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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1군 부름 받은 김동엽 "최승준 보며 목표의식 갖게 된다"

SSG 랜더스 2016. 7. 12. 18:18


SK 퓨처스팀 6월의 MVP… "2군 올스타전보다 대타여도 1군 무대가 좋아"


"솔직히 말씀드리면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것보다 비록 대타여도 1군에서 뛰는 게 더 좋죠. 하하핫."


김동엽(26•SK와이번스)은 1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16 KBO 퓨처스리그(2군) 올스타전에 북부리그의 지명타자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불과 5일 남겨두고 올스타전 출전이 무산돼버렸다. SK가 김동엽을 1군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김동엽은 "나도 궁금해서 구단에 물어봤더니 1군 엔트리에 포함되면 2군 올스타전에는 못 나간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큰 것은 아니다. 김동엽은 그토록 갈망하던 1군 무대에 다시 서게 된 것이 마냥 신난다.


김상국(53) 전 한화 이글스 포수의 아들인 김동엽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미야자키 니치난학원에서 2년 동안 야구 유학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천안 북일고를 졸업한 그는 2009년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지만 꿈꾸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2013년 6월 팀을 떠났다.


야구를 포기할 수 없던 그는 한국 무대 문을 두드렸다. 한국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 진출한 선수가 감당해야 하는 '2년 유예기간'을 거친 김동엽은 마침내 신인지명회의에 참가했다. SK는 지난해 8월 열린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9라운드에 김동엽을 호명했다.


2군에서 뛰던 김동엽은 4월 2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1군 경험을 한 뒤 2군으로 돌아가 맹활약했다. 특히 6월에는 타율 0.379(66타수 25안타) 3홈런 17타점 15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075의 맹타를 휘둘러 SK 퓨처스팀 내 월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김용희 SK 감독은 우타 대타 요원 보강 차원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는 김동엽을 1군으로 콜업했다.


김동엽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올라와서 기분이 엄청나게 좋다"면서 "마침 방망이가 잘 맞는 시기에 불러주셨는데, 처음 1군 무대에 섰을 때와는 마음가짐이 다르다"며 미소를 지었다.


186㎝, 101㎏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김동엽은 파워와 함께 덩치에 비해 빠른 발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일본에서는 달리기 위주의 체력 훈련, 미국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며 "두 나라에서 배운 것이 요즘 도움이 많이 된다"고 전했다.


아버지도 김동엽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타격에 대한 조언도 해주지만,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예의범절'이다.


김동엽은 "운동을 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예의를 지키라고 말씀하신다"며 "인사를 잘하고, 힘들어도 공 하나라도 더 주워야 저한테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자주 하신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까지 1군에서 4월 28일 두산 베어스전, 7월 10일 kt wiz전 등 두 경기에 나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kt와 홈경기에서는 7회말 김재현의 대타로 투입돼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백업으로 뛰다 주전으로 발돋움한 선수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대타로 나설 때는 한 두 타석에서 못 치면 기회가 없어져 조바심이 났는데, 선발 라인업에 든 이후에는 비록 성과 없이 물러나도 다음 타석에서 잘 치면 되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돼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동엽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아직은 제한된 기회가 아쉽지 않을까.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전 지금 이렇게 1군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제가 올해 신인이잖아요. 다치지 않으면서 열심히 배운다는 생각으로 운동하고 있어요. 물론 저한테 기회가 주어지면 그 찬스를 살리려는 노력은 많이 하고 있지만요."


그는 장기적으로 닮고 싶은 선수로 '빅 파피' 데이빗 오티스(41•보스턴 레드삭스)를 들었다. 김동엽은 "나이가 많은데 아직도 정말 잘하잖아요"라며 웃었다.


가깝게는 팀 동료인 최승준(28)이 많은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2006년 프로에 입문한 최승준은 그 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올 시즌 들어 KBO를 대표하는 거포 가운데 한 명으로 거듭났다.


김동엽은 "(최)승준이 형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목표의식을 갖게 된다"며 "후반기에는 되도록 1군에서 살아남아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