 변화구가 없지만 “그것은 SK에 가서 잘 배우겠다”라고 말한다. SK에서는 “또래 선수들보다 공을 채는 순간의 임팩트가 좋다. 투구 감각이 있어서 변화구 구사 등 기술적 부분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한다.
김찬호의 또 하나 가능성은 몸이 아프지 않다는 데 있다. 투수를 늦게 시작한 데다가 2015년 동산고는 김찬호 외에 안정훈, 최민섭(이상 넥센 지명)이라는 투수들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김찬호에게 무리가 갈 환경이 아니었다. 김찬호도 “동기들과 나눠서 던지니까 경쟁자라기보다는 팀이라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동산고 3인방 투수들은 올해 대한야구협회장기 우승을 이끌었다. 고교생 류현진이 활약하던 2005년 이후 모교 동산고에 10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안겼다.
●“정우람, 박병호 만나고 싶다.”
김찬호가 가장 닮고 싶은 선수는 SK 좌완 마무리 정우람이다. 신장 180cm, 몸무게 75kg의 김찬호는 야구선수치곤 체구가 작은 편이다. 현재 1차 목표가 체중 불리기일 정도다. 몸이 커져야 공에 힘도 붙을 수 있다. 그렇기에 크지 않은 체구로 타자들을 위압하는 정우람은 김찬호에게 우상과도 같은 존재다. “어렸을 때부터 인천에 살아서 SK 경기를 많이 봤다. 나도 어차피 스피드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다. 우람 선배처럼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제압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SK에서 만나고 싶은 선배가 한 명 더 있는데 동산고 선배였던 투수 이건욱이다. “내가 동산고 1학년일 때 (이)건욱이 형이 3학년이었다”라고 떠올렸다. 김찬호는 11월부터 SK 유니폼을 입고, 강화 SK 퓨처스파크에서 야구인생을 시작할 것이 유력하다. 이때 이건욱을 만나 여러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김찬호의 2016년 목표는 단순하다. 1군 마운드에 서 보는 것이다. 벌써부터 머릿속에서 꿈을 그리고 있는데 1군 마운드에서 넥센 박병호와 대결하는 상상이다. “박병호 선배는 KBO 최고의 타자다. 이런 타자와 상대했을 때 ‘내가 어떻게 상대할까’가 나도 궁금하다”고 말한다.
SK는 2015년 시련을 겪고 있다. 이럴수록 SK의 ‘팜’에 거는 기대치는 올라갈 것이다. 김찬호도 여기서 빠질 수 없는 자원으로 성장해줘야 SK에 활력이 돈다. 김찬호는 “인천에서 나고 자라 항상 SK 경기를 봐왔다. 그런 SK가 나를 선택해줘 감사하다. 팬들께도 열심히 해서 무언가 보여주고 싶다”라고 다짐한다. SK에 당찬 신인이 들어왔다.
김영준 스포츠동아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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