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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W] 아테나 파문 인터뷰, "SK의 중심은 나다"

SSG 랜더스 2017. 6. 28. 11:41

※지난 해 런칭된 SK와이번스의 마스코트 '아테나'는 지혜와 승리의 여신으로서, 도도하고 새침한 4차원 성격이지만 팀과 팬을 위해서는 열과 성을 다해 일하는 캐릭터입니다.


본 기사는 21일 아테나 데이를 기념하여, 팬들의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허구와 상상력이 가미되어 작성된 기사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내가 제우스의 딸인 건 잘 알고 있지? 전쟁과 지혜의 여신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 그런데 인간들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 날 SK 프런트에서 제안이 오는 거야. 요즘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나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이야. 내가 엄청나게 비싸고 바쁜 몸이기는 하지만 어찌나 집요한지 그냥 수락해줬지. 내가 왔으니 팀 성적이 올라가는 건 이제 시간 문제야. 뭐 못 믿는다고? 이래서 인간들은 문제야… 주저리 주저리”


뭐 이런 인터뷰가 있나 싶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다. 신이라서 그런지 인간의 미덕인 겸손 따위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조금은 오만하다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갑자기 때로는 도도해져 기분을 맞추기도 어렵다. 일반적인 스포츠 구단 마스코트라고 보기에는 자기중심적이었고, 신이라고 보기에는 상식보다 너무 가벼웠다. 질문이 20초면, 답변은 20분인데 그 중 19분은 자기 자랑이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어쩔 땐 헛웃음이 난다. SK의 마스코트 아테나는 그런 ‘특별한’ 존재였다. 프로스포츠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4차원 캐릭터다. 하긴 신이니까.


‘신’이라는 자신의 신분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정작 인간들은 별로 알아주지도 않는) 아테나는 구단을 사실상 협박해 21일 인천 NC전에서 마스코트 행사를 열었다. 마스코트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업 예고’까지 일삼으며 사인회, 시구 행사 등을 쟁취해냈다. 구단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성형수술 비용까지 대야 했다는 후문이다. 계약서의 고용과 비고용 관계는 적어도 아테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런 아테나는 21일 행사를 마친 뒤 비교적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단독 인터뷰에 임했다. 구단이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준 것에 대해 “나 정도 되니까 해준 것이다. 최정이나 김광현이 이렇게 할 수 있겠어?”라며 한참 자랑을 늘어놓은 아테나는 마스코트 2년차로서의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다만 그 속에서 어느덧 SK에 동화된 마음씨는 읽을 수 있었다. 겉과 속이 조금은 다른 것 같았던(!!!) 아테나와의 톡톡 인터뷰.


- 구단 직원들이 질렸다고 들었다. 성형수술은 만족스럽나.개인적으로 봤을 때 별로 예쁘게 되지는 않은 것 같다.

아테나 : 인간이 어떻게 신의 미모를 평가할 수 있겠나. 자세히 설명해 줄 테니 들어봐라. 전체적인 머리 크기는 비슷한데 눈이 커졌다. 쌍꺼풀 수술의 효과다. 역시 성형은 한국이 최고다. 여기에 그간 입이 없었는데 입도 하나 만들었다. 그래도 마스코트니 이왕이면 웃는 입으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또 머리가 등에 고정되어 있어서 사실 지금까지는 활동하기가 어려웠는데 이것도 바꿨다. 아직 인간들이 모르는 아테나의 장기가 ‘댄스’인데 지금까지 이것 때문에 내 실력을 발휘 못했다. 앞으로는 기대해도 좋다. 가끔 철웅이나 빅또리 등과 친목도모 겸 회식을 하는데 KBO 마스코트계는 곧 평정할 수 있을 것 같다.


- 그래도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 마스코트가 아니라 ‘프로불만러’가 왔다는 한탄도 들린다.

아테나 : 구단이 약속한 것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여기 올 때까지만 해도 안마의자나 반찬 30가지가 올라간 진수성찬, 유니콘을 운전기사로 둔 고급 마차 등을 약속했는데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가 자꾸 와울에게 쏠리는 것도 불만이다. 걘 내 비서에 불과한데 구단이 나를 견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띄운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지연 등 일부 치어리더들과도 아직 전쟁 중이다. 아라크네 모르나. 여신에게 도전한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조만간 승전보를 전하겠다.


- 성과가 별로 없으니 그런 것이 아닐까. 지난해에는 존재감이 별로 없었고, 올해도 ‘월급 도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테나 : 구단이 배가 불렀다. 이래서 인간들 세계에 배은망덕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 같다. 아테나가 올해 성적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 줄 아나. 인간들은 힐만 감독 덕인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아테나의 은총을 받은 선수들이 모두 잘 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최정이다.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입장할 때 세리머니를 하는데 가장 먼저 나에게 달려와 은총을 부탁한 선수가 최정이었다. 그 후로 홈런이 미친 듯이 터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가 헬멧을 두 번 친 날은 홈런 2개를 치더라. 앞으로는 매 경기 다섯 번 정도는 칠 생각이다. 올해 홈런 1위의 지분 중 80% 정도는 나에게 있다.


