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군에 있을 때 마지막 캠프가 군산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설이죠”(김강민)
“경기장만 좀 더 다듬으면 1군 훈련 캠프로도 손색이 없겠어요. 정말 환경이 좋네요”(이대수)
베테랑 선수들도 깜짝 놀랄 정도의 여건이다. SK 퓨처스팀(2군) 캠프가 진행 중인 대만 자이현의 도류구장 및 숙박 시설에 대한 첫 인상이기도 했다. 예전까지만 해도 2군 선수들은 전지훈련이라는 단어에서 소외되기 일쑤였다. 1군 선수들이 따뜻한 미국이나 일본에서 몸을 만들 때, 2군 선수들은 한국에 남아 칼바람을 맞으며 이를 갈았다. 그러나 이제는 옛말이다. 육성 트렌드 속에 2군 해외전지훈련이 일상화됐고, 시설도 고급화됐다. 그 가운데 선수들의 열정과 의욕도 커진다.
퓨처스팀 캠프지인 도류구장은 대만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를 소화하는 경기장 중 하나로 우리에게도 낯이 익다. 깔끔한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그마한 보조구장도 있어 선수들이 로테이션을 돌며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올해는 숙소도 가깝다. 숙소와 도류구장은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걸어서 30초면 간다. 숙박 시설도 예년에 비하면 크게 업그레이드 됐으며 음식도 1군 수준으로 제공된다.
선수들은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좋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홀로 경기장에 나가 개인훈련을 할 수도 있다”며 시설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1분 1초가 아까운 선수들이기에 더 그렇다. “2군 선수들은 배가 고파야 한다”며 1·2군간 차이를 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SK와이번스가 ‘육성’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컨디션 최상, 치열한 경쟁 예고
사실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코칭스태프는 우려가 컸다. 아무래도 저연봉·저연차 선수들이다 보니 해외 개인훈련은 남의 일이었다. 인천이나 강화에서 몸을 만들어야 했다.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월 초 퓨처스팀이 소집된 이후 체력 강화에 신경을 써야 했을 정도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도 프로는 프로였다. 캠프 시작에 맞춰 몸을 잘 만들어왔다. 김무관 SK 퓨처스팀 감독은 “몸 상태만 놓고 보면 100점 만점에 95점은 된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정도다. 선수들의 몸놀림도 가볍다. 1군 캠프에 탈락했다는 아쉬움을 접고 더 의욕적으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시작부터 각 파트별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뛰어넘는 기량을 선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대로가면 올해 훈련 성과도 좋을 것”이라는 희망이 여기저기서 엿보인다. 투수 파트는 재활 중인 백인식을 제외한 8명의 선수들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다. 임치영 김대유는 폼을 바꿔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허건엽 최진호 등 군 제대 자원들의 가세도 반갑다. 지난해 부상으로 고전했던 정동윤, 선발과 불펜을 오고 갈 수 있는 좌완 요원인 이정담과 봉민호, 미완의 대기로 기대를 모으는 우완 서동민도 제각기 장점을 뽐내고 있다. 질세라 야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 캠프 초반은 보통 야수들이 고전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야수들의 초반 활약이 돋보인다. 장거리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는 김도현과 류효용은 캠프 첫 시뮬레이션 경기에서 나란히 홈런포를 터뜨리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최항과 하성진도 방망이 자질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고, 신인 김두환은 공·수 모두에서 평가가 괜찮다. 이재록 최민재도 외야에서 눈에 들어오는 자원이다. 베테랑 이대수, 1군 예비 자원으로 손꼽히는 조용호, 지난해 1군을 경험했던 노관현 등도 주목해야 할 선수들로 뽑힌다. 이번 캠프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포수 조우형 또한 올해 ‘제3 포수’를 놓고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인 백인식도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4월 실전 등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SK는 대만 퓨처스팀 캠프에서 뚜렷한 성과를 확인했다. 대만 캠프를 거쳤던 김재현 최정민 최정용 등이 모두 1군에 올라가 붙박이 1군 선수가 됐다. 보통 1년에 1~2명씩만 새로운 얼굴이 나와도 팀의 세대교체는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 SK가 이번 대만 캠프에 기대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또한 선수들도 지난해 사례를 익히 경험해 잘 알고 있다. “여기서 잘하면 1군에 갈 수 있다”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다.
대만 퓨처스팀 캠프는 반환점을 맞이한다. 플로리다 1차 캠프에는 참가했지만 오키나와 2차 캠프에 가지 못한 선수들이 26일 대만으로 들어온다. 경기장이 더 북적거릴 전망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현재 캠프에 있는 선수들보다는 먼저 선택을 받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동등한 선상에서 같이 경쟁한다. 24일부터 본격적인 연습경기를 하고 있는 터라 선수들의 몸에는 더 힘이 들어갈 전망이다.
지금은 2군 캠프에 있지만 언제까지나 2군에 머무를 수는 없다. 오히려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라는 점에서 가치가 더하다.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올해는 1군에서 뛰어보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빡빡한 일정을 마다하지 않으며 대만을 누비고 있다. 올해 SK 캠프의 슬로건은 “따뜻한 울림, 뜨거운 질주”다. 1군을 향한 대만판 뜨거운 질주가 시작됐다.
OSEN 김태우 기자(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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