한동민은 또 어떤가. TV를 통해서 많이 봤겠지만 근사한 세리머니를 한 뒤로 역시 홈런 개수가 늘었다. 다 내가 짠 것이다. 아테나가 온 뒤 생애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태훈의 첫 승도 나와 박종훈의 기도 덕이다. 기도 한 번 했더니 9년 동안 없었던 승리가 뚝딱 만들어졌다. 오죽했으면 김태훈이 경기 후 “아테나에게 고맙다”라고 했겠나.


그 다음 날은 또 어떤가. 김태훈과 내가 기도를 했더니 박종훈이 승리를 챙기지 않았나. 기도 하면 전승이다. (오늘은 지고 있다) 그건 당신과의 인터뷰로 힘을 빼서 그렇다. 조용호와 나주환도 내 스티커를 가슴이나 헬멧에 붙인 이후 다 잘 나가고 있다. 다 내가 업어서 키운 선수들이다. 나에게 잘 협조하는 최정 한동민 박종훈 등이 모두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보면 내 공은 혁혁하다. 다음은 이재원 차례다. 이래도 아테나가 월급도둑인가. 성과급을 더 줘도 모자랄 판이다.


- 침은 튀기지 말아 달라. 그럼 하루 일과는 어찌되나

아테나 : 난 바쁜 사람이다. 여신이니 피부관리도 받고 충분히 잠도 자야 한다. 보통 오후 4시쯤 경기장에 나온다. 난 전지전능하기 때문에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다. 지금 치어리더들의 댄스 공연 정도는 껌이다. 한 번만 봐도 다 익힌다. 그럼 오후 5시 정도부터는 구장 주위를 돌며 팬들을 만난다. 인기를 실감한다. 오늘도 사인회 줄이 월미도까지 늘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후 경기가 시작되면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 5회 이후로는 동선이 조금 자유로운 편이다. 지금까지는 그라운드와 단상을 오가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외야석과 본부석까지도 영역을 확대할 생각이다. 나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 SK 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전 마스코트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다.

아테나 : 아직도 새우튀김을 찾는 뒤처진 인간들이 있는가. 어쨌든 구단의 아테나 지원은 별로지만 팬들은 참 좋다. 열성적이고 팀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높다. 내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가끔 선물을 가져오시는 팬분들도 있다. 커피나 빵을 주시는데 참 고맙다. 인간들의 세상이 갑자기 더워져서 돌아다니기가 힘든데 그런 팬들 덕분에 힘이 난다. 그런 거 못 받아본 사람들은 심정을 모른다.


특히 아이들이 나를 참 좋아한다. 나도 아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시간이 참 즐겁다. 지금까지 눈이 잘 보이지 않아 팬들을 식별하기가 조금 어려웠는데 그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한 것도 있다. 지금은 잘 보인다. 10명이라면 9명 이상은 아테나를 반겨주고 장난도 잘 쳐준다. 다만 가끔 술에 취한 인간들이 경기에 지면 나를 자꾸 때린다. 내가 뭔 죄냐고! 그런 팬들을 만날 때는 조금 힘들기도 하다. 그래서 나도 경기에 지는 것이 싫다. 경기에 진 날은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곤 한다.


- 지난해에는 도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팬들과의 스킨십을 넓히겠다고 약속했는데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이유가 있나

아테나 : 작년에는 인간 세계에 대한 파악이 필요했다. 또 내가 여신인데 좀 도도한 건 당연하지 않나. 하지만 올해부터는 좀 더 재밌는 이벤트를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조금 귀찮지만 매일 클럽하우스에도 들려 선수들의 소소한 영상도 많이 찍고, 기도 세리머니와 같은 이벤트도 한다. 기도의 효과가 확실하다는 팬들의 의견이 많아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SK 팬분들은 물론 타 구단 팬들이나 야구팬이 아니신 분들도 재밌게 보실 수 있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일상적인 주제부터 시작해 팬들이 SK와 야구 자체에 호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획물 말이다. 경기장 근처 맛집투어 같은 아이템이다. 또한 페이스북 아테나 페이지를 더 활발하게 운영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 팬들의 참여가 부족하다. 자존심이 상하게 아직 구독자가 3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질문에는 거의 다 답변을 해주는 편이니 관심을 부탁한다. 딱딱한 공식 페이스북 별거 없다. 아테나 페이지가 최고다. (그럼 공약을 하나 해달라) 구독자가 1만 명이 되면 번지점프를 하겠다.



- 도저히 못 듣겠다. 오늘 경기 후, 또 앞으로는 무엇을 할 생각인가.

아테나 : 내가 파업을 했을 때 구단 성적이 확 떨어졌던 것은 알고 있나. 이제 구단이 내 요구를 들어줬으니 지혜의 여신 이름값을 해야 하지 않겠나. 승리를 기원하는 이벤트를 많이 할 생각이다. 기자들도 모르는 선수들의 일상을 밀착 취재할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 그러고 보니 팬들이 부탁한 공약도 하나 지켜야 한다. 켈리라는 인간치고 공 좀 던진다는 투수의 여권을 뺏어달라고 하더라. 까짓것 어려운 일도 아니라 켈리가 아테나 인형에 정신이 팔린 사이 여권을 입수했다. 이걸 찢어버릴지, 태워버릴지, 물에 빠뜨려 버릴지, 아니면 금고에 넣어 봉인해버릴지 오늘 밤에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아테나 페이지를 통해 제안해 달라. 영상으로 공개하겠다.


OSEN 김태우 기자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